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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외식을 하러 갔다가 비싸진 물가에 깜짝 놀랐다. 요즘 외식은 1인당 족히 1만 원은 필요하다. 그런데 학교에 책정되어있는 교직원 1인당 식비는 아직도 8천 원이다. "학교는 돈도 많으면서"라고 따질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준이 그렇기 때문이다.

법치행정이란 규정에 따라 행정을 하는 것이다. 규정 없이 자유롭게 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국민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따를 것이다. 그래서 행정은 근거가 있어야 한다. 때로는 기준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여 개선이 필요하다. 이 개선조차도 적절한 절차에 따라 해야 한다. 이것이 법적 안정성을 높인다.

학교도 공공기관으로 학교폭력, 아동학대, 생활지도 등 학생지도와 교육행정 등에 있어서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수행했을 때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학교가 존재하고 교사가 가르치는 것도 법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다. 교사도 법적 권한과 책임을 갖는데, 아무리 교사가 선의로 행동했더라도 관련 법을 넘어서는 일은 보호받지 못한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학생이나 보호자들은 가끔 화살을 교사에게 돌린다. 규정을 꼭 지켜야 하냐, 열정이 없다며 따질 때는 난감하다. 편법을 잘 찾는 교사를 융통성 있고 유능한 교사라 부르고, 학교 규정과 법령을 지키려는 교사를 열정 없는 교사로 여긴다.

교육감은 어떨까· 지방교육자치법률에 "교육감은 법령 또는 조례의 범위 안에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에 관하여 교육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교육감도 법률과 조례의 범위 안에서 권한을 갖는다. 또 시도교육청의 권한과 교육부의 권한이 따로 있다. 앞서 언급한 식비가 그렇다. 이 규정은 교육감이 아니라 교육부에서 만든 규정에 포함되어 있다. 선출직이라고 주어진 권한을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지 않다. 그래서 최근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부에 식비를 올려달라는 건의를 했다.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권한 밖의 일이 있다. 그것을 일반 시민의 눈으로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식비를 올리거나 어느 단체에 지원을 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밖에서 볼 땐 교육감에게 주어진 권한 같고 교육감이 할 일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규정들이 있다.

외부 단체 지원도 마찬가지다. 규정을 위반할 수는 없다. 교육청에 돈이 얼마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게다가 규정을 따르는 것이 법률과 조례에 묶여있다거나, 그로 인해 역량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들을 일은 아닌 것 같다. 규정에 따르는 것은 당장은 답답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사회의 신뢰를 쌓는 일이다. 규칙이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것이 사회 불신의 원인이다. 편법을 잘 찾는 사람보다, 규정에 따라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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