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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2.10 17:05:1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지난 8일 얘기다. 자정이 다 된 시각, 지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가 계단에서 굴러 병원에 입원했다"는 격양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지인은 다짜고짜 "이럴 수가 있냐"며 화를 냈다. 이유인즉 자신의 어머니가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청주시 흥덕구청을 방문하던 중 구청으로 진입하는 계단에서 미끄러졌다는 것이었다. 낙상사고야 늘상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 사람만 다친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날 오전 지인의 어머니가 다친 장소에는 이미 70대 노인 2명이 넘어져 신음하고 있었고, 곧이어 40대 여성이 잇따라 넘어져 다쳤다고 했다.

다친 이유는 다름 아닌 '빙판길' 때문이었다. 그날 새벽부터 내린 비가 계단에 얼어붙은 것이었다. 사고 당시 계단에 모래 등은 뿌려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를 당한 이들 모두는 흥덕구청이나 흥덕보건소를 방문하던 길이었다.

다음 날 흥덕구청에 "계단 관리주체가 어디냐"고 물었다. 구청 관계자는 "우리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세한 것은 모르나 아마도 그곳은 체육부지로 청주시문화예술체육회관이 담당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문체회관으로 전화를 돌렸다. 역시나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1시간 정도 후에 전화를 걸어와 "일단 우리는 아니다"며 "계단 옆에 있는 청주문화원이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청주시에서 청주문화원 건물을 무상임대해주면서 그 일대에 대한 관리 의무 및 권한을 계약 상 부여했다는 것이다.

청주문화원을 찾아 계약서를 검토했다. 아무리 찾아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시설 관리 및 유지보수 의무는 문화원 건물 자체에만 한정돼 있었다.

취재가 계속되자 흥덕구청 관계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사람이 여러 명 다쳤다"고 하자 그 관계자는 "그 동안 관계기관 간 협의가 잘 되지 않아 계단 관리가 소홀했다"며 "앞으로 구청에서 제설 및 제빙 작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취재현장을 누비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우리부서 관할이 아니다", "우리 책임이 아니다"는 업무 떠넘기기식 발언이 그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일반 시민이 민원을 제기할 때 더욱 잦아진다.

이럴 때마다 참으로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선 담당자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은 게 아니다. 그냥 해당 행정기관에서 민원을 처리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번의 경우도 그렇다. 그 계단은 분명 흥덕구청의 진입로 중 하나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시민들이 그 계단을 통해 구청을 방문한다. 때문에 시민들은 당연히 구청에서 계단에 대한 제설 및 제빙작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흥덕구청은 "일단 우리는 아니다"는 식으로 뒷짐만 지고 있던 것이다.

청주시는 눈 잘 치우는 도시로 유명하다. 남상우 시장이 그렇게 만들었다. 시는 제설 및 제빙에 대한 것을 조례로까지 제정, 시민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작 행정기관은 "자신들의 구역이 아니다"는 이유로 위험한 곳을 방치하고 있다. 시민들이 다쳤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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