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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요즘은 유난히 신발 밑창이 빨리 닳아지는 것 같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출퇴근길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전쟁을 하듯 계단을 먼저 오르거나 앞질러 가기가 일쑤다. 누가 믿어주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삐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며, 그만큼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거의 매일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을 걸어 다니다 보니 피곤함이 더 밀려온다.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여 소파에 앉아 있으면 어깨는 무겁고 발바닥에서는 불이 나는 느낌이다.

그럴 땐, 편안한 저녁시간을 어떻게 즐길까 고민 해 보는데,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어 안타깝다.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그냥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며, 산책도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특히 산책은 하루의 해가 넘어가는 시간까지도 딱딱한 콘크리트를 밟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 썩 내키지 않는다.

여하튼 피곤함을 달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게으른 탓에 매일매일 시간을 내어 피곤함을 달래는 것은 부담이 되기에, 조금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말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

지난 일요일은 행사로 인해 오전에 잠깐 출근을 하였다. 일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 곳곳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사람들 얼굴 대부분은 밝은 미소로 가득했다.

전시실 관람을 하거나 체험 활동을 하는 사람, 박물관 뜰에서 산책하는 사람, 시원한 파라솔 밑에서 책을 읽는 사람 등 주말 한낮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멀리 발품을 들인 사람들도 있었을 터인데, 개인 또는 가족, 연인, 친구 등과 함께 박물관을 찾아온 것이다. 특별전 관람 등 목적을 가지고 박물관을 찾아온 사람들을 비롯하여,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박물관을 그냥 찾아오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도 꽤 많았던 것 같다.

집에 오는 길에도 이러한 모습들은 쉽게 눈에 띄었다.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문화기관을 찾아 자신만의 여유를 찾거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연의 감흥이 가시지도 않은 채 공연장 문밖을 나서는 사람들, 책을 읽고 나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주어진 공간 속이 아니더라도 바깥의 풍경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이를 보면서, 여유란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문화시설이나 놀이공원, 경기장 등을 찾아 가면 더욱 좋겠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까운 곳의 문화기관 등을 찾아 나서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해 주었다.

지금껏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은 먼 곳이 아닌 가까운 주변에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주말이면 꼭 멋진 곳을 가야한다거나 무언가 특별한 활동을 해야 하는 생각이 대부분이었고, 또한 그런 것을 찾아보기 위해 때론 시간을 낭비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지나치게 여유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 잡혔던 것은 아닌지, 또한 여유를 찾기 위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반성해 본다. 아마도 피곤한 몸에 마음마저 지치다 보니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요즘은 주변에 알찬 문화시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러한 매력에 우리는 얼마만큼 관심을 가져왔는지 한번 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윤택해지는 삶과 병행하여 우리 곁에는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주는 도우미들이 많이 있다. 다양한 문화시설이야 말로 우리의 여유를 더 풍요롭게 해주는 가장 좋은 도우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이들 도우미는 우리에게 더 많은 혜택을 안겨다 줄 것이다.

짧은 봄을 뒤로 한 채 점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것 같다. 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더 많은 여유를 그리워하게 될지 모르겠다. 그 때가서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를 지나며 느낀 생각은 마음속에 계속 담아 두어야겠다.

여유란 부담 없이 가까운 곳에서 얼마든지 찾을 있다는 사실과, 꼭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찾아가는 것 자체를 즐기고 그 안에 담겨진 여러 풍경을 감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틀에 짜여져 계획된 여유보다는 부담 없는 여유를 즐겨보고자 한다. 여기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늘 함께 하는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을 마주보며 이번 연휴 멋진 여유를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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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