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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02.11 17:43:2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근래에 법당 처마에 새 풍경(風磬)을 달고부터 제법 산사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법당의 품위도 살아나고 수행 도량으로서의 경건한 느낌이 있어서 좋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풍경은 경책의 의미를 지닌 도구로서 수행자의 방일이나 나태함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풍경의 방울에는 고기 모양의 얇은 금속판을 매달아두는 것이 상례인데, 여기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절에 덕이 높은 스님과 제자 한 명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젊은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어기고 제멋대로 생활하며 수행을 게을리 하다가 어느 날 몹쓸 병에 걸려 그만 죽고 말았다. 그 제자는 죽은 뒤에 물고기의 몸으로 다시 태어났는데 아주 형상이 특이하였다고 한다. 조그마한 나무가 물고기 등에 솟아나 있는 모양이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 자꾸 나무가 자라면서 등을 짓눌러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다.

하루는 그 스승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려는데 등에 커다란 나무가 자란 물고기가 뱃전에 머리를 들이대로 슬피 우는 것이었다. 스님이 깊은 선정에 들어 물고기의 전생을 살펴보니 그 물고기는 바로 일찍 죽은 자신의 젊은 제자였다.

“스님, 평소에 수행을 잘 하지 못한 과보로 이렇게 고통스런 미물로 태어났습니다. 옛 인연을 불쌍히 여겨 저를 위해 해탈의 법문을 일러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면서 고기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스승은 가여운 생각이 들어 그 제자를 위하여 수륙재를 베풀어 물고기의 몸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날 밤 스승의 꿈에 물고기가 되었던 제자가 나타났다. 제자는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며 다음 생에는 참을 발심하여 공부할 것을 다짐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스님, 제 등에 난 나무를 베어서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어 높은 곳에 매달아 주십시오. 제 소리를 듣거나 제 모양을 보는 이들마다 교훈이 되어 열심히 정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강이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에게는 해탈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이 될 것입니다.”

스승은 제자의 부탁에 따라 나무를 베어 물고기 모양을 본뜬 목어(木魚)를 만들었다.

풍경에 매달린 물고기처럼 수행자는 잠을 줄이고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 고기는 잘 때에도 눈을 감지 않는다. 수행자의 구도 자세는 바로 이 같아야 할 것이다. 나는, 풍경 소리를 들을 때마다 고기로 태어났던 그 스님의 발원이 와 닿는다.

절에서 지금 쓰고 있는 목탁 또한 목어에서 변형된 법구이다. 목어가 긴 고기 모양임에 비하여 목탁은 둥근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대추나무로 만들어진 목탁의 소리가 가장 좋다. 그러나 박달나무, 살구나무, 은행나무로 만든 목탁이 널리 쓰이고 있다.

큰 목탁은 대중을 모을 때나 밥 먹는 시간을 알릴 때 사용하며, 작은 목탁은 예불이나 독경할 때 쓴다. 자세히 보면 둥근 형태를 취한 목탁 앞부분의 긴 입과 입 옆의 두 눈은 고기의 모양을 상징하고 있다. 손에 들고 치는 것은 손잡이가 있고, 포단 위에 높고 치는 큰 목탁에는 고기 몸체의 비늘 모양을 새겨 넣어 용두어신(龍頭魚身)의 형태를 나타낸 것도 있다.

목탁은 소리가 맑고 멀리 울려야 좋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새벽에 일어나 예불을 할 때 커다란 목탁을 치는 것도 온 도량을 쩌렁쩌렁 울리기 위해서이다. 악기가 좋아야 연주가 잘 되듯 목탁 소리가 좋아야 염불소리 또한 청아하다.

우리가 흔히 민중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을 ‘사회의 목탁’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목탁이 지니고 있는 목어 유래의 정신 때문이다. 법당에 풍경을 새로이 달고부터는 늦잠 자는 습관이 달라지고 있다. 풍경소리를 듣고 누워있으면 수행자는 눕는 일보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자세가 습의(習儀)가 되어야지 싶다.

해질녘에 듣는 풍경 소리는 어쩐지 적요하게 느껴지고, 삼경이 지난 늦은 밤에 듣는 풍경 소리는 그윽하다. 가끔 풍경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일 때가 있다. 아직도 풍경소리에 마음이 흔들리는 세속적인 번뇌가 남아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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