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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

전 음성군 환경위생과장·시인

오후 다섯 시, 오늘은 온종일 나와 같이 있었다.

살면서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아 함께하기 힘들었는데 생각해 보면 요즘 들어 부쩍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랫동안 무관심했던 나에게 조금은 미안해하고, 위로하면서 좋아하는 청귤 차 한잔을 건넨다. 감회가 새롭다. 이렇게 나와 마주 앉아 미안해하고 위로했던 시간이 언제 있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맞이한 저물녘, 난 홀로 어둠에 지워지고 있는 창밖을 보면서 책상 위에 가볍게 쌓이는 시간의 소리를 듣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을 아들과 아내 그리고 직장을 먼저 생각하면서 살았고, 그게 전부인 것처럼 바쁘게 살았던, 그래서 나를 위로할 잠깐의 시간조차 없었던 지난 시절의 나를 위로하면서….

"그렇게 산 시간 후회하지 않아?"

"아니 절대 후회하지 않아"

문득 또 다른 내가 던진 질문에 나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와 마주하는 오늘이 애틋하고 소중해지는 것이니까.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 여기에 설 수 있게 했으니까. 그런 힘든, 아픈 시간을 보냈기에 지금 웃으며 나를 위로하고 위로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오늘 이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 또 다른 나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어.

이제 나의 그 바빴던 시간은 아이들에게 가 있다. 바쁘게 일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종종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말을 한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쉬운 것은 아니라는 걸 경험으로 알지만, 틈틈이 자기를 바라보라는 아니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어려워도 진정한 나를 오래 잃어버리고 살지는 마라고….

나도 그랬다. 사는 동안 오랫동안 나를 잃어버렸다. 찾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시절, 그래도 가끔 나를 찾아 헤매기도 했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을 때, 그때마다 나는 슬퍼하거나 아파했다. 그때의 나는 내가 아니었다. 잃어버린 나를 찾는데, 나를 만나는데 참 오래도 걸렸다.

그래도 지금 난 너무 행복하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나를 찾아서 이렇게 차 한잔을 놓고 마주 앉아 서로에게 미안해하면서 위로하는 시간, 그때 그 나를 찾아 헤매다 주저앉았던 수많은 시간이 만들어준 소중한 오늘, 커피가 식을 때까지 이렇게 앉아 있어도 아무 방해도 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이제 알겠다. 나는 늘 나와 함께 있었다는걸, 식어가는 청귤 차를 들고 어두워져 가는 창에 비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며 슬몃 웃음이 난다. 어쩌면 지난 시간들의 보상인 듯 그래도 너무 초라하지 않은, 아니 자신을 스스로 당당해 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 보기 좋다. 대견하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그 힘겨운 시간을 함께 견뎌준 또 다른 나에게 미안하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오늘을 내게 준 또 다른 나에게 오래오래 고마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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