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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호

조계종포교사

대지를 목마르게 했던 가뭄이 이어지더니 모처럼 단비가 내렸다. 새싹을 내밀고도 시름시름하던 작물들이 기운을 낸 듯 파릇함을 더해주고 지쳐 있었던 잎사귀들도 물기를 한껏 머금은 듯 싱그러움을 발산한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한다. 신록으로 물들어 가는 산하는 한 폭의 수채화 같고, 형형색색 활짝 피는 꽃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5월의 향기이다. 들판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저마다 향기를 뽐내고, 산에는 철쭉은 철쭉대로 아카시아는 아카시아대로 향기를 내뿜고, 잘 가꾸어진 정원에는 라일락과 작약 그리고 장미의 향이 가득하다. 꽃들은 각자 자기들만의 향기를 마음껏 발산하는 5월, 그래서 5월은 향기의 계절이기도 하다

향기에 취해 있으면서 나는 과연 어떤 향기를 머금은 사람일까 자문해본다. 나름대로 삶을 영위해온 결과가 어떤 향기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질까?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는 것이 사람의 향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향기를 내는 것일까. 사람들이 그 향기로 즐거워하고 행복하게 느껴지는 향기인지 아니면 향기 수준에도 못 미치고 역겨운 악취로 전해지지는 않고 있는 것인지.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가락을 품고 있고, 매화는 일생동안 추위에 떨어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하였고 난초는 깊은 산속에 있어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도 향기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는데 내가 지니고 있는 향기는 무엇일까?

법구경에서는 "사람은 원래 깨끗한 것이지만?모두 인연에 따라 죄와 복을 부르는 것이다.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기가 나고, 생선을 꿰었던 새끼줄은 생선비린내가 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조금씩 물들어 가면서 그것에 익숙해지지만 스스로 그렇게 되는 줄을 모를 뿐이다"라고 일러준다. 좋은 품격으로 착한 성정을 지니고 실천을 통해서 덕을 쌓은 사람은 항상 아름다운 향기를 전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주변까지도 향기롭게 만들지만, 천박한 성격으로 악한 마음을 지니고 거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서는 썩은 생선을 묶었던 새끼줄처럼 역겨운 냄새로 악취를 풍겨 옆 사람들조차 더러움으로 오염시키게 되는 것이다.

웰리엄 셰익스피어는 "꽃에 향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품격이 있다. 그러나 신선하지 못한 향기가 있듯 사람도 마음이 밝지 못하면 자신의 품격을 지키기 어렵다. 썩은 백합꽃은 잡초보다 그 냄새가 고약한 법이다"라고 하였다. 어떤 사람이 향기로운 품격을 지켜가는 사람이겠는가. 고운 말과 좋은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본보기가 되는 사람,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타인의 상처를 감싸줄 수 있는 사람, 한결같은 믿음을 주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의리를 지켜주는 사람,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강한 자 앞에서는 비굴하지 않고 약한 자 앞에서는 자신을 낮출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욕심으로 가득 채우기보다는 비워가는 마음으로 여유를 부릴 줄 아는 사람, 남의 약점을 보고 험담하기 보다는 타인의 장점을 찾아서 칭찬 할 줄 아는 사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니면서 세상을 따듯하게 바라보는 사람, 어딘지 모르게 인간냄새를 물씬 풍겨주는 사람일 것이다.

삶에서 향기로운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향기를 품고 태어났다고 한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향기가 있는 것이다. 맑고 향기로운 사람, 함께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멀리 있으면 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어둠을 밝혀주는 빛은 막혀 있는 곳에는 비치지 못하고 그늘을 만들지만 향기는 막혀있는 곳에도 잔잔하게 그 향내를 전할 수 있다. 꽃향기가 온 누리에 가득한 오월 한가운데서 나는 무슨 향기를 만들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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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