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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봄 학기부터 대학 강단에서 ‘불조직지심체요절’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을 다시 만나고 있다. 원문을 가지고 ‘직지’의 내용을 살펴보고 있는데 선사들이 남긴 옛 글을 마주하는 재미가 새롭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경전과 어록이 참으로 많은데도 불구하고 600여 년 전에 왜 주자(鑄字)를 이용하여 ‘직지’를 인쇄하였을까?

그 해답은 ‘직지’의 책장을 넘기면서 주술처럼 술술 풀어졌다. 불교도가 아닌 사람은 다소 어려운 문장이 될 수 있겠으나 지혜와 명상을 공부하려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친절한 길잡이가 되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아마도 이러한 좋은 보감(寶鑑)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은 소박한 염원이 있었으리라. 그랬으므로 백운(白雲)화상은 75세의 노구(老軀)에도 손수 등불을 밝히고 이 책의 내용을 다듬고 보충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직지의 부제를 ‘백운화상초록(白雲和尙抄錄)’이라고 달았다. 즉, 노사(老師)가 부처님과 여러 큰스님들이 남긴 중요한 말씀을 손수 베껴서 정리했다는 뜻이므로, 요즘 말로 풀어본다면 ‘마음을 밝히는 307가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엄밀히 따지자면 백운화상은 직지의 편역자(編譯者)인 셈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 책에는 과거의 일곱 부처님을 비롯하여 인도의 28조사(祖師)와 중국의 110선사 등 145가(家)의 법어를 가려 뽑아서 307편으로 읽기 쉽게 상하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마음 찾기’와 관련하여 명사(明師)들이 남긴 긴요한 가르침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마음이라는 복잡한 퍼즐을 풀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해 놓은 일종의 압축 파일인 셈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마음이 곧 부처’임을 주장하는 고려 선종(禪宗)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선풍(禪風)을 널리 떨치려는 목적에서 '직지’를 편찬하고 유포하였으리라 믿어진다. 그 과정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하는 획기적인 연구와 시도가 당연히 있었을 것이고 그런 노력은 인쇄술의 발달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직지’를 간행할 때 활자본의 서문은 성사달(成士達)이 적었으며, 목판본 서문은 목은 이색의 이름이 올라있다. 고려 후기의 대표적인 두 문장가가 아름답고 간결한 문체로써 후학들에게 읽어볼 것을 강력 추천할 정도로 그 사상이 훌륭하고 뛰어난 것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 학생들과 함께 ‘직지’를 읽으면서 행간마다 ‘무심(無心)’이라는 법문이 수 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심은 차별이 없는 깨달음의 경지를 말한다. 번뇌와 망상이 일어나기 이전의 청정한 본성을 다른 말로 무심이라고 한다. 이 뜻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미혹과 욕심에서 자유로울 때 비로소 평화로운 마음을 지닐 수 있다는 가르침일 것이다. 그래서 청주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는 무심천의 이름도 이 법문에서 유래된 말이다. 강물이 물길을 따라 흐르듯 욕심 없이 현재의 삶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일도 필요하다. 강물은 직선보다 곡선으로 흐르며 굽이굽이 물길을 만든다. 돌아가는 지혜와 여유가 있어서 우리 산천의 강물은 아름답다. 우리의 인생 또한 위기와 고난을 받아들일 때 강물처럼 평화로울 수 있으므로 이 ‘무심’의 법문은 무심천의 강물을 따라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독일이 자랑하는 구텐베르그의 ‘42행 성서’보다 70년이나 앞서 간행된 주자본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자부심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불경을 인쇄했다는 종교적 배경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외형의 복원보다는 ‘직지’가 간직하고 있는 가르침을 되살리는 일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복원이다. 이러한 일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도덕성 회복이나 신뢰성 회복과도 서로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청주가 왜 청주인가? 탐냄도 성냄도 내려놓고 맑은 물처럼 강물을 이루어 살아가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 흥덕사에서 간행하였던 ‘직지’는 그 시대 민중들의 지남(指南)이 되는 교과서 역할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때처럼 마음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소욕지족의 삶을 실천할 줄 아는 자세로 전환할 때 선조들이 남긴 문화적 자존심을 지켜가는 일이다. 그러므로 청주의 각 대학마다 ‘불조직지심체요절’을 교양과목으로 편성하여 시공을 넘어 백운화상의 그 염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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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