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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10.24 15:00:20
  • 최종수정2021.10.24 15:00:20

송용섭

농업미래학자·교육학박사

지난 7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산하 지역 연수원에서 장애인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4차산업혁명과 스마트팜'에 관한 강의를 요청받은 적이 있다. 장애를 지닌 자녀들의 일자리로써 스마트팜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마련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최근 이탈리아 등 유럽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발달장애인 청년들의 생산 복지적인 일자리로 농업이 주목받고 있으며, 전국 60여 곳의 사회적 농업 지원사업을 비롯하여 민간에서 새로운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발달장애(developmental disability)란 '선천적 또는 발육 과정 중 생긴 대뇌 손상으로 인해 지능 및 운동 발달 장애, 언어 발달 장애, 시각, 청각 등의 특수 감각 기능 장애, 기타 학습장애 등이 발생한 상태'로서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은 약 25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15세 이상의 발달장애인 약 20만5천 명 가운데 취업자는 약 4만9천 명으로 취업률은 2020년 기준으로 24%에 불과하고 지체장애인 취업률 44%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실정이다. 따라서 특수학교 또는 특수학급을 졸업한 발달장애인 청년들 대부분은 집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 청년 자신은 물론 그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가족, 보호자의 부담 또한 큰 실정이다.

발달장애인이 취업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곳은 대기업 자회사 형태의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나 복지관, 주간보호센터이며, 대부분은 정부로부터 보조받고 있는 한시적 사업으로 청소 등 단순 노동 또는 허드렛일이다.

최근 농촌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은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통합하는데 기여하는 농업 실천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2018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 지침에 따르면 사회적 농업의 실천 대상은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며, 농업 활동을 통해 돌봄, 교육, 고용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에서 기원한 유럽의 사회적 농업은 노동을 수행할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 재소자, 약물 중독자, 소수자 등의 통합을 지향하며 이들의 재활, 교육, 돌봄을 촉진하기 위해 농촌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지적장애인에 대한 의료적 치료보다는 생산적인 농업 활동을 통하여 증세를 완화 시키는 데 사회적 농업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사회적 농업은 복지농업, 농복연계로 표현되고 있는데, 복지농업은 장애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여가, 치료, 치유, 직업훈련, 일자리를 제공하는 농업 활동을 의미하며, 농복연계(農福連系)는 농업과 복지 측면의 연계를 통해 농업에서 장애인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와 거주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모든 노력을 총칭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달장애인들의 취업은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서 대부분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데 국한돼 왔다. 그러나 농업은 상품 포장, 나사 조립과 같이 반복적인 일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농업을 통해 자연과 더불어 심리적, 정서적 안정과 건전한 노동을 통한 만족감을 얻고 일자리를 확보한다면 발달장애인과 그들 가족의 삶의 질 또한 향상될 것이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팜과 식물공장은 미래 농업혁신 기술로서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상시적 일자리가 가능하므로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농업은 일상생활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농업을 통해 심리적 안정, 육체적 건강 회복, 일자리로서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치유농업에서 시작해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돌봄을 포함하는 농업이다. 초기에는 발달장애인의 치유와 돌봄이 중심이 되겠지만 지속적인 교육, 훈련을 받고 발달장애인의 개별 특성에 맞는 작물을 발굴한다면 농업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로써 충분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따라서 국가와 지자체가 민간과 협력해 발달장애인이 참여하는 농장을 확대해 나간다면 장애인들이 농업이 주는 치유의 힘을 느끼고 즐겁게 일하면서 비장애인들과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발달장애 청년들은 이런 농장에서 자신의 적성과 역량에 맞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교육, 치유, 돌봄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으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생산적인 역할을 멋지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발달장애인들의 희망을 농업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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