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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섭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박사

지난 10월 9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발표한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소식을 접하고 남다른 감흥에 사로잡혔다. 코로나19 방역의 컨트롤타워인 세계보건기구(WHO)와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같이 단체와 개인 등 3백여 명이 넘는 유력한 후보자들을 제치고 올해 노벨평화상이 유엔(UN) 산하 국제기구의 하나인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 되고 식량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기아 퇴치와 분쟁지역의 평화를 위해 기여한 공로를 크게 인정받은 것이다.

1961년에 설립된 세계식량계획은 1963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여 그동안 전쟁중에 있거나 빈곤한 국가의 굶주리는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수행에 왔으며 매년 300만 내지 400만t의 식량을 구입해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83개국의 1억3400만 명이 세계식량계획으로부터 원조를 받았다. 가깝게는 지난 7월 식량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 54만여 명을 지원하기도 했다.

굶주리는 사람을 없앤다는'제로 헝거(Zero Hunger)'가 세계식량계획의 슬로건이다. 식량 지원뿐 아니라 질병 퇴치 등 보건환경의 개선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4년부터 1984년까지 20여 년간 약 1천2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받은 적이 있으며, 현재는 지원해 주는 국가로 변모하였고 2011년부터는 집행이사회의 이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과 관련하여 베릿 레이트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식량이 혼란에 맞서는 최고의 백신"이라고 말했다. 최근 예멘과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남수단, 부르키나파소 등의 국가에서는 폭력적인 분쟁과 팬데믹이 중첩되면서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의 숫자가 크게 증가했는데 세계식량계획의 지원이 코로나19의 면역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세계식량계획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노벨평화상 수상 성명에서"전 세계에서 기아로 고통받고 있는 6억9천만 명은 굶주림 없이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라며 기아 퇴치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코로나19로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어 올해 말까지 88개국에서 2억6500만 명이 기아에 가까운 상태에 처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지난해에 비해 82%나 증가한 수치다.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알자지라 방송은"세계식량계획은 코로나19가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라 굶주림도 전파할 수 있는 사태라고 경고해 왔다"고 전하며 축하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19년 기준으로 45.8%로서 2015년 50.2%에서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곡물 소비량은 2019년 현재 109.5kg으로 쌀 59.2kg, 밀 31.6kg, 콩 6.3kg 순으로 소비 비중이 높다. 다행히도 주식인 쌀의 자급률은 92.1%로서 국내산으로 공급 가능한 수준인 반면에 밀과 콩은 각각 0.7%, 26.7%이며 보리는 47.7%로서 대다수 품목의 자급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축들이 먹는 사료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을 보면 2015년 23.8%이었으나 2019년 현재 21.0%로 2.8% 하락하여 더욱 심각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이렇게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안정적인 국가의 식량 수급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혹독히 겪은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와 태풍 피해 같이 기후변화로부터 심각하게 영향받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하여 국가 간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의 이동이 차단되었던 국경봉쇄의 학습 경험을 교훈 삼아 언제나 특별 재난에 대비하여야 한다. 따라서 식량 주권의 회복을 위해 보다 도전적으로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그 이행 수단을 강구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급률이 낮은 작목을 생산하는 농가를 독려하고 소득을 보전해 줄 수 있는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기후변화와 팬데믹 등과 같은 중대한 위기 시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이며, 필요한 사람들에게 식량을 제때 공급하는 일이 세계 평화를 만드는 최고의 행동이라고 노벨평화상이 일러준 충고를 우리 모두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한 마디로 "식량이 최고의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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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