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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여행 - 남해의 '보리암'

세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화엄의 세상

  • 웹출고시간2013.11.24 18:10:56
  • 최종수정2014.01.12 15:54:42

오르다 문득, 마주한 풍경이 개운하다. 솜사탕 같은 운무가 섬과 섬을 이어주고 하늘 아래 점점이 펼쳐진 섬들은 서로의 허물을 끌어안고 남해(南海)는 보리암을 올라다보는 형국이다. 세상의 경계가 모두 무너지는 곳에 우뚝, 화엄의 세상이 솟아 있다. 바다의 광막한 넓이에서 무궁한 부처의 법어가 은은히 흘러나올 것만 같다.

비가 올 것 같이 잔뜩 찌푸려져 있던 하늘은 거짓말처럼 맑게 개어 있었다. 태양은 구름을 가르고 그 따사로운 얼굴을 내민다. 빛살로 바다와 대지를 씻고 닦고 어루만졌다. 위태로운 천길 벼랑 끝에 위치한 화엄은 화합과 용서의 깨우치는 도량(道場)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이곳으로 자꾸만 오르나보다.


해가 설핏해질 무렵, 보리암에 올랐다. 상주해수욕장에서 곧바로 올려다보면 돌산이 보이는데, 바로 그 산이 금산이다. 보리암은 금산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다. 보리암의 초입을 알지 못해, 무작정 네비가 일러주는 그대로 가면 복곡탐방지원센터로 인도한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보리암 9부 능선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곳이다. 9부 능선인 입구에서 약 20여분정도 산행을 하면 보리암을 만나게 된다. 바닷가에서 바라보면 산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돌덩이처럼 보이지만, 등산로가 시작되는 산 아래에서 쳐다보면 기암괴석들이 산꼭대기에 도열해 있고 그 아래는 망망대해다.


금산의 원래 이름은 보광산이었다. 신라 원효 스님이 이 산에 보광사라는 절을 지은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금산은 규모도 작고 높지는 않지만 한려해상 국립공원 내 유일한 산악공원으로 기암괴석의 절경과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의 푸른 바다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어 전망이 빼어난 산이다.

금산(金山)이란 이름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 개국을 앞두고 보광사에서 백일기도를 올리던 중, "내가 소원을 이루면 그 보답으로 산 하나를 온통 비단으로 덮겠다."고 약속한 데서 비롯됐다는 전설이 있다. 정식으로 산 이름을 금산으로, 사찰을 보리암으로 고친 것은 조선 현종 때의 일이다. 금산에 있는 보리암은 낙산사 홍연암, 강화도 보문사, 팔공산 갓바위 등과 더불어 나라 안에서도 가장 영험 있는 기도처로 알려져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버스로 산을 오를 때, 어찌나 가파른지 현기증이 날 정도다. 9부 능선에서 내려 보리암까지 약 20여분 오르면 목적지 보리암에 이른다.

보리암을 만난 첫 인상은 하늘 위에 떠있다는 느낌이다. 기암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망망대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선경에 위치하고 있다. 경내에는 옛날 인도 월지국에서 김수로왕비 허태후가 가져온 것을 원효 대사가 이 절에 가져다 세웠다는 전설의 3층 석탑이 있다. 3층 석탑이 있는 해수관음보살상 앞에 서면 금산의 주봉인 망대(685m)를 중심으로 문장암, 대장봉과 형리암, 화엄봉, 일월봉, 삼불암, 좌선대, 촛대봉, 향로봉, 사자암, 팔선대, 상사암, 이태조 기단 등 38경 대부분이 보인다. 산 정상에 있는 망대에는 고려시대부터 사용돼온 우리나라 최남단의 봉수대가 복원돼 있다.

보리암 뒤편에 하늘을 찌를 듯이 웅장하고 위엄 있게 우뚝 솟은 바위가 대장봉인데 그 앞에 절을 하듯 허리를 숙이고 있는 바위는 바로 형리암이다. 대장군이 부처 앞에 예를 하는 모습으로 형리가 대장군으로부터 명령을 받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리암 왼쪽 벼랑을 끼고 내려가면 이성계의 기도처가 있는데 내려가는 길이 실로 아찔하다. 오른쪽으로 흔들바위와 돼지바위, 코끼리바위, 좌선대가 있는데 이곳을 지나 산 끝자락의 널찍한 암반에 다다르면 9개의 구멍이 나 있는 상사암을 만날 수 있다. 상사바위에는 그에 얽힌 전설이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조선시대 양반집 규수를 사랑했던 하인이 상사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었는데 이를 알게 된 양반집 규수가 가엾게 여겨 그 사내의 순수한 마음을 이 바위에서 받아들였다는 전설이다.

독일의 시인 괴테가 "모든 산봉우리마다 깊은 휴식이 있다."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보리암 절집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아득한 다도해 앞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저절로 휴식이 된다. 하루를 묵으면 남해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으니 비경에 노니는 신선이 따로 없다.

늦게 오른 산행 탓인지, 내려오는 길에 바다 위에 떠있는 별을 보았다. 그리고 검은 바다를 비추는 달빛이 이토록 요요한지 처음 알게 해준 보리암 여행이었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 보리암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사천IC~창선·삼천포연륙교를 건너 3번 국도를 따라 삼동면 지족삼거리에서 우측 방향의 지방도 이용. 이동면 무림리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좌측으로 10㎞쯤 가다 보면 금산 입구가 나온다.

# 맛있는 집

남해도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죽방렴에서 건져온 멸치를 손질해 반 건조한 뒤 양념장에 푹 조리고 쌈을 싸먹는 멸치쌈밥을 토속음식으로 즐겼다. 어른 손가락 크기의 생멸치의 머리와 내장, 비늘을 제거한 다음, 굵은 소금을 뿌려 채반에 말리고 멸치액젓으로 맛을 낸 양념장에 푹 조리면 짭짤하고 구수하면서 영양가도 뛰어난 밑반찬이 된다. 멸치쌈밥은 여기에 상추쌈과 날된장을 곁들인다. 싱싱한 상추쌈에 밥과 조린 멸치 두어 마리를 올리고 마늘장아찌와 된장을 얹어 둘둘 말아서 입에 넣으면 진하고 구수한 향기가 입맛을 당긴다. 남해 농가맛집으로 등록된 어부림(055-867-5558)이 멸치쌈밥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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