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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1.30 15:50:17
  • 최종수정2015.11.30 15:50:17

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가을빛이 산과 들에 물들기 시작 할 즈음 청주시에 있는 한 작은 학교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정폭력예방교육'강의 의뢰가 왔다. 학교는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때마침 학교 뒤편에서는 학부모님들이 모여서 아이들과 함께 염색공예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교무실로 먼저 찾아가서 교육담당 선생님과 인사를 나눈 뒤 교육장으로 향했다. 어느새 교육 시간이 되었고 뒷문으로 한분 두분 학부모님들이 들어오시는데 그 중에는 20대 젊은 엄마부터 70대가 넘어 보이시는 할머님과 아버님들도 몇 분 보였다. 교감 선생님께서 강사프로필을 읽어 가시면서 강사인 나를 소개하는 짧은 시간 동안 학부모님들의 표정은 호기심에 가득 찬 얼굴로 나를 지켜보고 계셨다.

오늘 교육은 가정폭력예방을 주제로 하여 내 가정을 먼저 돌아보고 우리 사회의 안전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강의 주제와 목표 등을 설명하는 동안 교육생분들의 다양한 표정들이 내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강의가 중반부로 들어갈 즈음 그때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시는 한 아버님이 손을 드시더니 궁금한 게 있다고 하셨다. "강사님 말씀대로라면 대한민국에 가정폭력이 없는 집은 아마 한집도 없을 것이다"라고 하시는데 무슨 이유인지 목소리도 다소 격앙되었고 얼굴 표정도 좀 언짢아보였다. 그 아버님은 특히 가정폭력의 유형에서 언어적, 정서적 폭력은 너무 폭력에 대한 개념을 확대 해석한 것 아니냐고 하셨다. 본인은 아이들을 셋을 키우면서 아직도 훈육차원에서 체벌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도 그럼 아동학대냐고 반문을 하셨다. 부모로서 내 자식 잘 되라고 때리며 키우는게 뭐가 문제냐는 말씀이셨다. 가정폭력 성폭력예방교육 전문 강사로 교육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오면서 사실 강의 때 마다 종종 들어왔던 질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이런 돌발질문의 쟁점은 아직까지도 우리사회 구성원 중 많은 사람들이 폭력의 개념을 신체적 폭력에 국한시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며 가정폭력에 대해 여전히 허용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겉으로 상처가 잘 드러나지 않는 심리 정서적 폭력 등에 대해서는 피해 당사자들이 겪게 되는 상처와 그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잘 보여 지지 않는 상처라고 과연 아프지 않을까· 가정 내 가족구성원은 자녀든 배우자이든 내 소유물이 아니다. 내 방식을 강요하거나 교육차원이라는 잘못된 미명하에 폭력적인 말과 행동으로 지속적인 상처를 가할 때 그들이 받게 되는 고통이 얼마나 크고 치명적인 것인지를 바로 인식하여야만 한다. 아니 멈춰야 한다. 아동학대의 80%이상이 가정에서 발생한다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통계자료만 보더라도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날 교육 시간 동안 다소 긴장감마저 느껴지던 그 아버님의 질문은 오히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다른 학부모님들입장에서도 가정 내 발생하는 다양한 폭력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가정에 대한 소중함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가정폭력에 대한 무관심과 잘못된 통념들은 여전히 남아 있어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들은 학교와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의 가정부터 소중하게 여기며 사회적 안전에 대한 공동체적 책임의식을 함께 가져야 할 것이다. 모든 변화는 바로 여기 이곳에서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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