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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산행이야기 - 대청호 둘레길 제6구간

얼어붙은 강·산에서 숨어있던 유년시절 기억들을 되살리다

  • 웹출고시간2011.01.20 19:16:3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대청호 둘레길 제6구간

안내면 생태공원~(20분)~인포삼거리~(30분)~점촌마을~(20분)~점촌고개~(20분)~둔주봉~팔각정~(30분)~둔주봉~(20분)~피실~(빙판위로1시간30분)~석탄리 안터 선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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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형을 감상하는 둘레꾼들.

경부고속도로 옥천 나들목을 나와 37번 도로를 따라 보은방면으로 가다보면 안내면 소재지앞 대청호변으로 조성되어있는 안내면 생태공원을 만날 수 있다. 한겨울에 찾은 대청호 둘레길 6구간은 안내면 생태공원에서 부터 시작된다.

겨울 대청호는 박제된 듯 무표정하다. 이세상 모든 것들에게 얼음땡 마법을 걸어놓은 듯 산도 호수도 마을도 참기 어려운 차디찬 무게감을 견디고 있다. 오직 살아있는 건 지독한 칼바람뿐인 것 같다. 공중파를 타고 전해오는 서슬퍼런 한파특보에 잔뜩 겁먹고 둘둘 싸매고 나선 비든함을 나무라기라도 하듯 막상 마주한 바깥바람은 견딜만 하다. 호변로를 따라 걷는 대원들 곁으로 스쳐지나는 차량들의 바람기가 반갑지 않다. 툭하면 생겨나는 데크길이 정작 필요한 곳은 이런곳이 아닐까· 적재적소란 꼭 폼나는 일이 아니라도 작은 배려에서 비롯된 선심일때 그 효용가치는 빛이 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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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에서 점촌마을로 넘나들던 길 인적이 끊긴 산길은 희미하다.

차량 통행이 많은편이라 불편하지만 20여분이면 인포삼거리에 닿을수 있고 인포삼거리이후 마을앞 들녘을 가로지르는 임도를 따라 둘레길은 이어진다. 인적이 드문 임도는 하얀눈이 그대로이다. 하얀눈 위에 그려진 발자욱만으로도 헤아려보는 상황은 나름 긴장, 암투, 감동을 동반하는 숲속세상의 현실이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같은 방향으로 향하던 토끼와 사람의 발자욱이 한순간 토끼의 발자욱은 산으로 향해 있었고 사람의 발자욱은 토끼의 발자욱이 끝나는 지점에서 왔다갔다 하다 되돌아섰다. 흔적으로 추측해 보는 토끼와 사람간의 추격전은 토끼가 무사히 도망간 것으로 결론내리며 "휴 다행이다" 위안을 삼는다.

점촌마을로 이어지는 고갯마루 넘어서니 김녕김씨 묘역이다. 가지런히 정돈된 묘역에 앉아 잠시 간식시간 가진뒤 점촌마을로 내려선다. 구멍 숭숭 뚫린 폐가들 흉물스레 남아있는 점촌마을은 10여년전만 해도 12가구나 되었던 창녕조씨 집성촌으로 현재는 1가구만 남아있다. 엊그제도 한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갔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점촌마을 지킴이이신 조팔연(58)씨 걸어서 안내중학교까지 통학했던 시절 이야기와 배타고 피실을 건너 옥천장을 넘나들던 이야기들은 다락방에 쳐박혀있던 앨범을 꺼내보듯 모두의 유년시절처럼 아련하다.

점촌마을을 나와 둘레길은 안남과 연결되는 점촌고개에서 둔주봉을 향해 오른다. 해발 384m의 둔주봉은 좌우가 바뀐 한반도의 지형을 볼 수 있는 275m봉과 전위봉인 328m봉 등 두 개의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는 옥천군 안남면 소재의 작지만 아기자기한 산이다. 산세가 아담하고 빽빽한 리기다 소나무 숲으로 삼림욕겸 산책하기에 좋은 곳으로 산행시간 또한 그리 길지 않아 누구나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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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꽁꽁 얼어붙은 강물위로 금을 긋듯 뱃길은 갈마골로 이어진다.

점촌고개에서 20여분만에 산불감시초소와 전망대가 있는 275봉이다. 구불구불 휘돌아 가는 물길이 만들어 놓은 한반도 지형이 가장 잘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 겨울 한파에 얼어붙은 강바닥이 햇살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부서진다. 강건너 갈마골이 속속들이 들여다보인다. 그곳 또한 2가구만 남은 마을이지만 피안의 땅처럼 신비롭다. 갈마골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실핏줄처럼 그어진 뱃길이다. 그또한 겨울한파에 언제까지 버틸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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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주봉 정상에서 끝없이 펼쳐진 겨울의 정취를 만끽하는 대원들.

둔주봉 정상은 전망대에서 한바탕 급오르막후에 주어진다. 안남면을 적시며 흐르는 금강이 청마리와 석탄리, 오대리를 휘감아 돌며 그려가는 그림은 가히 일품이다. 흐름을 멈춘듯 얼어붙은 물길 사이사이로 옥천의 명산인 마성산과 장용산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 북으로는 금적산 대청호 건너 환산이 하얀눈 이불삼아 엎디어 있다.

둘레길은 피실방면으로 내려선다. 가파름이 심한데다가 살포시 내려앉은 눈으로 걸음들이 조심스럽다. 아니나다를까 김유순님이 미끄러져 넘어졌다. 다행스럽게도 다치진 않았지만 겨울철 안전장비는 꼼꼼하게 챙겨야될 필수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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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빙판위를 걷는 대원들 겨울날 얼어붙은 강물은 인근 주민들의 다리이자 길이다.

쏟아질듯 내리막길은 꽁꽁 얼어붙은 강을 만나며 끝이 난다. 항상 물길이 가로막아 그림의 떡이었던 강건너 풍경이 손을 내민다. 잠시의 고민도 망설임도 없이 손을 잡는 대원들 얼어붙은 강위를 걷는다. 처음엔 얼어붙은 빙판 못미더워 주저주저 하던 대원들 이내 미끄럼도 타고 쿵쿵 굴러도 보고 동화되어감도 서슴없다. 간간이 전해져오는 찌이익 빙판 갈라지는 소리에 등골이 오싹하지만 끝없이 펼쳐진 남극의 설원을 걷는 기분에 취해 본다. 어느순간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피실 생명강교회 조준례 목사님이시다. 어찌나 반갑던지… 석탄리까지 나가려면 길이 미끄러워 차량통행이 어렵고 걸어서 나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 얼어붙은 강물을 이용하여 다니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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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청호는 제철 만난 빙어잡이가 한창이다.

1시간30분만에 한창 빙어축제중인 안터 선사마을앞 대청호에 닿았다. 1월에서 2월까지 열리고 있는 빙어축제는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빙어낚시와 각종 썰매 그 외 빙어튀김과 도리뱅뱅이등 빙어를 이용한 갖가지 먹거리까지 즐길 수 있다. 약속이나 한듯 동심으로 돌아가는 대원들 뼈속 깊이 숨어있던 유년의 기억이 깨어나듯 앉음뱅이 썰매 하나에 앉은 사람도 끌어주는 사람도 철부지 아이들처럼 터져버린 웃음보는 멈출 줄을 모른다. 철들지 않은 사람들의 놀이터 겨울날의 대청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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