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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아내의 권유로 시작한 골프는 우리 부부가 같이 즐기는 운동이요, 남편과의 운동을 편히 여기는 아내를 위해 부부라운딩 기회를 주선하는 것은 나의 일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상황이 비슷한 부부가 나타났다. 우리에게 각각 고등학교 1년 선배요 초임 때 근무 인연이 있는데 골프를 좋아한다. 그 부부는 손속이 좋아 부킹 어려운 이때에 우리가 가고픈 골프장을 잘도 잡는다. 자기가 본 사람 중에 볼도 잘 찾아주고 골프도 잘 쳐서 우리에게 제일 먼저 전화를 한다고 거절하기 미안케 하는 립서비스도 한다.

아내가 가고 싶어 하던 바닷가 체력단련장으로의 1박 2일 골프가 노캐디의 좋은 조건임에도 동반자가 없어 그 부부를 초대했다. 굼뜬 행동을 참작하여 한참 일찍 오라 했건만 시작 2분 전에야 나타났으니 카트를 빌리는 것도 백을 싣는 것도 내 몫이다. 골프 잘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30분이나 한 시간 전에 도착하여 몸을 풀거늘 타수처럼 늦는다. 그런데 골프 좀 쳤다면서 18홀에 멀리건을 9번이나 쓰고, 법면과 벙커의 볼은 양해 없이 옮겨 놓고 치는데 홀에 볼을 넣으면 파요 못 넣으면 보기란다. 심한 슬로우 플레이로 앞 팀을 놓치고는 오히려 황제골프 친다고 좋아한다. 골프는 앞 팀 뒤꽁무니를 물고 가야하고, 카트는 뒤에서 밀고 가야 하거늘 이미 세컨샷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다음 샷을 위한 클럽을 고르느라 카트도 뒤늦게 보낸다. 자기의 타수라도 기억할 겸 스코어를 적어 보란 것은 더듬거릴 구실만 하나 더 준 셈이다. 운동 끝나면서 내일은 티업 30분 전에 나오라 하자 고개를 갸웃하더니 역시나 카트 대여랑 운동 준비는 언감생심이고 티업 시간에 간당간당 나온다. 동기들과 부부동반 해외여행도 연례로 갔다면서 여행가서도 이랬겠다.

생각다 못해 매너 끝판 왕에게 다음 날의 규칙을 알려줬다. 멀리건은 전 후반 각 2번이요, 볼은 놓인 대로 치며 동반자가 샷할 때에 방해 하지 말자는 것이다. 특별히 진행에도 신경을 써서 오토바이 타고 오는 직원을 만나지 말자 했다. 5년 골프 구력에 카트 운전은 해 봤냐고 부인에게 물었더니 우리 남편은 그런 거 못한다 한다. 노캐디일 경우 일찍 나와 동반자의 백도 실어주는 매너도 알아두라 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니 날린 볼 찾느라 숲에 들어가서 주머니에 볼을 두둑하게 넣고 나와도 이해가 가고, 감 놓친다며 동반자가 홀 아웃한 뒤에 그린에 남아 퍼팅연습 하는 것도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어제처럼 불편했던 심기도 사라져 내 샷도 더 잘 된다. 율곡 눈 아래 매천 붓 아래 완벽한 사람은 없다지만 기분 상하지 않게 골프 매너를 알려주면 그 사람과 더불어 나의 마음도 변화되는 것을 힘든 골퍼와 라운딩 한다고 한탄만 했으니 역시 소인배다. 군자는 자기에게서 잘못을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실을 찾는다지 않는가(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거꾸로 그 사람 눈에 비친 나도 완벽하지 않을 테니 조심스럽고, 그동안 나의 초대에 여러 이유로 응하지 않던 사람들에게 내가 거북한 동반자로 비친 때문인가도 생각하게 된다.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하니 '나는 당신이 혼자 앞으로 나가면 거북한 동반자던데?'란다. 아내마저 이럴진대 정녕 조심스럽다. 혹시나 우리에게 동반자가 사라질까봐 약간 염려도 되는데 타산지석으로 향후 매너 있는 골퍼가 많아지기를 바라는 의도요 기본적으로 동반자를 배려할 뿐이라.

퇴계선생 16세 종손 이근필 옹은 '남의 허물은 덮어주고 선행은 드러내 주는 은악양선(隱惡楊善)'운동을 주창하고 있다. 이를 따르는 처지에 다만 잘해 보자는 반성적 회고의 일환으로 살펴봤다. 매너가 사람을 만드는가? 인격이 매너를 나타나게 하니 인격이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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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