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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자원이 미래의 운명 ⑥산림과 바나웨의 생활

논두렁 길이 2만km ‘지구 반바퀴’

  • 웹출고시간2008.11.02 19:37:2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 주

2천년동안 높은 산간지방에서 벼농사를 위해 등고선 경작을 해오면서 자손대대로 삶을 영위해 오면서 인간이 환경을 정복하고 자연을 보존하면서 조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필리핀의 바나웨.
필리핀의 자랑이자 세계8대 불가사의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바나웨의 라이스테라스(rice terrace)는 이곳의 원주민인 이푸가오족이 오랜 세월동안 일구어 낸 것으로 산비탈에 끝없이 펼쳐져 잇는 등고선식의 논이 장관이다. 이곳의 논두렁을 모두 이어 놓으면 약 2만km로 지구를 반바퀴도는 거리라고 한다.
이푸가오의 계단식 논은 인간과 환경 사이의 정복과 조화가 잘 표현된 아름다움 때문에 지난 1995년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필리핀 바나웨의 라이스 테라스는 논두렁 길이만 2만2천400km다.

#눈물겨운 삶의 흔적

자연과 인간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필리핀의 ‘라이스 테라스’라고 불리우는 계단식 논은 우리나라의 계단식 논을 연상케 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제도중 인간이 주어진 자연을 생존의 필요에 따라 적절히 일궈가면서 만들어낸 특이한 경관을 ‘문화경관’이라고 부른다. 이같은 문화경관에 가장 걸 맞는 곳이 필리핀의 바나웨 ‘라이스 테라스’다.

마닐라에서 340km의 거리를 차를 타고 10시간을 달리면 산악지대인 이푸가오족이 생활하고 있는 바나웨에 도착한다. 평지가 없는 이곳은 산악지대이지만 원주민들은 쌀을 생산하기 위해 단 한뼘의 땅이라도 놀리지 않고 논으로 만들어 벼를 재배했다.

산비탈에 돌을 차곡차곡 쌓아 둑을 만들고 물을 가두어 벼를 재배해 오면서 2천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

쌀은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다른 작물보다 많고 영양소도 골고루 갖추고 있음을 이푸가오족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2천년 역사의 논

바나웨의 라이스 테라스는 비탈진 경사면에 계단식 논을 만들어 오면서 가장 높은 논과 제일 아래 부분의 논과의 높이는 1천m이상 차이가 난다.

가족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경작을 할 수 있는 땅은 제한돼 있다 보니 생각한 것이 계단식 논이었다.

사실 이곳을 찾아가보면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여 외부로 나가는 길이 거의 제한돼 있다.

이곳에서 만난 인마야(여)씨는 “오랜세월 비좁은 땅에서 살다보니 쌀을 얻기 위해 둑을 쌓아 논을 만들어 왔다”고 말한다.

손바닥 만한 논들이 이리저리 얽히면서 마을의 중앙에 있는 산부터 이웃한 다른 산까지 모두 논으로 이어져 하늘에 닿을 정도로 계단식 논이 이어져 있다.

‘천국을 오르는 계단’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장관인 이 곳의 논둑은 길이가 2만2천400km로 지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거리라고 한다. 생존을 위한 인간의 노력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푸가오족의 전통가옥으로 아래층은 돼지나 닭 등을 기르고 2층에서는 사람이 생활한다.

#이푸가오족의 생활

이푸가오족들은 ‘땅의 사람’ 또는 ‘언덕으로부터’라는 뜻의 어원을 갖고 있다. 이들이 이곳에서 이같은 생활을 해온 것은 기원전 3세기부터라고 한다.

필리핀의 토양은 화산재로 덮힌 지역이 많아 지력이 약해 벼가 잘 자라지 못한다. 이같은 단점을 이푸가오족은 3모작과 함께 자투리 땅도 놀리지 않는 다는 부지런함과 끈기로 삶을 영위해 왔다.
이들의 쌀에 대한 애정은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매년 추수때가 되면 외지에 나가 있던 사람들도 고향인 이곳을 찾아 쌀을 수확하고 쌀로 빚은 술과 닭, 돼지고기 등을 제상에 올려 조상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헤드헌터(head hunter)'라고도 불리우고 있는 이푸가오족은 코딜레 산맥을 끼고 본톡족과 사가다족이 살아 오면서 논 농사에 필요한 물 전쟁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가뭄이 들때면 물 전쟁은 부족간의 다툼으로 번지게 되고 남자들은 모두 전쟁터에서 사망하거나 다치게 됐다.

이후 남자들이 결혼을 하려면 다른 부족의 목을 베어 오면 결혼을 허락했을 정도로 물 분쟁이 치열했다. 이후 이들에게는 ‘헤드헌터’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게 됐다.

가옥은 원두막처럼 네 개의 기둥을 세워 아래에는 돼지와 닭, 개 등 가축을 기르고 위에는 사람이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생활해 왔다는 전통 가옥을 보면 이들의 생활상을 가늠케 된다.

바나웨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푸가오족의 노인들은 자신들의 나이조차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이름도 해와 달과 별을 따서 지었다.

#이푸가오의 농법

몇 개인지 수도 셀 수 없는 라이스 테라스는 바나웨(해발 800m)의 경사가 60~70도인 산비탈을 따라 작게는 1㎡부터 크게는 30여㎡, 혹은 그 이상의 논 수만개가 벽돌을 쌓아 놓은 것처럼 장관을 이룬다. 인간이 자연과 완벽한 조화로움을 이루어 가면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부족간의 싸움에 밀려 이푸가오족이 바나웨로 정착한 이후부터 이곳에서는 농경생활이 시작됐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들은 오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계단식 논을 개간하고 농작물을 경작했다. 가파른 비탈길은 가축이나 수레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인간의 힘만으로 이같은 대역사를 이루어 낸 것이다.

가축을 이용해 논을 갈고 써레질을 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사치다. 모든 것을 인간의 힘으로 간단한 농기구를 이용해 경작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은 100% 유기농산물이다. 이들은 지금도 농약이나 비료를 모르고 살아오면서 벼가 익으면 수확을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논바닥에 까맣게 깔려있는 다슬기가 해충을 방제하고 나뭇잎을 꺾어 잠겨놓은 논이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있다고 이푸가오족은 믿고 있다.

벼는 수확을 하면 우리나라처럼 탈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벼 이삭만 잘라 모아 보관하고 밥을 지을때마다 빻아서 사용하고 있다.


#우든 스쿠터

'우든스쿠터', 일명 나무로 만든 자전거는 이푸가오족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동시에 놀이기구다.

평지가 전혀 없는 이곳은 나무로 만든 자전거로 내리막길을 내려 달린다. 페달도 없이 발로 땅을 박차고 달리는 우든 스쿠터를 보면 문명이 이곳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난 9월25일 첫 우든스쿠터 타기 대회를 개최한 이푸가오족은 내년부터는 4월에 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바퀴와 핸들, 안장까지 모두 나무로 제작한 우든스쿠터는 현대문명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신기함 그 자체다.

대회에는 이푸가오족의 전통의상을 입은 청장년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족중 부모나 부인이 우승을 기리는 목걸이 등을 목에다 걸어주곤 한다. 5km의 내리막길을 4회 달려 최단시간에 달려간 자에게 우승이 주어진다. 우승자에게는 많은 상금이 주어져 젊은이들에게는 최고 인기있는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바나웨에서 바기오로 통하는 험악한 산악도로는 차량으로 7시간씩 걸릴 정도로 오지다.

#변화의 삶

예전 호롱불 아래에서 생활하던 이푸가오족에게 전기가 들어오고 초등학교가 생겨나면서 젊은사람이나 청소년들은 도시로 나가고 지금은 농사짓는 사람이라고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젊은이나 노인, 부녀자들이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3모작을 하던 라이스테라스는 지금은 1모작을 간신히 할 정도다. 수천년을 이어온 라이스테라스가 최근들어 명맥을 유지하기 조차 어려워 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생활과 라이스테라스가 알려지자 지금은 호텔도 생기고 토속상품전도 생겨나고 있다. 쌀농사는 식량조달을 위한 방편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관광객을 상대로 한 다양한 상점과 상술이 들어오고 있다. 농사를 짓는 것보다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수입이 더 많다고 말한다.

아기를 안고 전통의상을 입고 물건을 팔고 있는 로라(여.28)씨는 “남자들의 거의 대부분 외지로 나가고 지금은 여자들과 노인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로라씨의 가족은 4대가 한집에서 살고 있다. 제일나이가 많은 인마야씨와 인마야씨의 딸인 우가리, 우가리씨의 며느리 우간, 우간씨의 며느리 로라씨가 한집에서 살고 있다.

로라씨를 제외하고는 현재 자신의 나이조차 잊어버리고 살고 있다. 이들의 이름은 ‘해’ ‘달’ ‘별’을 본따 지었다고 한다.

“나이가 몇이냐”는 질문에 “나이는 모른다”고 답하는 이들을 보면서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바나웨의 미래를 생각해본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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