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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7.12.10 18:56:2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현진

청주 관음사 주지

제17대 대통령 선거일이 일주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지금쯤이면 자신이 지지해야할 후보를 결정했거나, 아니면 아직 마음속의 사람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선택의 날은 점점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에게 한 표를 던져야 한다. 이미 유권자에게 배달된 각 후보들의 홍보물을 통해 프로필과 정책 및 공약을 살펴보아도 선뜻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후보들은 유세와 토론회를 통해 자신이 한 나라를 이끌어갈 적임자라며 표심을 움직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신뢰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기준에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여러 가지의 기준과 조건이 있겠지만 불교 경전에서는 이상적인 통치자를 열 가지로 설명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망설이는 분들이 계시다면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붓다의 전생이야기를 담은 본생담(本生譚)에는 왕의 열 가지 의무인 시왕법(十王法)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옛날의 ‘왕’이란 오늘날의 ‘대통령’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므로 왕의 열 가지 의무란 곧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열 가지 자질과 덕목이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첫째는 보시(布施)다. 지도자는 너그러움과 관대함, 그리고 자선심으로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해야 한다. 모름지기 지도자는 부(富)와 재산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가져서는 안 되며, 국민의 복지를 위해 그것을 나눠주어야 한다.

둘째는 지계(持戒)다. 지도자는 높은 도덕적 품성을 지녀야 한다. 지도자는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어야 한다. 사생활이 복잡하거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셋째는 영사(永捨)다. 지도자는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도자는 국민들의 이익을 위하여 모든 개인적 안락, 명성과 평판, 심지어 목숨까지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넷째는 정직과 성실이다. 지도자는 국민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 과거의 잘못을 감추기에 급급한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지난 과오는 국민에게 참회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지도자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다섯째는 유화(柔和)다. 지도자는 친절과 온순함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온화한 기질을 지녀야만 한다. 난폭하고 포악한 성격의 소유자는 폭군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섯째는 고행(苦行)이다. 지도자는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습관화되어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간소한 생활을 솔선해야 하며, 사치스러운 생활에 탐닉해서는 안 된다.

일곱째는 호의(好意)이다. 지도자는 증오심이나 악의 및 적의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지도자는 누구에게도 앙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 대권을 쥐게 되면 정적들에게 불이익을 주어야겠다는 사람은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여덟째는 비폭력(非暴力)이다. 지도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공권력이나 폭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지도자는 어떤 경우에도 대화와 타협으로 평화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아홉째는 인욕(忍辱)이다. 지도자는 화를 내지 않고, 고난과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어떠한 모욕을 참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므로 국민들의 비판에 귀 기울일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모름지기 지도자는 작은 일에 직접 나서서 경솔하게 행동해서도 안 된다. 지도자는 권위와 위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열째는 불상위(不相違)이다. 지도자는 국민들의 의향을 거슬려서는 안 된다. 오늘날의 용어로 말하면 민심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민심을 잘 파악하여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어 간다면 국민들은 그를 믿고 따를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아무리 좋은 정책일지라도 다수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큰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이러한 열 가지 기준에 근거하여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를 선택한다면 큰 후회는 없을 것이다. 예로부터 지도자가 되려면 사람의 마음을 얻으라고 했다. 민심을 저버리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공식이다. 그러나 민심을 얻는 데는 윗사람보다는 아랫사람이 우선이어야 한다. 이는 서민들의 눈물과 고통을 먼저 볼 줄 알아야 나라를 다스릴 기회가 주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는 국가의 대사(大事)이기에 앞서 개인의 대사(大事)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학연, 지연, 혈연, 종교 등의 세속적 가치에 얽매이지 말고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 선거에서는 민심을 잘 들여다보면서 자신을 살필 줄 아는 지혜로운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으면 좋겠다.


현진 / 청주 관음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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