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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0.22 15:32:29
  • 최종수정2015.10.22 15:32:29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꽃다운 나이 탱탱한 그 때 그들은 잠시의 이별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 하루하루가 벌써 60여년을 훌쩍 넘어버렸다. 그 긴긴 시간들 그리워하고 애닯아하며 단 한시도 마음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없었던 그들이었다. 이제 몸도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질 않고 정신줄도 오락가락하지만 헤어진 아내, 남편을 생각하면 그간의 시간들이 훌쩍 사라지고 그때 그 마음으로 돌아간다.

체제가 무언지 그렇게 갈라진 나라는 다시 이어지지 못하고 멀리에서 그리운 그 님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기만 했었다. 그래도 죽기 전에 한번은 만나는구나 하며 떨리는 가슴 부여잡고 상봉장에 나선 그들!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이렇게 얼굴을 보고 살아 있음에 감사하지만 이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볼 수가 있을까. 이미 나이들이 80대가 지나버린 그들에게 내일이 있을까· 그래도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나자며 손을 꼭 잡고 건강하라는 말로 내일을 기약한다.

그리 먼 거리도 아니고 바다를 건너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그들은 갈라진 한반도의 이쪽과 저쪽에서 그리움으로 한평생을 보내야 했다. 살아 있음을 확인한 다음에도 해 줄 것이 없다. 편지 한 장 쓸 수 없고 어디에서나 터지는 휴대폰으로 전화도 할 수 없다. 그저 기다릴 뿐 또 요행히 이산가족 상봉의 기회가 주어지길 기다린다. 그리고 통일의 그날을 기다린다. 그들의 늙고 약해진 모습에는 내일이라는 실체가 멀리 보인다.

2000년부터 시작된 이산가족 상봉은 햇수로 15년이 흘렀지만 총 20차례 만남밖에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3-4년에 한번 정도 만날 수 있었고 그것도 한정된 인원만 허락되어 전체 이산가족에게는 이렇게라도 만남을 가지는 것이 복권처럼 쉽지 않은 행운으로만 여겨진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전 세계에 어디에 있거나 문자와 영상의 주고받음이 자유로운 시대에 차로 달리면 몇 시간 안되어 도착할 땅의 이쪽과 저쪽은 철저히 차단되어 가족들마저 함께 사는 것이 어렵다. 전화나 편지도 할 수 없고 그저 기다리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 기회를 잡은 사람들은 1차로 394명, 2차로 188명이 2박3일간 6번 만나게 된다. 2박3일간 쭉 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어진 2시간 정도를 지정된 장소에서의 만남만 허락되는 것이다. 제법 많은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1차로 만남을 갖는 394명은 북한에서 만남을 신청한 96가족의 인연이고 2차 만남자는 남측의 90가족이 신청한 188명이다. 남한에서만 이산가족 만남을 신청한 사람만 6만6천여 명인데 이렇게 보면 정말 선택된 소수만이 가족상봉을 하게 된 것이다.

그들의 나이를 볼 때 마냥 기다리라는 말로 그들의 아쉬움을 달랠 길이 없다. 시간은 유수와 같아서 마음에 옹이를 만들 긴 시간이었지만 또한 쉬지 않는 시간이기에 언제 그들의 명이 다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가족들의 상봉을 바라보는 그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그렇게 힘든 만남을 가지고 그러한 기다림을 가지고 있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있는데 정부도 언론도 조급증과 안타까움 보다는 의례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 한다. 이제 저 1세대가 생을 달리하면 그들의 가족관계는 누가 바로잡을 수 있을까.

과거 이산가족의 상봉을 톱뉴스로 다루며 생중계를 하던 때도 있었건만 벌써 매너리즘에 빠진 건지 9시 뉴스에도 별달리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6만 6천여 명은 상봉장면을 보고 또 보고 그들이 그리는 사람들을 그릴터인데 안타깝다. 이제 몇 번의 기회가 남아 있을까· 변덕이 많은 남북관계라 정기적인 만남을 기약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남을 가진 사람이나 아직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나 미래는 답답함 뿐이다. 그러니 그리운 사람의 모습을 보고 돌아오려는 그길은 눈물만 뿌려질 뿐이다. 이 눈물로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이 한없이 안타깝고 한스러울 것이다. 더 시간이 가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만나게 해 주어야 하는데 체제의 벽이 높다. 해마다 4천여명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유명을 달리하고 있으니 인도적차원에서도 체제의 예외를 두어 한시적으로 고령의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정기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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