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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교토(京都)는 우리나라 경주와 같은 곳이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천년의 고도(古都)로서, 서기 794년부터 1868년까지 약 1,100년간 일본의 수도였던 곳이다. 그래서 교토는 일본 문화의 일번지로서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도시다.

또한 교토는 제2차 세계대전 때도 그 문화적 가치로 인해 폭격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할 정도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국보와 보물을 보유하고 있는 유서 깊은 도시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이 문화적 자긍심으로 내세우는 제일의 도시, 교토에는 그 역사와 전통만큼이나 신사(神祠)와 사찰이 즐비하다. 현재 교토에만 200개가 넘는 신사와 2000개에 달하는 절이 있다고 한다.

그 옛날에는 교토에 사찰이 6000개가 넘었다고 하니 한 길 건너 절이 아니었을까? 교토를 보고 있으면 우리의 경주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보면, 서라벌에 절이 별처럼 총총하고 탑이 기러기처럼 늘어서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사람 사는 집이 반이고 스님이 사는 절이 반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토와 경주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을 불국정토로 구현하려는 염원이 있지 않았을까?

현재까지 남아 있는 교토의 대표적인 사찰로 흔히 금각사(金閣寺)와 동본원사(東本願寺)와 서본원사(西本願寺)를 꼽는다. 그리고 교토 시내와 야경을 한 눈에 즐기려면 청수사(淸水寺)를 참배한다. 그러나 일본 불교의 현주소를 바로 알려면 히에이산(比叡山)를 놓쳐서는 안 된다.

히에이산에는 본당에 해당하는 연력사를 비롯하여 3000여의 크고 작은 암자들이 있다. 이 암자들을 다 참배하려면 한 달 정도 머물려야 가능하단다. 한마디로 일본불교의 성지다.

이 곳에서 일본 천태종의 개조(開祖)인 사이쵸오(最澄767~822)스님이 많은 제자를 배출하여 정토종, 염불종, 임제종, 정토진종, 조동종, 일련종 등 각 종파의 종조(宗祖)를 탄생시킨다. 따라서 히에이산은 일본불교의 법맥과 종파가 발생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현지에서는 히에이산을 일본불교의 모산(母山)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역사를 대변하듯 산 전체가 법당이고 절이다. 그래서 일본의 고승 지엔오쇼오(慈圓)스님은 히에이산을 이렇게 칭송했다.

“세상에 산이라고 불리워지는 산은 많지만, 산이라고 하면 ‘히에이산’만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일본 불교에서 말하는 히에이산의 자부심이다. 그래서 교토불교의 중심은 히에이산의 스님들이고, 히에이산의 스님들은 일본불교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위치에 있다고 한다.

히에이산의 중심법당인 곤본쥬우도오(根本中堂). 그 규모와 높이가 법주사 대웅보전의 몇 배는 될 것 같다. 본당으로 들어가면 고찰의 향기가 물씬 풍기고 절로 경건함이 묻어난다. 부처님은 예배하는 곳에서 멀리 앉아 계시고 온화한 상호도 커튼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부처님의 얼굴을 잘 볼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는데 일본 사찰에서는 어디건 머리를 땅에 닿을 정도로 낮추어야 간신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자신을 최대한 낮추어야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일까?

법당 안에는 불멸(不滅)의 법등(法燈)이 참배객의 신심을 자극한다. 개창조인 사이쵸오(最澄)스님이 열반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불이 꺼지지 않으면 이 곳에서 진리의 등불이 영원하리라”

그래서일까, 1200년의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법등은 한 차례도 꺼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불을 밝히고 있다. 매일 기름을 등잔에 부어주는데, 그 천년을 밝혀온 등불을 밝히기 위해 기름을 시주하는 불자들이 줄을 잇는다.

일본 불자들은 오체투지를 하지 않는다. 무릎을 꿇고 합장을 하고 기도를 한다. 우리나라 불자 같으면 이런 ‘불멸의 법등’에 감동되어 3000배를 하고도 족히 남았을 터이다.

무엇보다 일본사찰의 아름다움은 정원이다. 절마다 꽃과 나무를 보물 다루듯 정성스럽게 가꾸고 있었는데, 특히 히에이산 천룡사(天龍寺)의 정원은 그 자체가 하나의 명품이다. 본당(本堂)앞의 정원은 일본 사찰의 대표적인 조경으로서 국보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다. 일본의 정원을 감상하려면 사찰로 가야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절에서는 수 천 평에 가까운 정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정원에는 노송과 귀한 수종들이 자라고 있으며 연못에는 연꽃이 만발하다. 절 안에 정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원 속에 절이 있는 구조라고 할까. 나무 사랑하는 일본 사람들의 성품이 불심으로 승화되어 마치 극락세계를 옮겨온 듯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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