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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의 벗' 교황을 맞는 한센인들

도내 유일 환자촌 '청원농원' 이성규씨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편견 사라졌으면"

  • 웹출고시간2014.08.12 19:53:13
  • 최종수정2014.08.12 19:53:32

편집자

12억 가톨릭 신자들을 이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4~18일 방한한다.
'가난과 평화의 성인, 청빈의 아이콘'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교황명으로 사용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2천년 만에 권좌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온 교황으로 유명하다.
"교회 밖으로 나가 어려운 이들 곁에서 함께하겠다"는 그의 행보는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을 향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맞아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웃들은 소소한 소망을 내비치며 단절된 세상과 다시 소통하길 기대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희망하는 어려운 이웃들의 삶을 소개한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원통리 청원농원.

청주 도심에서 차로 20여 분 달려 도착한 청원농원은 한센병 환자촌이다.

마을에 도착하자 이성규(73)씨가 웃는 얼굴로 취재진을 반겼다.

이씨는 '청원농원'이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에 위치한 시절부터 지금까지 23년째 한센병 환자촌을 지키고 있다.

한센인 마을인 청원농원에서 이성규씨가 소를 돌보고 있다.

상당구 남일면에 있던 청원농원은 지난 2005년 11월6일 청원구 내수읍 원통리로 이주했다.

청원농원에는 60~70대 한센인 13명과 가족 등 모두 26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씨는 사람이 그리웠다는 듯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이씨는 기억을 더듬어 13살 소년이던 때로 돌아갔다.

1955~1963년 8년간 소록도 생활을 했다.

동네 사람들이 소록도 가면 좋다고 하는 말에 제 발로 걸어갔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무자비한 학대였다고 한다.

"강제노동하고 구타도 있고 장난 아니었지. 집에 가고 싶어 헤엄치다 죽는 사람들도 여럿 봤어."

한센인 마을 이성규(73) 대표.

ⓒ 강준식 인턴기자
한센병은 노르웨이 의사 한센에 의해 6세기 처음 발견된 병으로 나균에 의해 감염되는 만성 전염성 질환이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24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연간 1만 명당 1건 미만으로 발생하는 드문 질환이 됐다.

과거에는 나병·문둥병·하늘이 내린 형벌이라 해 천형이라 불리며 한센인들은 모진 핍박을 받아왔다.

1963년 소록도에서 삶을 뒤로 했지만 현실은 차갑기만 했다.

공동묘지나 야산을 전전하며 노숙하기 일쑤였고 굽은 손으로는 막일 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1990년 청원농원에 정착하기 전 까지 지난 3월 사별한 아내와 두 아들을 위해 구걸을 하며 살았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부자 된 거지."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센인들에게 나오는 정부지원금은 15만원이 고작이다.

15만원과 기초수급자로 나오는 지원금을 합쳐 대략 월 50만여원이 전부다.

한센인들은 농산물을 재배하거나 도에서 마련한 축사에서 공동으로 소를 키우는 일이 유일한 돈벌이다.

이씨와 달리 병환이 심하고 가족마저 없는 한센인들은 지원금만으로 살기가 녹록지않다.

이씨와 한센인들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

잊고 있던 고향을 다시 찾는 일, 마을 사람들과 시끌벅적한 장터에서 국밥 한 그릇 먹기 등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듯했다.

"읍내에 가려면 버스를 타도 되는데 걷기 힘든 분들이 계셔. 그 분들 몽땅 태우고 장날 구경가고 싶어. 오늘 같이 날씨 좋은 날에는 고향가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해지지. "

오는 16일 음성 꽃동네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하자 이씨는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소외된 계층의 벗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으로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한센인에 대한 편견도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1년새 도내 12명의 한센인들이 냉혹한 편견과 차별을 견디다 세상 떠났다.

남은 한센인은 6월 말 현재 270명,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처럼 우리사회도 편견과 차별없는 세상을 그들에게 보여줄 때가 됐다.

/ 강준식·김동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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