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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에서는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표어로 ‘마음을 맑게 세상을 향기롭게’로 정하고 그 분의 자비광명이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세상의 인정과 풍속이 점점 메말라간다고 하지만 사월초파일을 봉축하기 위해 형형색색의 연등을 밝히는 불자들의 신심과 염원은 올해도 변함없는 것 같다.

이 땅에서는 5월의 신록과 더불어 꽃향기 가득한 이 좋은 날에 부처님이 강림하신다. 이것은 아마도 당신이 이 세상에 오신 뜻을 가장 감동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흔히 부처님을 여래(如來)라고 존칭하는데 이 표현 속에는 ‘원력으로 오신 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범어 ‘따타가따(Tathaga ta)’의 의미를 한문으로 표기한 말로써, 원래의 뜻은 ‘그와 같이 온 사람’이지만 구제자적인 성격을 덧붙여서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오신 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원력으로 오셨다’는 의미를 새삼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 중생들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자신의 뜻에 의해서 스스로 온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생의 업연에 의해서 태어나는 것을 ‘업생(業生)’이라고 하며, ‘업의 인연에 이끌려 이 세상에 온 사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태어난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모르기 때문에 어리석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원생(願生)’이다. 당신 스스로가 분명한 목적과 사명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나신 것인데,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한 원력을 가지고 사바세계에 오셨다는 의미다. 우리 중생들이 업력에 의해서 떠밀리듯 세상에 태어난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인생의 몫을 과연 다하고 있을까? 아주 오래된 영화 ‘빠삐용’을 보면 주인공은 끊임없는 탈출을 시도하며 세월을 보내다가 어느 날 꿈속에서 염라대왕을 만난다. 그 때 염라대왕은 죄가 없다고 항변하는 주인공에게 이렇게 되묻는다. 세상에서 가장 큰 죄는 인생을 낭비한 것이라고.

하루하루를 엉뚱한 일로 귀중한 인생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면 이 사람은 세상에 태어난 본래의 목적에서 멀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에게 본래 구족((具足=具存(구존): 빠짐없이 갖춰있음))돼 있는 ‘내 안의 부처’를 확인하고 만날 때 참다운 인생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월초파일은 부처님의 생신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일이다. 우리들의 존재가 본래는 부처였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으므로 진정한 의미의 생일인 것이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에는 법당 안의 부처님에게만 연등을 달지 말고, 우리 성품 속에 존재하는 부처님을 향해서도 등불을 밝히고 지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를 기원한다.

현진 스님 / 청주 관음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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