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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동

기상청장

우주에는 수많은 위성이 있다. 중에는 한반도 주변의 다양한 기상현상을 관측하는 우리나라의 기상위성 '천리안위성 2A호'도 있다. 천리안위성 2A호는 지난해 8월 말 발생한 태풍 힌남노가 뒤이어 생긴 열대저압부(태풍으로 발달하기 전 단계의 약한 열대 저기압)를 흡수하는 순간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기상위성은 바다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시작부터 끝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찰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다. 천리안위성 2A호를 통해 본 힌남노는 일반적인 태풍과는 달랐다.

태풍은 주로 북위 5~20도 사이 북서태평양 열대 바다에서 발생하여 북태평양고기압을 따라 북상한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북위 25도 이상에서 발생한 힌남노는 높은 해수면 온도의 영향을 받아 초강력 태풍으로 성장하였고, 이동 경로가 변칙적이었다. 위성 관측이 없었다면 입체적인 태풍 정보를 분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류는 언제부터 어떻게 태풍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

1960년 미국이 최초의 기상위성 타이로스(TIROS)를 발사하면서 우리는 태풍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독자 기상위성인 천리안위성 1호를 통해서, 그리고 2019년부터는 천리안위성 2A호를 운영하며 24시간 연속적으로 한반도를 비롯해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오세아니아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기상현상을 관측하고 있다.

천리안위성 2A호는 가시영상, 적외영상 등 기본영상과 구름천정온도(운정온도), 바람정보(대기운동벡터) 등을 통해 태풍을 정밀하게 분석하며, 태풍이 발생하면 2분 간격으로 집중적인 관측을 하여 태풍 변화 양상을 실시간으로 꼼꼼하게 추적한다. 천리안위성 2A호는 태풍이 발생한 초기의 모습을 관측하는 것에서부터, 태풍이 발달함에 따라 중심 부근에 위치한 구름 정보와 온도 등을 분석하여 앞으로 어떻게 발달할지를 예측하며, 태풍 강도와 강풍 반경 등 위성분석자료를 생산한다.

또한, 기존에는 태양이 있는 낮에만 제공 가능했던 가시영상에 대해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하여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 밤에도 기상정보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2021년부터 신기술을 적용한 천연색 영상을 제공하면서 낮과 밤의 구분 없이 여름철 한반도로 접근하는 태풍의 중심을 상세히 분석하게 되었다. 이처럼 기상청은 지난 20여 년간 기상위성을 활용하여 태풍의 이동 경로, 중심 위치 등을 예측하면서 태풍 예보의 정확도를 높여왔다.

기상청이 발간한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5개로 평년(3.4개)보다 많았고, 7년 연속으로 9월 태풍의 영향을 받았다. 힌남노의 경우 내륙에 머물렀던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경북 포항과 경주 지역에 집중호우를 내려 11명의 사망자와 2천439억 원의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한반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강력한 태풍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고자 기상청은 정밀한 태풍 관측과 예측 정보를 제공하는 천리안위성 2A호의 역할을 이어갈 천리안위성 5호를 개발하고 있다. 기상현상을 보다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는 고성능 기상영상기를 기획하고, 다양한 위성정보를 산출할 수 있는 활용기술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3월 우리나라 기상청의 요청에 따라 세계기상기구 제55차 태풍위원회는 '힌남노'를 공식 태풍 명칭에서 제명했다. 앞으로 힌남노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슬픔과 상처를 주지 않고 잊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위협적인 태풍을 막을 순 없지만, 올해도 기상청은 태풍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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