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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7.20 20:15:5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집현전(集賢殿)은 세종대왕이 직접 만들지는 않았다. 고려시대에도 존재했다. 고려 인종은 연영전(延英殿)이라는 기구를 집현전이라 개칭, 운용했다. 그러나 집현전은 고려 때와 조선의 건국 초기까지에도 별다른 활동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집현전을 확대·개편, 본격적인 학문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킨 사람이 세종이다. 그는 집현전 학자들이 학문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한다. 그중 하나가 집현전 휴가제다.

'집현전 부교리 권채(權綵)와 저작랑 신석견(辛石堅)·정자 남수문(南秀文) 등을 불러 명하기를, "내가 너희들에게 집현관을 제수한 것은 나이가 젊고 장래가 있으므로 다만 글을 읽혀서 실제 효과가 있게 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각각 직무로 인하여 아침 저녁으로 독서에 전심할 겨를이 없으니, 지금부터는 본전에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전심으로 글을 읽어 성과를 나타내어 내 뜻에 맞게 하고, 글 읽는 규범에 대해서는 변계량(卞季良)의 지도를 받도록 하라" 하였다'.-<세종실록>

이처럼 휴가를 줘 학문에 전념하게 한 제도를 사가독서(賜暇讀書)라고 불렀다. 본문 중에 남수문(1408~1443)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일반에게 다소 생경하지만 남수문은 당대에 문장으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다. 그는 1436년 중시 문과에 장원 급제한 후 집현전에 들어가 여러 대군들을 가르쳤다. 또 그는 통감훈의(通鑑訓義)의 편찬에도 참여하여 정인지 등과 함께 이를 주해하기도 했고, 집현전에서 장감박의(將鑑博義)를 편찬하자 그 발문을 쓰기도 했다.

통감훈의는 자치통감을 보다 잘 읽을 수 있도록 새김말과 뜻를 달아놓은 책을 말한다. 장감박의는 중국 역사시대 명장들의 지략 등을 모아놓은 병서로, 세종 이후로 변방 무장들의 필독서로 사용됐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남수문이 글의 정원, 즉 문원(文苑) 속에만 파묻혀 산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애주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두주불사형이었다. 그 정도가 좀 지나쳤는지 세종이 충고 겸 우스개 소리를 한다.

'남수문은 모두 문장에 능하였으나 술을 좋아하여 늘 과도하게 마셨다. 세종이 그들의 재주를 사랑하여 술을 마셔도 석 잔 이상 마시지 말 것을 명하였더니, 그 뒤로부터 연회에서 술을 마실 때면 두 공은 꼭 커다란 그릇으로 석 잔을 마셨는데 말은 비록 석 잔이라 하였으나, 실은 다른 사람보다 배나 되었다. 임금이 듣고 웃으면서 이르기를, "내가 술 많이 마시지 말라고 경계한 것이 도리어 더 마시기를 권한 것이 되었구나" 하였다'.-<연려실기술>

남수문은 문원의 학자답게 집현전에서 숙직을 서다가 사망했다. 그의 나이 36살로, 돌연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이 크게 슬퍼했다. '집현전에 숙직하던 남수문이 병이 심하므로 내의(內醫) 두 사람을 보내서 구료(救療)하였으나, 마침내 낫게 하지 못하여 드디어 죽으니, 사림(士林)이 그의 재주를 애석하게 여겼다. 특별히 관곽(棺槨)과 쌀·콩 아울러 10석, 종이 70권을 하사하였다'.- <세종실록>

남수문은 우리고장 인물이다. 그의 위패는 숙종 37년(1711)에 지어진 옥천 호계당우(虎溪堂宇)에 모셔져 있다. 그리고 그의 묘는 영동군 학산면 박계리 상지동의 덕령산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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