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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훈

은파교회 목사·시인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간간히 얼굴에 닿는 시원한 바람과 점점 짙어가는 갈색 들녘에서 풍성한 가을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조금만 여유 있는 눈으로 우리 주위의 산과 들을 바라보면 계절을 통해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특히 많은 열매들을 만들어 내어 놓은 가을나무들을 보라. 한여름 뜨거운 볕을 받으며 푸르고 푸르게 자라며 온 몸으로 열매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는 사명을 다 했다 싶어 찬바람에 스스로 물러가 낙엽이 된다. 성실하게 최선의 삶을 살아 열매를 만들어 놓고 이제는 아주 겸손한 모습으로 내려앉는 가을나무....

가을나무는 성실하다. 나무는 일 년 내내 싹을 피우고 가지를 이루며 성장했다. 한 여름 내내 강한 태양빛을 몸으로 받아 짙푸르게 그을리며 양분을 만들어 줄기와 뿌리로 공급하였다. 잎사귀들은 식물의 양분을 만드는 공장의 역할을 한다. 그 푸르던 잎에 누렇게 변하기까지 나무는 성실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 댓가로 풍성한 열매를 만들어 인간들에게 선물한다. 마찬가지로 성실한 사람은 풍성한 인생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얻어진 많은 열매를 나누어 줄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다. 가을나무처럼 성실함이 우리 인생에 있으면 좋겠다.

가을나무는 겸손하다. 짙푸른 모습으로 일하던 나무는 이제 사명이 다함을 알아 스스로 갈색 옷을 입고 떠날 채비를 한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만큼만 최선을 다해 일하고는 스스로 물러날 줄 아는 겸손함이 있다. 사람에게 있어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겸손이다. 겸손은 인생의 더 아름답고 풍부하게 한다. 겸손한 사람을 보면 그 인격이 더 아름답고 고귀해 보인다. 가을나무처럼 겸손함이 우리 인생에 있으면 좋겠다.

가을나무는 헌신적이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기온이 떨어지고 공기가 건조해 지면 뿌리에서 물을 빨아들이는 것보다 식물 몸속에 들어 있는 물이 밖으로 더 빨리 빠져나가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식물들은 물이 자기 몸에서 빠져나가는 통로인 잎들을 낙엽을 만들어 자기 몸에서 떨구어냄으로써 물이 자기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부분을 희생하고 헌신하여 전체를 보존하는 숭고한 정신인 것이다. 헌신은 자신이 죽음으로 다른 어떤 것을 살리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이웃과 이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삶은 아름다운 것이다. 가을나무처럼 헌신이 우리 인생에 있으면 좋겠다.

성경 마태복음 7장 16절에 "그의 열매로 그들을 알지니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또는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따겠느냐 이와 같이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나니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느니라."라고 말씀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나무일까? 좋은 나무 일까? 혹시 못된 나무는 아닐까?

윤동주님의 서시 가운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는 구절이 있다. 아마도 시인은 바람에 흔들리는 몇 잎 남지 않은 가을나무를 보며 영감 있는 시를 노래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열매가 풍성한 인생을 살자! 성실함과 겸손함 그리고 헌신적인 삶을 살 때 우리는 풍성한 열매를 맺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 앞에 그리고 자신과 이웃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인생이 되자. 가을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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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