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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예인과 장인들 - '국악기의 달인' 조준석

15현 가야금 개발… 국악기 대중·세계화 앞장

  • 웹출고시간2009.12.03 19:46:06
  • 최종수정2014.07.20 13:29:11
◇ 배우기 쉬운 15현 가야금 개발

충북 영동군은 국내 최대의 포도와 포도주 생산지이며 소백산맥의 지류인 민주지산이 드넓게 펼쳐진 산자수려한 고장이다.

또 심천면 고당리에는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추앙받고 있는 난계 박연(1378∼1458) 선생의 생가와 사당이 있는 국악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런 '국악의 메카' 고당리에는 난계사,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과 함께 난계국악기제작촌이 있고, 이 제작촌의 촌장은 동재 조준석씨(47)다.

조씨는 가야금, 해금 등 국악 현악기 제작의 달인이고, 고대 현악기 복원의 1인자로 꼽히며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19호 악기장으로 지정돼 있는 국악계의 '보물'로 평가받고 있다.

조 촌장은 요즘 하루하루 설레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난계국악기제작촌에서 탄생한 해금, 저음해금, 가야금, 거문고, 산조아쟁 등 각종 국악 현악기.

그가 혼신을 기울여 만든 15현 개량 가야금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일 날이 가깝기 때문이다.

그는 "국악이 서양음악에 밀려 홀대받는 현실을 극복하려면 초등학교부터 국악교육에 나서 국민 모두가 1종 이상의 국악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야금, 거문고 등 전통 현악기가 5음계로써 7음계에 익숙한 학생들이 배우기 어렵고, 서양악기와 협연이 어려운 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악기의 음계를 7음계로 확장하고, 울림통을 크게 하여 음량을 키우고, 악기 크기를 휴대·연주하기 편리하게 조정하고, 디자인 역시 현대적 감각에 맞게 개량하는 것이 국악기 대중화와 세계화에 필수적"이라고 소신있게 말하고 있다.

그동안 국악기 개량에 연구 노력한 결과 15, 18, 20, 25현 가야금과 11, 14현 거문고를 비롯해 해금과 산조 아쟁 등 개량 악기를 탄생시켰고, 그 과정에서 특허 3건, 실용신안 3건, 디자인 1건 등 모두 13건의 지식재산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런 그가 처음 만들었던 15현 개량 가야금을 다시 보완·수정하여 야심작으로 만든 '초등학생용 15현 개량 가야금'이 오는 22일 연주회를 통해 세상에 처음 공개된다.

이 15현 개량 가야금은 기존 전통 가야금이 12줄인데 반해 도,레,미,파,솔,라,시,도,레,미,파,솔,라,시,도의 7음계 2옥타브 음을 낼 수 있도록 15줄을 매도록 하였고, 키도 전통 가야금이 145㎝인 것을 130㎝로 줄여 휴대 및 연주가 편리하도록 했다.'

또 공명통(울림통)도 전통 가야금의 폭이 22㎝인데 비해 33㎝로 늘려 음량을 더욱 풍부하게 했고, 줄(현)도 실 중심부는 기존의 것처럼 명주실을 넣고 그 외부는 나일론을 감싸게 하여 줄이 늘어지는 기존 현의 단점을 없앴다.

그리고 줄을 매는 것도 기존 전통 가야금은 한 번 풀어지면 전문가가 아니면 매기 어렵게 돼 있던 것을 나사조임식으로 바꿔 누구나 쉽게 줄을 매고 당겨 음을 맞출 수 있게 만들었다.

◇ 해금·산조아쟁 개량 특허 3건

조준석 악기장이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야심차게 개발한 15현 개량 가야금.

이번 개량 15현 가야금이 아름다운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는 조 촌장은 "지금은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에 가야금 1대 가격이 130만원대이지만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약간의 지원으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다면 대당 가격을 50만원대로 낮출 수 있어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학생과 국민들이 가야금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고 국악 대중화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내보였다.

그는 이에 앞서 국내에서 제작되는 전통 해금이 만드는 사람에 따라 몸통 길이, 굵기, 명주실 등이 달라 소리가 일정하지 않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요소들을 규격화하여 일정한 소리를 낼 수 있는 표준 해금도 개발하여 국립국악원에 기증하여 이 악기 소리를 들은 외국인들로부터도 찬사를 받기도 했다.

또 해금 울림통을 장구 울림통 절반을 잘라 붙여 실험한 것부터 시작하여 최종적으로는 8각형 울림통을 만들어 붙여 개발한 저음 해금도 국내 각 연주 단체마다 1~2대씩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전문가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해금 역시 기존 대나무 뿌리 울림통이 소리를 밖으로 분산시키는 단점을 갖고 있어 이를 해결하고자 직지활자와 금속공예의 대가인 박해도 명인과 함께 연구한 결과 울림통 양측에 은으로 띠를 만들어 상감기법으로 씌워 밖으로 퍼지던 소리를 안으로 끌어모아 주는 동시에 소리가 더욱 맑고 청아하게 나도록 개량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악기 개량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조 촌장이지만 우리 것, 우리 악기에 대한 애정은 그 어떤 국악인에도 뒤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악기는 나무, 줄 등 재료 역시 우리 것이어야 하고, 만드는 사람도 우리나라 사람이어야 우리의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중국에서 만들어진 국악기(?)가 범람하고, 국내에서 제조되는 국악기의 재료나 부품이 중국에서 만들어 진 것인 경우가 많고, 현재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국내산 오동나무 등이 향후 5년이면 고갈될 것 등을 우려해서 하는 말이다.

◇ 오동나무 5년 이상 건조해야 사용

5년 이상 자연 건조한 오동나무 등 국내산 재료로 심혈을 기울여 악기를 만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점검하는 조준석 악기장.

그는 악기에 소요되는 나무에 대해서도 "오동나무는 소리가 깊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소리가 깨끗하다"며 "나무를 벨 때도 동면에 들어가기 직전이 적당하고 봄에 베면 물이 올라 조직이 물러져 못 쓰고, 나무 중심부는 나이테 간격이 넓어서 소리가 처음엔 좋아도 조직이 물러서 갈수록 소리를 먹는다"고 세밀하게 간파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이미 10년 동안 쓸 오동나무를 창고에 구해 놓고, 뒤틀려 쪼개지거나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5년 이상씩 자연풍으로 건조하고 있다.

이렇게 국악기에 대해 애정과 남다른 연구개발을 하며 30년 이상 국악기를 만들어 온 국악기의 달인인 그는 "각각의 제품들에 정성을 기울이기는 하지만 진짜 훌륭한 명기(名器)는 3천대 정도 만들면 그 가운데 1~2대 나온다"며 "울림통하고 명주실, 안족 등 모든 요소들이 딱 맞아 떨어졌을 때 나오는 것이고 그런 명기는 일반에 팔지 않고 국악계 대가들한테 드린다"고 귀뜸했다.

이어 가야금같은 악기도 자신의 손을 떠나 연주자에게로 갔을 때 5년 정도는 지나야 완전히 무르익은 소리를 낸다고 한다.

"악기도 김치나 와인처럼 숙성기간이 필요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가 맑아지는 법인데 요즘 사람들은 기다릴 줄 모르고 처음부터 청아한 소리를 원해요"라며 안타까워 한다.

한편 조 촌장은 고대 악기 복원에도 군계일학의 재능을 보였다.

◇ 삼한·백제가야금 등 고대악기 복원

충북도 무형문화재 19호 악기장인 조준석씨(47)는 국악현악기 제작, 개량은 물론 고대 악기 복원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1997년에는 광주시 신창동 유적지에서 BC 1세기부터 AD 2∼3세기 마한·변한·진한지역 '10현 가야금'의 반쪽이 발견되자 그 복원을 자청했다.

중국 일본 고고학자들의 고증도 받고, 국내 학계 연구결과도 참고하여 결국 2005년 복원에 성공, 시연회를 열어 학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또 2006년에는 한양대박물관이 몇 년 전 경기도 하남 이성산성 유적에서 발굴한 '요고'와 1994년 대전 월평동 유적에서 몸통이 없는 8개의 구멍만 남아 있는 상태로 발굴된 백제시대의 8현 가야금인 '양이두'를 복원, 2000년 동안 잠자던 소리를 다시 깨워냈다.

조 촌장이 이렇게 국악기에 몰두하게 된 것은 집안 분위기에서 자연스러웠다.

전북 장수의 국악인 집안서 7남4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1977년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상경해 넷째 형인 대석씨(59)가 운영하는 악기 제작사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웠다.

◇ 국악기 집안서 30년 넘게 외길

그의 집안은 삼촌 조정삼씨(74·서울 국악예술고 가야금 제작소)와 다섯째 형 경석씨(56·경기 용인시), 여섯째 형 문석씨(52·충북 청주시) 등이 악기사를 운영할 정도로 국악기 집안이었다.

어린 나이에 국악기에만 집념을 쏟았고, 집안 재능으로 남다른 소질을 가졌던 그는 불과 3∼4년 만에 악기 제작에 두각을 나타냈고, 1985년에 스승인 넷째 형의 권유로 광주에서 악기 제작소를 개업했다.

벌써 그 때부터 그가 만든 거문고와 가야금은 소리가 맑아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관계자들이 증언한다.

그러던 그가 2001년 영동군이 난계국악기제작촌을 만들고 전국을 돌며 이를 맡길 적임자를 물색한 끝에 조 촌장을 찾아 강권하자 그는 국악 발전을 위해 기꺼이 이전, 홀로 공방에서 하루 14시간씩 일하는 고된 세월을 보냈다.

지금은 이 제작촌에서 매년 가야금과 해금이 각각 800여 개, 거문고와 아쟁이 각각 100여 개씩 생산해 전국으로 판매할 정도로 국악기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와 함께 자비로 국악기 전시회와 체험장 등을 운영하며 연간 6만여 명의 내방객에게 국악을 알리고 있고, 지난해부터 경연대회를 겸한 '해금축제'를 열고 있는 동시에 충북공예협동조합 이사장과 ㈔한국전통악기제작협회 총무 등을 맡아 전통문화계승과 국악인구 저변확대에도 노력하고 있다.

/박종천 프리랜서

주소 : 충북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 521-1
문의 : (043) 742-7288, www.nangyekuka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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