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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산행이야기 - 대청호 둘레길 제2구간

시골 마을길 돌며 '느림의 미학' 만끽

  • 웹출고시간2010.12.16 21:17:4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노현리앞 습지공원에 조성된 연꽃단지

대청호 둘레길 제2구간

마동창작마을~시어치~마근이 마을~노현리 습지공원~구름고개~주지미 마을~문의영화마을

지나간 계절의 잔재가 남아있는 들녁을 걷는 대원들

구간내내 거의 평지에 가까운 완만함 속에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 2구간이다. 마동창작마을이 있는 마동리와 구룡리, 괴곡리, 노현리, 삼정리, 국전리를 잇는 마을길로 이루어져 있다. 시원스레 펼쳐진 들길 가르는 넉넉함 속에 만나게 되는 고향마을의 정취는 어렴풋 잊었던 앳된 마음들로 굳은살 처럼 박힌 일상의 찌든때 조차 자연스레 걸러지고 정화되는 순한 소통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게다가 창조의 과정조차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마동창작마을과 계절마다 각기 다른 풍경을 연출해내는 노현리 생태공원 또한 2구간에서 만날 수 있는 쉼표다. 약속이나 한듯 누구나 느림보가 되지만 놀며 쉬며 3~4시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폐교된 학교를 개조 회화, 조각, 공예등 지역작가분들이 모여 함께 작업을 하는 예술촌인 마동창작마을을 둘러보는 대원들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문의 나들목에서 청남대 방향으로 가다 괴곡삼거리에서 좌회전 후 509번 지방도를 따라가다 보면 문덕교 지나 묘암, 마동 방향 진입로로 들어가면 마쟁이 마을 첫머리에서 만나게 되는 곳이 옛 회서초등학교 자리에 위치한 마동창작마을이다. 한파 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찾아간 마동창작마을은 마당을 지키는 조형물조차 얼어붙은 듯 냉기가 흐른다. 웅크린 대원들의 굽은 몸짓마저 조형물 같다. 얼어붙은 듯 대원들의 침묵을 깨우는건 김웅식대장의 무용담이다. 대청호 둘레길을 구상하면서 이곳 저곳을 답사하던 때의 일이었단다. 마동리에서 회인으로 넘어가려면 넘어야 하는 고개가 먹치인데 마동리에서 사시는 분이 회인 짜장면에 반하여 매일 먹치를 넘어 다녔다는 이야기가 확인된바 없는 떠도는 말인 줄도 모르고 요즘도 통행이 가능한 고개인줄 알고 차를 끌고 갔다가 죽을뻔 했단다. 흔적조차 희미한 고갯길을 점령한 가시덤불로 나아갈 수도 되돌아 갈 수도 그렇다고 차를 버리고 올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다 천길 낭떠러지의 험난함에 숨조차 쉴수없는 긴장감으로 식은땀은 바짝바짝인채로 간신히 먹치를 넘어 만나게된 주민의 놀란표정은 더 기막히더라고...그로인해 지도엔 "차량통행 절대 불가"란 문구를 선명하게 새겨넣게 되었단다. 그토록 고생하며 넘어가서 먹었던 회인의 짜장면은 정말 맛있었을까· 한때는 마동리나 묘암리 사람들이 회인장을 보려면 넘나들던 먹치의 명성도 세월과 함께 무성함에 묻히고 사람들의 발길은 멀어진지 오래이다.

인적이 드문 시어치 고갯길은 자전거길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둘레길은 마동2구 갈림길에서 좌측 임도로 이어진다. 시어치 고갯마루에서 잠시 쉬었다 고갯마루 넘어서니 노현리 일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인적이 끊긴 들녘은 모든 것이 그대로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고갯길 아래 두어채의 폐가도 그대로이고 앙상한 가지 끝에 남아있는 까치밥도 그대로다. 눈독 들이는 대원들의 한껏 뒤로 제킨 고개만 애처롭다. 떨어진채 나딩구는 은행도 그대로다. 그러나 사람의 손을 탄 곳은 그 반대다. 두루봉 동굴에서 발견된 4만년전의 유골인 흥수아이는 인근 대학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그가 떠난 자리는 광산 개발로 육중한 덤프트럭 바퀴자욱 선명하게 그으며 고즈녁한 산골마을을 휘젓고 다닌다.

지난봄 산나물 잔뜩 뜯어와선 다듬고 계셨던 마근이 마을 할머니 생각에 문 두드려보지만 마실가신듯 인기척이 없다. 사탕 한봉지 문고리에 걸어놓고 오는 유정희 대원의 모습이 정겹다. "무슨 저수지지·" "대청호 인데" "저게 대청호야·" 노현리 마을앞으로 드러난 대청호를 바라보며 묻는 허미영 대원의 말에 한바탕 웃음보가 터진다.

노현리앞 대청호변에 조성된 습지공원 연꽃단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둘레길은 노현리 마을앞 대청호변에 조성되어 있는 생태 습지공원으로 향한다. 연꽃단지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호변을 따라 자연스레 조성된 드넓은 습지와 초지는 고라니,꿩,새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가을이면 소금을 뿌린듯 눈부신 갈대숲으로 장관을 이룬다. 가을이면 많은 사진 동호인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명산도 없고 볼 것도 없는데 왜 오셨어요·" 버스정류장에 만난 노현리 마을주민 한분이 의아한듯 묻는다. 자기자신이 서있는 곳의 가치를 정작 본인들만이 모를 경우가 허다하다. 산너머저쪽 행복만을 찾아헤메는 사람들 투성이인 세상이니까 어쩌면 그건 나의 모습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도...

계절마다 달리 연출되는 풍경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대청호와 습지공원

노현리를 지나 빛 좋은 묘역에 앉아 점심을 먹고는 둘레길은 구름고개를 넘는다. 지축을 흔들듯 굉음과 함께 차량들의 질주가 스쳐 지난다. 청원.상주간 고속도로다. 단군지맥 산줄기가 지나는 길목이기도 하다. "온전한 단군지맥 종주의 마지막 사람이 되는거 아녀" 몇해전 단군지맥 중주시 한창 공사중인 도로턱을 낑낑 넘으며 했던 이야기들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난다. 격세지감이란 이렇듯 아주 가까운 곳에서 문득문득 손을 내민다. 감회가 새롭다. 유니온 청주공장 굴뚝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햇살은 있지만 허허벌판을 넘나드는 바람은 날을 세운다.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 둘레길은 청남대 흑염소집 모퉁이를 좌로 돌아 도로를 따라 가다 우측으로 난 개울을 따라간다. 졸졸졸 흐름을 멈춘 개울도 동면에 들어간듯 조용하다. 국원리 주지미 마을 쉼터인 팔각정을 지나자 칠양들의 광활함 뒤로 청주시의 아파트숲이 모습을 드러낸다. 둘레길은 국전리를 지나 한창 도로 공사중인 도로를 건너 면 문의영화마을이다. 대청호 둘레길 2구간이 끝나는 지점이기도 하고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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