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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외출할 때 이것저것 많은 것을 챙긴다. 그렇다보니 매번 외출할 때마다 분주하여 무언가 꼭 하나씩 빼놓고 나오거나 하는데, 그래도 반드시 가지고 다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작은 플라스틱 물병이다.

이 물병은 가끔씩 기름을 넣은 후 주유소에서 받거나 물품을 사면서 사은품으로 받아 생겨난 것들로, 이 물병의 용도는 다름 아닌 아들 녀석의 소변 통이다. 멀리 여행을 가거나 가까운 곳을 놀러 가서도 화장실이 쉽게 눈에 띠지 않을 경우 급할 때 종종 사용한다.

물론 실례를 무릅쓰고 길가에 용변을 보일 생각도 해보았지만, 왠지 아이에게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되어 한쪽 귀퉁이 또는 사람들에게서 잘 보이지 않는 장소로 옮겨가 용변을 보게 한다.

아이가 생리현상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에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는데, 이 물병의 또 다른 재활용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물병이 나중에 어떻게 재활용이 될지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크지도 않아 휴대하기도 편하고 여간 유용한 것이 아니다.

날이 점점 따뜻해지다 보니 요즘 바깥나들이가 잦아지고 있다. 신이 난 아이들의 목소리에 덩달아 들떠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한데, 가끔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다녀온 후의 감상이 개운치 않을 때도 있다.

며칠 전 가까운 곳에 위치한 조선시대의 왕릉을 다녀왔을 때의 일이다. 홍살문을 지나 좌우로 넓게 펼쳐진 잔디밭, 왕릉 주위로 펼쳐진 푸른 자연을 벗 삼아 걷는 산책길, 한쪽으로 흐르는 맑은 개울소리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 순간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여유와 안식이 아니었을까 한다.

한편 이곳이 경건해야 할 사적지이기에 자칫 지나친 소음과 행동은 큰 무례함이란 생각이 들었으나, 넓은 뜰에서 노니는 아이들의 작은 뜀박질과 재잘거리는 목소리는 아마도 귀여운 손자 녀석들의 재롱으로 이해하실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는데, 안쪽 봉분 옆에 있던 한 가족의 모습이 우리의 눈을 민망하게 만들었다. 초등학생은 됨직한 아이였는데 몇 걸음 앞에 있는 화장실을 나두고 용변을 보고 있었으며, 용변이 끝난 뒤에는 봉분 위로 올라가 계속 뛰어 노는 것이었다. 그 아이의 부모는 아무런 타이름도 없었고, 뿐만 아니라 가져 온 음식물을 그냥 봉투 담아 봉분 옆에 두고 정문을 빠져나갔다.

이를 본 주위의 사람들 모두 어이가 없었다는 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부모의 그릇된 행동을 보는 그 아이들의 앞날이 걱정되었다.

조금만 시야를 돌려보면,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문화예절에 소홀한 사람들을 제법 볼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가족들을 위한 행사들이 많아지고 있음에도 아이들에게 좋지 못한 행동을 보여주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생긴다.

어린이와 노약자 등이 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다니는 사람,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누군가를 부르거나 큰 소리로 휴대전화를 주고받는 사람, 혼자만 갈 길을 가고자 인파를 밀치며 나서는 사람 등 아직도 남의 시선에 굴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영향인지 박물관을 비롯하여 공공장소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아직도 공공예절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져 온 과제물이 버려져 있거나 쓰레기통에 찢겨져 있는 전시 안내물,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 등을 보면서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는 어른들이 옳지 못한 행동을 보여준 결과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책임은 분명 어른들 스스로가 져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올바른 문화예절은 올바른 문화감상에도 이어진다는 점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문화재나 작품을 감상하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사람들과 공유되지 않는 느낌과 생각은 자칫 혼자만이 최고라는 독선과 아집에 빠질 수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예절이야 말로 올바른 문화감상의 시작이라 하겠다.

문화예절은 어릴 적부터 스스로 몸에 익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습관을 길러주는 것은 바로 어른들의 몫이라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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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