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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6.23 18:08:1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종연

충북대학교 컴퓨터교육과 교수

우리 주변의 회사, 연구소, 정부기관, 초·중등학교 및 대학교와 같은 여러 조직에서 ISO 인증을 통한 업무의 효율성을 시도한다. 많은 기관들은 평가를 프로젝트의 성패 여부, 등급 부여, 급여 차등화, 승진 여부 등 많은 부분에 활용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인증과 평가에 시달리며 지나치게 형식에 치우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ISO 인증이나 많은 평가가 나쁘다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주제를 논하고자 한다. 먼저 잘못된 인증이나 평가 도입의 사례를 살펴보고 그 예를 통해 우리 사회가 인증과 평가를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먼저 ISO인증이란 ISO 요구사항에 의해 기관의 업무를 문서화시켜 그 조건에 부합됨을 의미하는 것이며, ISO 인증을 취득한다는 것은 ISO 요구사항에 적합하다는 것의 객관적인 평가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어떤 일반건설업에서 4~5년 전 사장의 친구 도움으로 ISO9001 인증을 받았고 유지비로 매년 100만~150만 정도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시평에 도움이 되는 것 이외에는 눈에 보이는 효용이 없어 보이고, 그나마 향후에는 시평에도 영향이 없는 것 같던데 계속 유지해야 하나요·"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또한 요즘 정부 기관의 과제제안서 평가를 해보면, 제출된 제안서는 원하는 규정에 맞게 요구하는 항목에 따라 잘 작성되어 있으나 그 실행 과정에서 제안서와는 별개로 그 실행 과정은 거의 인간관계에 의해 대략적으로 수행되는 경우가 흔하다. 한편 우리 주변의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소프트웨어 공학(software engineering) 기술의 도입은 더욱 미흡하다. 예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는 소프트웨어 공학을 도입하여 요구사항 명세서, 소프트웨어 설계 명세서, 코드까지 잘 산출되어 생산된다. 하지만 각 산출물은 '인증이나 평가를 위한 산출물이다.'라는 사실에 문제가 있다. 결과적으로 생성되는 결과물은 인증이나 평가 절차와 규격에 따라 많은 문서들이 생산되지만 그 유용성은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예로, 인증 과정에서 각종 산출물은 어떤 기관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산되는 타당서 검토서, 과제제안서, 요구사항 분석서, 설계도, 시공 결과, 결과 보고서 등의 문서가 아니라 인증이나 평가를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생산물이 많다는 사실이다. 또한 많은 기관의 과제제안서 경우도 유사 사례는 많다. 실제 어떤 기관의 제안서 평가를 가보면, 계획서에는 개발 목표와 내용, 추진 일정계획, 위험관리 대책, 사후 대책 등 여러 가지 계획들이 많이 담겨있지만, 실제 프로젝트 수행은 계획서와 별개로 수행 과정은 그야말로 인간관계에 따라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끔 담당자들에게 수행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프로젝트 실행은 과제제안서 대로 잘 진행되고 관리됩니까·"라고 질문하면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하는 경우를 가끔 듣는다. 더욱이 열리지도 않은 회의 자료나 문서를 작성하거나 어떤 자료를 가공하여 인위적인 인증이나 평가 자료를 작성하는 사례는 아주 흔하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많은 기관에서 인증이나 평가를 많이 도입하고 준비하고 있지만, 업무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서들이 "인증이나 평가를 위한 자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 이유를 탓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러한 인증과 평가 제도가 형식적으로 도입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하고 싶다. 첫째, 인증과 평가 제도가 우리 사회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거의 외국에서 개발되어 외국 문화에 맞게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즉 다른 국가에서 다른 문화에 맞게 개발된 인증이나 평가 제도가 우리나라 문화에 맞지 않는 데 원인을 둘 수 있다. 둘째, 다양한 인증과 평가 제도가 우리 사회에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과도하게 밀물처럼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좋은 제도이지만 "받아들일 사람들은 아직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이다."라고 지적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0년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너무 빨리 발전했고, 주요 선진국에서 100-200 년의 시간 동안 발전한 것을 단지 몇 십 년 안에 모든 것을 빨리 안착시키려는 조급증에서 원인을 찾고 싶다.

끝으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증이나 평가의 도입 시기는 가급적 너무 성급하고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도입한다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조금씩 서서히 도입하면 무리도 없고 안착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굳이 이유를 댄다면, 우리나라는 오늘만 존재할 것이 아니고 영원할 것이고 유럽 국가들처럼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행복한 사회를 유지·발전해 나가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서다. 둘째, 굳이 이행해야 할 인증이나 평가라면 지나치게 형식에 치우쳐 "인증이나 평가를 위한 인위적인 문서를 생산하지 말고, 인증이나 평가를 우리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조직의 업무 수행과정에서 해당 절차에 따라 바르게 도입하고 바르게 수행하고 바르게 자료를 생산하여 인위적인 문서 작성 시간을 줄이는 것이 우리의 도리가 아닌가·"라는 의견이다. 그래야 우리 사회는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효율적인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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