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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명

서청주우체국장

올 겨울에는 예년에 비해 날이 참 포근하다. 심지어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기까지 하다. 올 한해 가뭄으로 인하여 전국이 물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음에도 겨울 단비는 해갈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얼마 전 산행을 다녀왔다. 산중턱에 때 이른 진달래꽃이 피어 거꾸로 가는 계절에 씁쓸함마저 들기도 하였지만 우체국 연하우표가 발행되고 연하장이 배부되는 것을 보고 이제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을 느껴본다.

필자가 우체국에 입사할 때만 해도 우체국의 연말은 우편물로 인해 매일매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크리스마스카드, 연하장, 달력 등이 우체국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아, 이제 연말이구나! 정말 실감이 날 정도였다. 이때쯤 되면 집배원, 우편물 구분하는 직원들 뿐만 아니라 영업이나 관리부서 직원들이 총동원되어 우편물과의 전쟁 아닌 전쟁을 치루기 일쑤였다.

12월25일전까지는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카드가 주를 이루었으며, 그 이후에는 고상하고 품격있는 연하장을 많이 발송하곤 했다. 기업체나 기관 등 다량으로 발송하는 업체는 인쇄를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들은 받는 사람을 생각하며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써서 행여나 봉투가 열릴까 조심스럽게 풀칠하여 우체통에 넣었다.

삐뚤 비뚤한 글씨로 꾹꾹 눌러 적은 손자의 연하장, 붓펜으로 웅장하리만치 멋있게 써 내려간 중년 신사의 연하장, 알콩달콩한 연인들의 연하장, 한 해의 고마움을 서로 주고받는 부부의 연하장, 참 크기도, 모양도, 색상도, 내용도, 여러가지인 다양한 연하장이 우체국 집배원을 통해 소중하게 전달되었다.

그 중에서도 우체국 연하장은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곤 했다. 우체국 연하장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연하장보다 저렴하고 봉투에 우편요금 표시가 되어 있어 별도로 우표를 붙이지 않고도 발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체국 연하장이 시중보다 저렴하고 별도의 우표를 붙이지 않고 보낼 수 있는 것은 여전하다.)

연하장은 15세기 독일에서 아기 예수의 모습과 신년을 축복하는 글이 담긴 카드를 인쇄한 것이 연하장의 시초라고 한다. 그러다 18세기 말에 이르러 명함이 나돌면서 이에 그림을 넣는 새로운 풍습이 시작되었고, 독일· 오스트리아·프랑스 등지에서는 신년을 맞아 친지들에게 보내는 인사장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조선시대 신년에 상대방을 직접 찾아가 인사를 드리지 못하는 경우 아랫사람을 시켜 문안의 서찰을 보내는 "세함"이라는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연하장은 지인들에게 축복의 신년인사를 전하면서 새해를 시작하는 의미일 것이다.

인터넷이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연하장을 주고받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종이 카드를 고르고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어 우편물을 발송하는 대신 몇 번 클릭만으로 편리하게 다양한 연하장을 보낼 수 있다. 또한 비용이 들지 않아 많은 이들이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을 담아 손으로 쓴 연하장만큼의 반가움은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요즈음 우체국에서는 예전에 비해 연말연시를 무색케 할 정도로 연하장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정성스럽게 손으로 쓴 연하장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왠지 정이 메말라 가는 느낌이다.

깊어가는 이 겨울 다가오는 2016년 병신년 붉은 원숭이해를 맞아 고맙고 감사한 지인들에게 내 마음과 정성을 가득 담은 연하장을 보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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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