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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1.06 15:05:53
  • 최종수정2022.11.06 15:05:53

유운기

전 하나은행 지점장

지난 일요일 아침 이태원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뜻밖의 인명 피해에 슬퍼하면서도 한편으로 기성세대 중 일부는 언제부터 핼러윈 축제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냐며 놀라워하고, 또 한편으로는 서양 귀신 놀음에 왜 우리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느냐며 불편하게 여기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십만의 젊은이가 핼러윈 축제를 찾았다면 거기에는 젊은이들을 호기심으로 이끌고 가슴 뛰게 만들 그만큼의 재미있는 일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들 다수는 핼러윈 축제의 의미를 되새기거나 서양 사람들 흉내 내려고 그 자리에 참석하였다기 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미디어로 접해오며 친숙함을 느껴왔던 핼러윈 축제라는 무대를 빌어 신명나게 뛰놀고 춤추고 즐기고 싶었을 것입니다. 전통의 놀이를 지키지는 못할망정 우리랑 상관없는 서양 귀신 놀이에 정신 못 차린다며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는 외국과 상부상조하며 아픈 역사를 이겨내고, 끊임없는 교류를 통하여 지금의 번영을 이끌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본과 기술만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그들의 언어나 종교, 음식, 풍습도 함께 수용하였습니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조선의 운명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알기에 우리는 그동안 개방적인 태도로 외국의 문화를 수용하고 발전시키며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그 결과 경제적 수준은 물론이고 문화에 있어서도 우리는 이제 그들을 흉내 내는 정도를 넘어 새로운 변화와 창조성을 더하여 우리식의 문화를 다시 역수출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말하듯 k-팝에 지구상의 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 등 드라마가 외국에서 찬사를 받는 것은 바로 우리 고유문화와 함께 그동안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수용해왔던 외국의 문화를 창조적으로 변용하며 발전시켜왔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여전히 전래의 풍습만을 고집하고 외국 문화에 마음을 열지 않았다면 전 세계인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알지 못하였을 것이고, 그들의 마음도 전혀 얻지 못하였을 것이며, 그들에게 진정성 있는 울림을 전달하지도 못하였을 것입니다.

물은 저절로 낮은 곳을 찾아 흐르며 돌을 깎고 산을 무너뜨려 길을 만들어 가듯이 수많은 젊은이가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하여 이태원에 모여든 것은 상술에 의하든 미디어의 영향이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하나의 흐름으로, 젊은이들이 받아들인 또 하나의 서양 문화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의 기성세대도 젊은 시절 과거의 기성세대와 갈등 속에 서양을 배우고 경쟁해 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진 것이며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의 많은 젊은이들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문화를 수용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문화가 아닌 핼러윈을 기념하려 모였다며 젊은이들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태원의 핼러윈축제가 젊은이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고 또 다른 우리식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같은 언어로 같은 교육을 받아도 견해 차이로 분쟁을 겪는데, 전혀 다른 나라의 풍습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의견의 충돌이 없다면 일방적인 문화적 수용만이 있다는 의미로 오히려 더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핼러윈 축제를 대하는 세대마다 의견이 다르고 갈등이 발생하여도 이는 오히려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시대는 세대를 낳고 세대는 시대를 만든다고 합니다. 현재의 기성세대도 젊은 시절 과거의 기성세대와 갈등 속에 서양을 배우고 경쟁하며 오늘의 시대를 만들었듯 핼러윈 축제를 즐기는 오늘의 많은 젊은이도 앞 선 세대와의 이해와 갈등 속에 성장과 기회를 만들어 나가며 우리나라를 더욱 자랑스럽게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삼가 이태원에서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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