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4.06.18 14:51:44
  • 최종수정2024.06.18 14:51:44

양선규

시인·화가

요즘 길을 걷다 보면 밭 한가운데, 무더기로 핀 개망초를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사연으로 빈 밭이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꽃을 멀리서 보면 안개꽃이나 구절초 같기도 하고 언뜻 보면 쑥부쟁이, 들국화 같기도 하다. 그런데, 왜 하필 개망초인가.

개망초는 야산이나 제방 천, 길가 또는 언덕에 피기도 하지만 유독 휴경지나, 빈집 마당에 군락을 이루어 피는 꽃이다 보니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일까. 알고 보면 꽃 이름은 나름대로 다 연유가 있겠지만 때로는 오독(誤讀)이 있기도 하다.

여려운 시절, 가족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어린 새순을 나물 찬으로 먹기도 했던 개망초는 여름이면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흔하게 피는 꽃이다. 특히 빈집의 텅 빈 마당이나 농사를 짓지 않는 휴경지의 밭에 군락을 이루며 핀다. 개망초는 꽃 이름이 그래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사람들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꽃이 되었다. 하지만 그 속 사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리 흉한 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귀화 식물이나 꽃은 휴경지나 빈집이 아니어도 생육 조건만 맞으면 어느 곳이라도 잘 적응해 뿌리내리고 꽃을 피우는 번식력이 지독히 강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 양선규
개망초는 입하 무렵부터 처서까지 피는 꽃이다. 생명력이 끈질기고 번식력이 뛰어나 개망초가 피면 밭이 망한다고 해서 개망초라 지어졌다는 설과 그 밖에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그중 가장 설득력 있게 전해지는 이야기로 망초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철도가 놓일 때 사용되는 침목을 미국에서 수입해 올 때 함께 묻어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이면 철로 가를 따라 하얀 꽃이 핀 것을 보고 일본이 조선을 망하게 하려고 꽃의 씨앗을 뿌렸다고 생각해서 망국초라 부르다가 다시 망초로 부르게 되었다. 그 후 생육 조건이 맞아 망초보다 더 예쁜 꽃이 피었는데, 망초보다 더 나쁜 꽃이라 여겨 '개망초'라 불렀다고 한다.

어찌 보면 꽃의 이름이 개망초가 된 것은 나라가 망해가던 시절에 피던 꽃이라 붙여진 꽃 이름이 아닐까. 어쩌면 한창 나라가 융성하고 도약하는 시기에 그 씨앗이 들어와 들녘에 피었더라면 망초, 망국초, 개망초라는 꽃 이름은 면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망초도 달 뜨는 밤마다 사무치는 그리움에 눈물 흘릴 줄 알며 여린 바람에도 살랑살랑 흔들릴 줄 아는, 아침에는 영롱한 이슬 맺힌 꽃잎이다. 나는 지금이라도 개망초, 그 꽃 이름을 유월의 들 빛 산빛과 잘 어울리는 이름으로 개명해 주고 싶다.

여름의 꽃은 꽃잎이 두텁고 향이 더 진하고 무겁다. 산길에 피는 박하, 자귀나무, 칡꽃 등이 그렇다. 들길을 걷거나 산길을 걸으면 땀이 비 오듯 하고 숨소리가 거칠어져 금방 몸을 지치게 한다. 하지만 진한 꽃향기와 초록의 풀과 나뭇잎 냄새가 몸의 피로를 풀어주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

골짜기마다 뻐꾸기 소리 울리는 유월의 고향이 그립다. 지금도 내 고향 학산에는 산나리, 엉겅퀴, 개망초 등의 여름꽃이 무성하게 자라 꽃을 피우고 있을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임호선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부족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중임을 맡겨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선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약속드린 미래 비전을 군민들께서 선택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임호선(61)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증평·진천·음성)은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어려운 민생부터 확실히 챙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서민경제를 살피지 못하고 국정운영을 독단적으로 하며 과거로 퇴행하려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잡으라는 민심이다. 제1야당으로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적극 따르며 민생해결과 지역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을 원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저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현재도 농촌에 살고 있다"며 "지역적으로도 증평·진천·음성군이 농촌이기에 누구보다 농업농촌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당선인은 "농촌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