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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산행이야기 - 대청호 둘레길 제4-2구간

하얀 설원에 새해 소망을 새기다

  • 웹출고시간2011.01.06 19:02:0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대청호 둘레길 제4-2구간

남대문 공원~(10분)~조곡리 사실마을~(1시간)~판장대교(분저리/판장리)~(1시간20분)~늘치~(45분)~임도갈림길(운은리/용촌리)~(35분)~운은리~(1시간10분)~막지리~(배로10분)~도호 리 진걸마을~(20분)~청풍정

하얀 눈길을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둘레꾼들 겨울날의 둘레길 풍경이다.

신묘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건만 왜 사람들은 가는해 오는해의 선을 그은채 저마다의 간절한 의미를 담고 싶어 하는걸까· 그날이 그날 같은 단조로운 일상에게 건네는 물음표내지는 느낌표 같은거... 누군 꿈을 이야기 하고 누군 희망을 이야기 하고 또 다른 누군 행복을 이야기 한다. 모든 시작은 설레임이다. 그래서 어떤식으로든 사람들은 새로운 출발로 인한 두려움을 피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신묘년 새해 매서운 겨울날씨 속에도 대청호둘레길에 함께 나서준 길동무가 많은 것을 보니...

"따뜻한 봄이나 가을에 오면 대청호와 어우러진 풍경이 좋은데 이 엄동설한에 뭐 볼게 있다고 오려고..." 전날 막지리에서 도호리로 건너갈 수 있는 배편을 알아보기 위해 수소문 끝에 연결된 막지리 이수길님의 말투에선 추운 겨울날 찾아가려는 둘레꾼이 이해가 안간다는 빛이 역력하다. '보은군 회남면 남대문 공원을 시작으로 조곡1리인 사실마을을 지나 늘치를 거쳐 대청호 인근 대표적인 오지마을인 운은리와 막지리로 넘어간뒤 배편을 이용하여 도호리 진걸마을로 건너간다' 책상머리 앉아 눈으로 그려보는 계획은 서슬퍼런 엄동설한에도 핑크빛이다.

막지리에서 옥천읍내를 가려면 주민들이 이용하는 소정리 나루터.

겨울날의 대청호는 무건 침묵이 흐른다. 보은군 회남면 남대문 공원을 시작으로 호변을 따라 둘레길은 시작된다. 겨울바람을 등지고 걷는 둘레꾼들의 어깨위로 나름 햇살은 따스함을 들이대지만 춥다. 어미 젖무덤을 파고드는 새끼들처럼 머리만 쳐박고 있는 알록달록 조각배들이 정겨워 보이는 물가 풍경뒤로 몽글몽글 물안개는 피어오른다. 남대문 공원을 출발한지 10여분뒤 좌측으로 난 도로를 따라 조곡1구 사실마을로 향한다. '어미돼지가 12마리의 새끼 돼지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형상으로 예로부터 들에는 곡식이 풍요롭고 이웃간에는 인심이 넘치는 평안한 곳입니다' 사실마을 입구에 세워진 마을 안내도에 소개되어 있는 글귀와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마을지도에 그려진 집집마다의 이름이었다. 배나무집, 분저댁, 성수네, 꿀벌집, 천안댁, 배추집, 주막집, 개띵이네 오순도순 정감이 묻어난다. 마을앞을 가로질러 둘레길은 내내 아스팔트 도로이지만 살포시 내려앉은 눈이 양탄자 같다. 차량의 통행량도 적어 걷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400여 고도감을 차오른 늘티의 지붕은 하늘이다.

판장교(분저실/판장리)에서 얼음골 민박펜션 이정표를 따라 골짜기를 파고든다. 마치 어미 젖무덤을 파고드는 새끼들 처럼...골이 깊어갈수록 눈도 두께를 더해간다. 아무도 지나간 흔적없는 눈을 밟는 즐거움에 빠진 둘레꾼들 나이도 잊은듯 동심에 젖는다. 앙상함이 내걸린 밤나무 단지를 지나자 버려진 폐가 남아있는 늘치마을이다. 처마 끝에 고드름은 여전한데 방문열고 내다보던 눈길은 떠나간지 오래인듯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마을은 괴기스럽다. 400m고도감을 안고 서있는 늘티를 오르는 길은 숨차다. 오른뒤 되짚어보는 깊이감에 또한번 숨차다. 이후 둘레길은 뽀드득뽀드득 발걸음에 실린 리듬을 타고 두런두런 솎아내는 둘레꾼들의 이야기와 함께 운은리에 닿는다.

대청호 담수와 함께 수몰선 위로 물러 앉으면서 뒤로는 첩첩산중이 앞으로는 물이 길을 막아버린 옥천군 군북면 용호리 겨우 차 한 대 다닐 비좁은 구절양장의 험한 산길을 따라 산을 넘고 고개를 넘어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막지리와 함께 첩첩산중의 연봉으로 둘러싸인 은운리는 대청호 인근의 대표적인 오지마을중 하나이다. 둘레길은 운은리에서 또다른 오지마을인 막지리로 향한다. 답양교 주변으로 공사중이었던 도로는 그사이 번듯함을 과시한다. 또한 막지리로 들어가는 구절양장의 험한 굽이길조차 확포장공사가 계획중인듯 주변산이 벌목되어 있다. 도로가 나고 회색빛 포장이 되고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과정이지만 산간오지의 정겨운 풍경 이 사라져가는 상실감은 어쩌다 찾는 도시민들이 챙기는 이기심이기도 하지만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도호리에서 청풍정으로 넘어가는 굽이길 길가 심어진 은행나무 가로수길은 특히 가을이면 더 찾고 싶어지는 아름다운 길이다.

번듯함도 화려함도 아니다. 보일듯 말듯 있는듯 없는듯 은근함이다. 마치 구렁이가 담넘어가듯 산등성을 돌아가는 길가로 대청호는 너른 속내를 드러낸다. 장계리와 소정리, 도호리, 용호리를 휘감아도는 물길의 곡선미가 아름답다. 호수 건너 바라다보이는 도호리 진걸마을 그뒤로 우뚝선 환산, 물가로 내려앉은 장고개 마을 겨울날의 대청호는 액자 같다. 지독하게 휘감아놓은 길의 끝이 막지리다. 대청호 담수와 함께 옥천읍내를 가자면 답양리로 40여리를 돌아 나가야 하는 '육지속의 섬'이 되어버린 곳이다. 그래서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배편의 운영이 허가된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현재 막지리 나루터에서 도호리, 소정리, 장계리로 건너갈 수 있는 배가 운영되고 있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어 운영상의 어려움이 따르지만 막지리 주민인 이수길(011-8845-0101)님이 관리하고 있는 배편은 옥천으로 연결되는 버스 시간에 맞추어 정기적으로 운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막지리 주민들의 다리이자 길인셈이다. 배를 이용하려면 미리 시간과 장소를 약속한 후 방문해야 한다. 도선료는 소정리는 1,500원 도호리는 5,000원이다. 손님이 있던 없던 매일 운행을 한다는 이수길님 작은 존재감이 감사하다. 어쩌면 세상을 밝히는 것은 전선을 타고오는 불빛이 아니라 귀한 존재감들이 엮어내는 뜨개질 같은거...

청풍정에서 바라본 대청호는 시리도록 아름답다.

쪼르르 헤엄치는 물닭들의 일상이 귀엽다. 배가 흔들림없이 안전하게 가려면 가장 깊은곳으로 가장 크게 돌아가야 하는 물길따라 밟히는 풍경들은 참으로 각별하다. 돌아서 마주한 막지리 또한 애잔하다. 살을 에이는 찬바람마저도 함께하고픈 시간이다. '호수의 잔물결이 마을 앞에 찰싹이고 정겨운 이웃 몇몇 곁에 있으니 그 아니 오붓할까' 10여분후 도착한 곳은 피안의 땅처럼 호수를 향해 돌아앉은 작은 마을 군북면 석호리 진걸마을 도호리다. 진걸마을을 벗어나 환상적인 S라인을 그리며 이어지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따라 산마루를 넘어서면 명월암 바위를 끼고있는 작은 정자를 만날 수 있다. 구한말 개혁파 정치인 김옥균과 기녀 명월이의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는 청풍정이다. 애절한 사랑이 담긴 물빛은 더 푸르른 걸까· 청풍정에서 내려다 본 대청호는 시리도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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