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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순례단과 함께 미호천을 걸었다. 순례단은 대운하 건설에 위협받는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하여 불교를 비롯한 4대 종교의 성직자들이 물길을 따라 순례하는 100일간의 대장정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그동안 남한강, 낙동강, 영산강을 거쳐 금강본류를 따라 우리 고장 미호천까지 물줄기를 따라 순례자의 마음으로 걸어온 것이다.

미호천의 강둑을 따라 걸으면서 새삼 느낀 것은 아름다운 풍광과 생명에 대한 경이였다. 왜 미호천(美湖川)이라고 이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우리 주변의 강둑길은 생활 속에서 멀어진 옛길이 되고 말았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그 길을 걸었다. 가까이서 바라본 미호천은 도심 속의 산수화처럼 아름다웠고, 그 속에는 무한한 생명체가 깃들어 있었다. 그야말로 ‘생명의 강’이라는 것을 가슴으로 확인하였다.

강 주변에는 개망초, 애기똥풀 등 수십 종의 꽃들과 나무가 자라고 있었으며, 이름 모를 새들이 쉬어가는 낙원이었으며, 물고기를 비롯한 크고 작은 생명들의 원천이었다. 또한 물길을 따라 펼쳐진 논밭에서는 이 강물은 생명의 젖줄이었으며, 그 속에는 우리 인간들이 살아온 삶의 역사들이 살아 있었다. 이런 강을 따라 걸으면서 확신한 것은 ‘자연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평범한 사실이다.

자연은 만 생명의 터전이다. 인간이 무슨 권리로 만 생명의 근원이며 본체인 강물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인간 중심의 개발은 수많은 생명들의 터전을 강제로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들은 그 때마다 인간들의 오만과 횡포 앞에 상처받고 신음하며 죽어간다. 이런 살생의 인과를 어찌할 것인가. 결국 그 인과는 부메랑처럼 우리 인간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미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환경 재앙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인간은 대대로 은덕을 베푼 자연을 배신해서는 결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 다시 말해 인간들의 도전과 폭력을 말없이 포용해준 그 은혜를 져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순례에 함께 동참했던 이현주 목사는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못된 자식보다 자연의 은혜를 모르는 우리 후손들을 일러 더 못된 ‘후레자식’이라고 일갈했을까.

또한 생명평화순례단은 하루의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생명의 강을 향해 매번 큰 절을 올리고 출발하곤 하였는데 이 모습이 내겐 또 다른 충격이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존경하는 스승에게는 수없이 절을 했지만 일상으로 마주하는 자연에게 감사의 절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과 숲을 향해 머리 숙여 하심(下心)한 적도 없었다. 아마도 그 충격은 그 동안 자연 앞에서 마치 절대자처럼 군림해왔던 내 자신에 대한 자괴요, 성찰이었을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우리는 자연을 숭배하고 모셔야 한다. 자연을 경시하고 업신여기는 마음에는 상생과 조화가 있을 수 없고 인간의 독선과 이익만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문명이전의 마음으로 자연의 품에 안길 때 우리 삶은 평화롭게 자연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먼지 이는 흙길의 미호천을 걸으면서 순례단들을 왜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강물이 산을 넘지 않듯 순리대로 살아야 할 것 같다. 직선으로 난 강물보다 곡선으로 흐르는 강물이 아름답다. 직전은 속도요, 곡선은 여유다. 또한 직선은 인간의 문명이요, 곡선은 자연이다. 그러므로 우리 산하에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최상의 보존이며, 더 나아가 보존하는 것이 꼭 해야 하는 개발이다.

강둑을 따라 걸어보라. 수경스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그동안 자연과 사람 그리고 자신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일에 너무 서툴렀다. 강둑길은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에 대해 전율하는 또 하나의 감동을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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