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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기온이 뚝 떨어졌다. 며칠 전까지도 영상으로 이어졌었는데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니 이제야 겨울이 정말 겨울인 것처럼 느껴진다. 춥기 때문이다. 겨울이 되면 사람들은 봄을 기다린다. 어떻든 봄은 오고야 말 것인데도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신석정(辛夕汀)의 대춘부(待春賦)는 곱고 뜨거운 핏줄, 가쁜 숨결로써 꽃이 필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봄을 기다리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또 넓게는 삶의 개화(開花)와 번영을 원하는 원초적 소망을 나타낸다. 그러나 봄을 기다린다는 사연에는 삶의 패러독스도 있는 법이다. 특히 노년기에서의 패러독스(paradox)는 사실의 진실한 힘을 갖는다. 삶의 막바지에서의 삶이 아무리 조급하게 기다린다한들 그것은 생명의 종말을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데 사실 이런 패러독스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일이다. 생명의 충동을 실현 추구하는 것이든 아니든 생명의 여정이 그 종말을 향하여 가는 것이란 데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적극적인 삶을 바란다. 적극적인 삶이란 한껏 살아가는 것이다. 한껏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간단히 생각한다면 욕망의 달성을 추구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삶의 만개(滿開)라는 허상을 쫒아 확실한 지금의 순간을 버려야 하는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욕망이란 단어에는 '꿈'이란 상수가 올라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꿈이 없는 인생은 살아있다 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말도 있다. 그만큼 꿈이란 살아가는 동안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꿈이 사회적 야심을 긍정하는 말이라기보다 그것의 허무함 또는 아이러니를 표현하는 말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일장춘몽(一場春夢)은 봄의 꿈이 허망한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문학작품에서도 꿈이 가진 의미를 해석할 수 있다. 당(唐)대로부터 내려오는 남가일몽(南柯一夢)이나 구운몽(九雲夢)이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특히 남가일몽(南柯一夢)은 순우분이란 사람이 홰나무 아래서 잠들어 꿈을 꾼다. 꿈에서 그는 온갖 영화와 성쇠를 경험하고 깬다는 이야기인데. 깨고 나서 자신이 갔던 곳이 홰나무에 뚫린 개미굴이었다는 것, 그가 부귀영화를 맛보았던 곳이 개미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서 개미와 인간을 연결한 작가의 의도 속에 또 하나의 생물과 인간의 고리를 연결했다는 것을 짐작한다. 이것과 관련하여 개미연구를 바탕으로 글을 쓴 작가 베르베르 나 E.O윌슨 박사는 개미연구에서 개미의 사회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일맥상통함을 시사한다. 윌슨 박사는 연구를 통하여 모든 생명의 삶이 일정한 생물학적이고 사회적 법칙에 의하여 지배되며 사람의 삶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인간의 삶이 허무의 세계라 하지만 작품 속에서 주제는 세속적 인간 현실에서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부귀영화가 개미의 삶보다는 더 택할 만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봄만이 좋은 계절이라 하고 봄만을 기다려야하는가. 계절의 순환이 천지이치(天地理致)의 표현이듯, 인간의 삶에도 순환의 이치가 있지 않을까. 금욕적이고 정신주의적인 현실관으로 본다면 겨울은 고통, 시련과 함께 그 나름의 삶의 진실의 일부를 이룬다. 겨울은 승복해야 할 삶의 의미의 하나이다. 그렇다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부정하는 것은 또 다른 삶의 진실을 간과하는 일이다. 허무하다 하여 꾹 누르거나 아예 체념한다면 그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그것은 만족할 만한 삶을 갈망하는 원초적 본능이자 소망이요 나아가는 삶을 위한 과정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절실함 없이 꾸는 꿈은 현실이 없는 이념일 뿐이다. 봄은 짧다. 순간 사라지는 아지랑이 일 수 있다. 그러나 봄이 있기에, 기다림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오늘도 다시 용기를 내서 팍팍한 지금을 견디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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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