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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죽음을 넘나드는 수술을 하고 병원에서 회복 중일 때였다. 장기들이 자리를 잡는 일정한 시간이 지날 때까지 물 한모금도 먹지 못하게 하는 거다. 온몸을 예리한 바늘로 쉬지 않고 찔러대는 살인적인 고통 못지않게 견디기 힘든 건 갈증이었다. 입안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듯해서 거즈에 물을 조금 묻혀 입술을 적시게 해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때 간호사가 오더니 거즈의 물도 물이라며 뺏는다. 참으로 야속했다.

심히 고갈 상태일 때 절대 필요한건 오직 물이다. 금보다 귀하다는 자식도 생명같이 여기는 돈도 아니다. 억 만 번 들어도 기분이 좋다는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다한들 소용없다. 오직 물, 단 한 모금의 물이다. 군대에 다녀온 남성들이 행군훈련 중 논바닥에 고인 물을 마신 적도 있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논물을? 했었다. 그러나 극심한 갈증의 고통을 뼈저리게 직접 겪어보니 그 말에 공감이 간다.

우린 어느 때 갈증을 느낄까. 보통은 운동한 뒤나 목욕 후 일거다. 그럴 때 그냥 물을 마시면 갈증해소는 그때뿐이고 다시 갈증을 느끼게 된다. 나중에는 뱃속에 물만 가득하여 여러 가지로 불편하게 된다. 이럴 때는 나의 경우 물보다 유자차를 진하게 달여 마시거나 그렇지 않으면 꿀물이라도 타서 마시면 쉽게 갈증이 해소된다. 아마 그것은 단 것이 우리 몸속에서 쉽게 분해되고 흡수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혼의 갈증을 느껴보셨는가? 살다보면 가슴에서 윙윙 바람소리가 났던 경험 한번쯤 누구나 할 수 있다. 자아상실감으로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고, 삶이 무미건조하여 늘 우울할 때, 사람들은 무엇으로 그 터널을 벗어날까. 냉장고에 음식이 가득함에도 수시로 느껴지는 공복감…. 이 무슨 배부른 소리인가. 죽을 것처럼 목이 탈 때는 한 모금의 물이 필요했지, 영혼문제나 정신세계는 생각할 여지가 없지 않았던가.

그러나 사람은 떡만 먹고선 행복할 수 없다. 사람이니까 고독을 느끼는 거라고 노래한 시인의 말처럼 사람에겐 의식주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다. 인간은 그 뭔가를 향해 끝없는 갈증을 느끼며 사는 존재이다. 이 영혼의 갈증도 만만찮은 고통을 주어서 육신의 갈증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것들은 암세포처럼 심연 깊은 곳에 똬리 틀고 있다 기회를 포착하면 수시로 올라와 툭툭 쳐대며 괴롭힌다.

물질만능시대라지만, 그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목마름을 어찌하나. 삶이 푸석거리고 가슴이 헛헛하여 허허로운 벌판에 서있는 것 같은 외로움을 어찌한단 말인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그 허기를 채우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돈이나 권력, 명예를 쫒아보지만 모든 것은 지나가고 갈증은 또다시 찾아온다. 이치를 깨달아 심오한 도를 남긴 현인들이나, 뛰어난 능력으로 과학이나 학문에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해서 영혼의 갈증을 피하는 특혜를 누리었다는 것을 들어 보지 못했다.

그런데, 기적처럼 찾아온 사랑이 영혼의 갈증을 해소시킨다. 육신이 심히 고갈상태일 때 그 갈증을 해소하는 건 오직 물 한잔인 것처럼, 영혼의 고갈을 해소하는 것도 사랑밖에 없는 것 같다. 꿀물이나 유자차처럼 몸속에서 쉽게 분해되고 흡수되는 달콤한 그 사랑에 매여 종처럼 끌려 다녀도 표정이 환하다. 가슴 밑바닥에선 파란물줄기가 반짝거리며 생수한잔을 마신 것처럼 시원하고 기쁨이 강처럼 흐른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사면이 꽉 막혀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서리까마귀가 할퀸 것처럼 심장이 아프고 가슴이 휭 할 때, 가만히 어깨를 안아주는 그 달콤함이라니…. 내가 주는 사랑으로 인하여 누군가가 반짝거리는 영혼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보다 비교할 수 없는 희열은 없으리. 생수 한잔 같은 기적 같은 사랑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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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