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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8.20 15:42:08
  • 최종수정2024.08.20 15:42:08

양선규

시인·화가

다양한 미술 작품과 오랜만에 만난 작가들과 함께하면 고요한 묵향과 차향이 있어 비 맞은 나뭇잎처럼 마음 환하고 흐르는 물처럼 복잡했던 마음이 정리되어 머릿속이 차분해질 때 있다. 그것이 미술 작품과 전시장이 주는 마법 같은 평온함이다. 마음을 비우고 쉼 없이 정진하는 작가의 훌륭한 작품 내면에는 수양으로 잘 달궈진 작가의 향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면 볼수록 시원한 숲의 바람과 강의 물결이 있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천류불식(川流不息) 흐르는 냇물은 쉬지 않는다.

孔子(공자)는 냇물이 쉬지 않고 흐르는 것을 볼 때마다 "물이로다." 하고 탄식했다고 한다. 사시사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쉼 없이 흐르는 냇물을 보며 사람이 저렇게 마음을 닦고 수양을 한다면 능히 성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강불식(自强不息)이라는 말이 주역(周易)에 있다. 곧 스스로 굳세어 쉬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강불식에서 천류불식이라는 말이 뜻하는 바를 알 수 있다. 천류불식은 크나큰 덕과 품성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것이며 천류불식과 같이 행한다면 인간은 연못의 물이 맑으면 비침을 취할 수 있다는 연징취영(淵澄取映)의 경지에 오르고 사람이 덕을 닦는데 게을리하지 않고 학문을 깊이 연구하고 정진한다면 마침내 큰 강을 이루어 깊고 넓은 바다에 닿을 것이다.

벼루에 먹을 갈 때와 한지에 붓으로 글씨를 쓸 때마다 천류불식(川流不息)의 '사자성어'가 떠올라 글씨의 흐름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행서를 써 보았다. 지난봄 김천 연화지에 갔을 때 맑은 연못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연징취영을 생각하면서 내 마음을 다시 비추어 본 것과 같은 이치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살다 보니 본래 처음과 끝은 아예 없었다. 우주의 모든 만물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며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또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도 그렇다. 눈에 고인 그리움과 맑은 눈물, 쉼 없이 흐르는 물이 그렇고 세상 이치도 그렇다.

시·서·화 모두 천류불식, 연징취영의 사자성어와 잘 어울리며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시를 쓰거나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릴 때는 땅을 일구는 농부들처럼 부지런히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의 속성, 그 근원과 같이 자신의 역량을 갈고닦아 맑은 연못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시·서·화는 다른 듯하지만 같고, 표현하는 방법만 다를 뿐, 지향하는 마음과 태생(胎生)이 한 줄기니 한 몸이라 할 수 있다. 살다 보면 서로 견주어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고 산과 숲, 나무처럼 한 집을 함께 이루고 사니 그 모양이 무성하고 모자람이 없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문인화에서 화제를 붓으로 쓰고 그림 그리는 것을 수양의 한 방편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그간 장마로 온 동네가 떠들석 했으나 다시 가뭄으로 계곡물이 얕고 농수로에 물이 귀하다. 비를 기다리는 마음 모두가 한결같으니 다시 한번 단비가 내려 폭염을 식혀 주고 메마른 대지와 우리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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