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3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남혁 목사

눈이 내린다. 눈이 오면 펄쩍펄쩍 뛰는 강아지처럼 눈 속을 걷고 싶어진다. 하얀 눈을 맞으며 순백색의 무심천 산책로를 걷는다.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나도 어릴 적 동생들, 친구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했던 기억이 난다. 슬며시 입가에 웃음이 맴돈다.

봄에는 벚꽃이 피던 나무 위에 하얀 눈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시골에서 살던 시절, 눈이 오면 온 세상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하얀 눈이 덮인 산과 나무를 보면서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신비한 동양화 화폭 속에 내가 들어간 듯 했다. 언젠가 이 풍경들을 그림으로 그려내야지. 생각으로 끝날 뿐이다. 신비한 비경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창조인가? 별이 빛나는 밤을 신비롭게 표현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뇌리를 스쳐간다.

하얀 눈 내리는 날에는 커피숍의 눈 내리는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노래를 듣는다. 살바토레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 를 듣고 푹 빠져서 살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눈이 내리면 이 노래를 듣는다. 이 추억의 노래는 눈 내리는 밤에 애인을 기다리는 애타는 마음이 가슴에 와 닿는 한 편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시이다. '눈이 내리네'는 살바토레 아다모가 1963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샹송의 명곡이다. 전 세계의 500명의 가수들이 따라 부른 애창곡이며 이선희, 김추자, 이숙, 최유나 등 우리 나라 가수들도 많이 번역해서 불렀을 만큼 한국인의 사랑을 받는 샹송이기도 하다.

아다모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광부였고 부모는 맞벌이 부부였기 때문에 어린 아다모는 문학과 음악을 사랑하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어린 시절에 주변 사람들 몰래 노래 경연대회에 참가했는데, 상으로 초콜릿 2킬로그램을 받았다고 한다. 그것이 아다모의 음악 경력의 시작이었다. 카네기의 말대로 가난이 오히려 성공의 원동력이 된 사람이다.

겨울이 되고 눈이 오면 사랑을 받는 또 하나의 노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윈터 원더랜드'(Winter Wonderland)이다. 번역하자면 '겨울-경이로운 세계'라는 뜻이다. 이 곡은 미국인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발라드 팝으로 많은 가수들이 불렀지만 특별히 딘 마틴의 노래가 그 중 가장 사랑을 받지 않나 생각된다. 딘 마틴은 영화배우면서 가수이고 특히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혹적인 보컬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의 목소리는 로맨틱하고 평온하고 달콤하기 그지없다. 겨울의 풍경과 가장 어울렸던 목소리의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그는 크리스마스 당일에 세상을 떠났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떨어져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왜 사람들은 눈을 좋아할까? 내 생각에는 그것이 순백색이기 때문이다. 순백색의 눈은 세상의 모든 추하고 더러운 것들을 덮어버린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듣고 보는 것들은 검정에 가까운 세계다. 요즈음의 아동학대는 가히 폭력영화 수준에 가까운 심각한 증상이다. 뉴스를 통해서 듣는 소식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검은 것들의 반복이다. 그런데 하얀 눈이 모든 검정들을 덮어버린다. 이것은 자비다. 용서다. 사랑이다. 사람을 고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덮을 수는 있다.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보다 덮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미덕이 아닐까? 이것을 사색하고 음미할 수 있는 순백세계로 산책하기를 소망한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