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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장수마을 만세-영동 황주동 마을

요가 배우고 게이트볼 치고… "하루가 모자라요"

  • 웹출고시간2009.12.30 18:29:3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포도농사 짓는 청정산골마을

농삿일로 뭉친 근육을 요가로 풀어주고 있는 영동군 황간면 황주동 노인들.

충북 영동군 황간면 황주리의 황주동 마을은 다른 농촌 마을처럼 노인들이 많지만 항상 활기가 넘치고 장수마을로 소문이 났다.

올해는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한 '농촌건강장수마을' 우수 사례로 선정돼 우수상까지 받았다.

이 마을은 초강천과 난곡천이 합류하는 북살미산 아래에 있지만 황간면 전체가 산악지역이어서 풍부한 일조량 속에 포도를 주 소득원으로 하고 있다.

약간의 논농사를 짓는 집도 있고, 집집마다 텃밭에 각종 채소를 가꾸지만 장에 내다 팔기보다는 집안에서 반찬으로 먹는 정도의 양 밖에는 되지 않고, 포도와 겨울철 곶감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 마을은 모두 66가구에 204명의 거주하고 있지만 그 가운에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49명으로 24%나 된다.

이들 노인 인구 가운데 65~72세가 15명, 73~74세가 10명, 75~83세가 10명일 정도로 고연령대가 많고, 또한 3분의 2가 할머니들로 여성 고령인구가 많다.

또한 이들 노인 중에는 자녀들이 모두 성장하여 도시지역으로 취업이나 시집·장가가는 바람에 혼자 또는 두 내외만 남아 있는 경우도 많아 노인 건강관리가 쉽지 않은 처지에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와 올해 사망한 노인이 한 분도 없고, 지금도 암이나 중증 질환을 앓는 사람이 없고, 노인들이 아직도 포도 농사를 거들거나 곶감 포장작업을 할 정도로 대체로 양호한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 마을도 농한기에는 노인들이 할 일이 없고, 특별한 취미활동이나 여가선용 프로그램이 없어 경로당에 모여 10원짜리 고스톱을 치며 하루를 보내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노인들이 여기저기 쑤시고, 팔다리가 저리고, 무릎이 아픈 경우가 많고, 무기력증에 빠지고, 자신감과 삶에 대한 의욕을 잃어 건강이 점점 나빠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었다.

◇ 게이트볼·발관리 건강프로그램

틈틈이 익힌 생활체조로 대회에 나가 2위 차지.

그러던 중 3년 전부터 충청북도 농업기술원과 영동군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농촌건강장수마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매주 일주일에 두 번씩 지역 강사를 초빙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요가교실을 열었다.

하루 종일 포도밭에서 힘든 자세로 일하느라 경직된 팔, 다리, 허리, 목 등을 풀어주는 동작을 중점적으로 지도했다.

그러자 노인들이 점점 몸의 유연성이 높아지고, 결린 곳이 풀어지고, 숙면을 취하게 되면서 참여자도 늘어 지금은 매번 20명도 넘는 사람들이 요가시간에 빠지지 않는다.

또 마을회관 앞에 게이트볼 구장을 만들어 노인들의 체육활동을 도왔다.

게이트볼이 보급되자 노인들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전 10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남자 5명, 여자 10명으로 동아리까지 구성돼 각종 게이트볼 대회에 황간면을 대표하는 선수들로 출전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마을 공동쉼터에는 트리플트위스트, 풀웨이트, 워밍암 등 간단한 운동기구들을 설치해 주민들이 수시로 몸을 풀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새천년체조를 자주 하다 보니 지난해에는 전국생활체조 경연대회에 나가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발관리 등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1년에 90회 넘게 시행하고, 해마다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하며 의료진의 처방대로 음식, 의약품, 생활습관 등을 고쳐나갔다.

하지만 이런 육체적 건강관리만으로는 부족해서 노인들의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고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 포도비누·천연염색·압화 취미활동

취미활동 겸 정신건강 위해 원예교육을 하고 있다.

지역 특산물인 포도를 이용해서 비누만들기, 선인장 열매인 코치닐이나 소방목 등을 이용해서 실크머플러 등에 염색하는 천연염색, 꽃꽂이를 하거나 화분에 화초를 심는 등의 원예활동, 손재주를 이용한 넝쿨공예, 머그잔이나 액자 등에 누름꽃을 붙이는 압화 등을 함께 하도록 했다.

이런 사업들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 마을 생활개선회 이기덕 회장(여·62)은 "노인들이 도시에서만 할 수 있었던 원예, 체조, 공예, 염색 등 취미활동을 하게 되니 모두들 너무 좋아하고 활력이 넘친다"며 "노인들에게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물론 취미활동과 소일거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 노인들이 원하는 발마사지, 수지침과 뜸, 포도나 감을 이용한 전통 향토음식만들기, 수의제작 등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추가 도입해 건강과 취미와 소득을 올릴 포부룰 갖고 있다.

한편 이 마을 노인들이 건강과 활력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공동식사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이 마을 역시 주민들이 먹는 음식은 다른 농촌마을과 별반 다르지 않다.

된장과 밭에서 나는 야채 등으로 육류보다는 채식을 더 많이 하고 있다.

◇ 청국장 등 경로당 공동식사 즐거워

하지만 이 마을 노인들은 매일 아침 식사만 자기 집에서 하고, 점심과 저녁 식사는 경로당에 모여 함께 한다.

콩나물밥을 해 먹기도 하고, 청국장이나 무 시레기장을 끓여먹기도 하고, 냉이 나물이나 겉절이 등 싱싱한 야채 반찬으로 공동으로 식사를 한다.

그리고는 심야전기 보일러로 뜨끈뜨끈하게 난방이 되는 경로당 방에서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안마치료기로 안마를 받으며 지내다 밤 10시가 넘어야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영동군 농업기술센터의 이주란 생활지도사는 "노인분들이 집에서 식사를 하면 혼자 먹자고 반찬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고, 입맛도 없어 식사가 부실해 질 수 밖에 없다"며 "황주동 마을에서는 공동으로 식사를 하니 균형잡힌 식단이 가능하고, 서로 이야기도 하며 즐겁게 식사를 하니 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마을에서는 특별히 소득사업과 소일거리를 겸해서 꽃상여와 목관을 만드는 장례용품 사업을 개발해 하고 있다.

◇ 꽃상여·목관 장례용품 특화사업

노인들이 공동 소득사업으로 하고 있는 꽃상여 제작.

이미 장례용품 제작사업을 하고 있는 강원도 횡성군의 한 농촌마을을 견학까지 하고는 할아버지들은 목재로 꽃상여 틀을 만들고 할머니들은 형형색색 종이꽃을 장식하는 등 공동작업을 했다.

또 오동나무로 목관까지 만들어 관내 2곳의 병원 장례식장에 납품했는데, 이 두 가지 품목으로 2007년에는 1,000만원, 2008년에는 1,900만원의 수입을 올려 일부는 불우이웃돕기에 쓰고 일부는 마을 공동기금으로 쾌척했다.

김종국 이장(54)은 "주민들이 건강장수마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선진지 견학도 하고 여러 건강·취미 활동을 하며 활력을 되찾게 되자 마을 꽃길 가꾸기, 빈 농약병 등 영농폐기물을 수거하는 '푸른농촌 희망찾기', 마을 정자 도색 등 마을환경정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연영흠 식품소득팀장은 "고령인구가 많은 농촌이 더욱 건강한 장수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관리 프로그램 외에 각 마을 특성에 맞는 소득사업이 매우 중요하다"며 "황주동 마을의 경우 꽃상여와 목관 등 장례용품을 소득사업으로 특화해 해마다 매출이 늘어나는 등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 박종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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