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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12.03 19:34:0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며칠 전 청주시내 한 아파트 경비의 아들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플래카드에 걸렸다는 제보가 있었다.

누구의 아들이 뭐 그리 중요할까? 누구든 사시에 붙을 수 있는 것을 경비의 아들이 붙은 것은 뭐 그리 대단하냐며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을 찾아가 보니 유난을 떨어도 될 만하기에 그랬으리라 짐작이 됐다.

3전4기 끝에 사시에 합격한 아들도 대단하지만 그를 합격시킨 홀아비의 뒷바라지에 숙연해 지기까지 했다.

경비인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가난한 집안에서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 자랐다.

노총각이 돼서야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는데 문구점, 서점 등을 하며 살림을 늘려가고 자식도 하나, 둘 낳으면서 단란한 가정을 꾸려갔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현재 그는 슬하에 3형제를 두고 있었다.

이전에는 딸아이도 하나 있었다고 했다. 유독 살갑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여식이었는데 고3이 되던 해 백혈병이라는 사형선고를 받고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아버지는 자신보다 먼저 간 살갑던 딸을 떠올리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자식도 자식이지만 이듬해 아내도 세상을 떠나고 다음해에는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악재는 끊이지 않고 자식에게 까지 대물림 되 듯 둘째 아들의 며느리도 결혼한 지 2년 만에 세상을 등졌다.

이처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수밖에 없던 처지에 막내아들의 사법시험 합격이 얼마나 기쁜 일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많이 배우지 못해 한이 됐는데 아들이 부모의 마음을 대신해 준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산다는 말이 실감나는 부분이었다.

경비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들들에게 늘 베풀면서 살라는 말을 강조한다고 했다.

아파트 주민들과 동료들이 마치 제 일처럼 막내아들의 합격 소식을 기뻐해줬듯 그들에게 입은 고마움을 베푸는 삶을 통해 하나하나 갚아 나가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80만원의 월급 중 60만원을 아들 통장으로 붙일 정도로 억척을 떨었다.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무조건 절약하는 삶에 공과금 정도만 납부하고 살았던 시간이 몇 년이다. 이제야 자식 뒷바라지에 쏟은 정성이 빛을 보게 된 순간이다.

그는 "이제 나이먹고 자신이 살아가는 모든 희망이 자식 잘되는 거 하나"라고 말했다.

이 순간 늘 보듬어 주시는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말없이 고되고 힘들어도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묵묵히 세월을 보내신 부모님께 감사의 전화라도 한통 드려보자. 효도도 부모님 살아계실 때 해야 효도지 돌아가신 뒤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홀아비의 자식 사랑에 가슴이 뭉클해 지고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가슴 아픈 일보다 마음 따뜻하고 훈훈한 일들이 많아 살기 좋은 세상임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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