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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9.22 20:20:02
  • 최종수정2015.12.03 16:54:44

이찬주

이찬주춤자료관대표·춤평론가

충북 춤계의 주춧돌이 되어온 현대무용가 류명옥(류(流)댄스컴퍼니 예술감독)씨의 솔로 공연이 이달 초 청주예술의전당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젖은 달'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공연은 올해 충북 공연장 상주단체 페스티벌 일환으로 현대무용팀 '류댄스컴퍼니'와 챔버오케스트라 '에일린예술단'의 협연으로 진행된 무대다.

공연은 무대의 막이 오르면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시작됐다. 오펜바흐의 '재클린의 눈물'이 연주됐다. 무대 양 끝에서 핀(pin) 조명이 길게 뻗어 나왔다.

드디어 무대 왼쪽에서 류씨가 등장했다. 그는 중앙을 향해 차츰 발걸음을 옮기며 무대 중앙에 다다랐다. 천정의 네 개 조명이 류씨를 비추며 무대가 갑자기 환해졌다. 마치 숨을 곳이 없는 것처럼.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양팔을 쭉 펼쳐 들고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무대 위에 고요함과 정적이 감돌았다. 바쁘게 살아온 인생의 길에서 쉬어 가려는 듯 한 느낌이었다.

이내 무용수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대각선으로 나오는 그는 한 손으로 귀를 잡았다. 다른 한 손으로 그 사이를 통과시켜 밖으로 밀어낸다. 이어 소매를, 치맛자락을 손으로 더듬으며 온몸을 매만졌다. 무언가를 자신에게서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애타게 찾고 있는 모습을 춤으로 풀어낸 듯 했다.

왼손이 얼굴을 감싸고 오른손이 그 손을 치며 떨어뜨렸다. 똑같은 동작이 반복되며 움직임의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인생의 여정에서 무언가를 잡아채고 또 잡아채도 손안에 쥐어지지 않는 느낌 허무,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서서히 움직이다간 인간의 아름다운 사선의 몸짓이 드러나는 순간이 엿보였다. 불혹을 지나 지천명(知天命)에 이른 그가 아름다움과 부드러움, 여유로움을 품고 있었다.

그가 무대 중앙으로 몸을 옮기며 관객에게 등을 보인 채 양팔을 꼬아갔다. 인생의 얽히고설킴을 보여주는 듯 했다. 앞으로 서서히 관객들을 향해 걸어오던 그가 무대 바닥에 몸을 패대기치듯 내던졌다. 뒹굴고 또 뒹굴며 몸을 일으켰다. 생존의 가파름과 힘겨운 현실을 몸으로 보여줬다.

또다시 무대가 조명으로 환해졌다. 하늘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그가 아주 천천히 왼발을 무대 바닥에서 띄웠다. 음악이 멈추고 대각선의 조명이 길을 만들었다. 강물과 달빛에 젖어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보는 순간이었다. 그는 천천히 그 빛을 따라 무대 뒤편으로 사라져갔다.

우리는 죽음에 이를 때까지 어떻게도 멈출 수 없는 인생의 여정 속에서 문득 멈춰 서서 저만큼 돌아볼 때가 있다.

"강물에 하늘도 산도, 비쳐 있는 것처럼 자신의 여정 속에 깃들어 있는 온갖 것들 문득 돌아보고 싶은 때." 지천명이라는 나이가 그런 때가 아닌가 싶다. 줄기차게 춤계를 지켜 온 류명옥에게 '젖은 달'은 바로 그러한 의미일 것이다.

공연 대본은 임승빈(청주대 국문과 교수) 시인이 맡았다. 대본이 무용수의 마음을 잘 표현해낸 듯했다. '젖은 달'은 빠르지도 급하지도 않으면서 충분히 서정적인 현대무용의 매력을 발산했다.

청주 출신인 류명옥은 중앙대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줄곧 현대무용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 1986년 청주 '아브락삭스' 현대무용단의 상임 안무자를 시작으로 1994년 제3회 전국무용제 최연소로 참가해 문화체육장관상, 제20회 충북무용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충북에서 끊임없이 활동하며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류명옥은 공연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에서 "현대무용을 보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 그대로 이해하면 좋겠다"며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에게서 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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