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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힐링여행 - 일본여행기 Ⅱ

세계농업문화유산인 아소평야

  • 웹출고시간2014.02.06 20:51:10
  • 최종수정2014.02.06 20:51:10
환한 아침 햇살이 차창에 어른거리는 가운데 아소산을 올랐다. 삼나무들이 싱겁게 키 큰 남자들처럼 여기저기 도열해 있었다. 일본의 산은 거의 국유지로서 60% 이상이 조림이다. 지열과 가스 때문에 자연산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뿜는다는 삼나무로만 심어서 산이 거대한 하나의 삼나무같이 보일 정도다. 일본의 모든 것이 무너져도 나무에서 나는 수입만으로도 100년을 살 수 있다 하니 그 위력이 대단하다. 우리의 소나무도 좋지만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빠른 삼나무도 눈여겨볼 만하다.

유후인의 긴린코 호수

산의 정상 가까이 오르니 저 아래 아소평야가 눈에 들어온다. 평야 바깥쪽을 병풍처럼 두른 것이 아소의 외륜산이고 평야 안에 있는 것이 내륜산이다. 아소평야는 유네스코에서 세계농업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활화산의 지층에서 정화 작용을 거친 천연수와 산의 분화로 인해 천연 비료덩어리가 된 흙으로 농사를 지으니 우수한 농업이 될 수밖에 없는 천혜의 환경이다. 화산은 이들에게 오히려 삶의 축복이 된 셈이다.

아소산은 언제 터질지 과학적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활화산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인들은 신이 화나서 산이 불을 뿜는다고 생각해 산나물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산이 품고 있는 고사리나 다양한 취 등 온갖 산나물을 먹으며 산의 은혜에 감사하는 우리네와는 근원적으로 다르다.

천상의 소녀가 물로 흐르다

이케야마 수원지

아소산 정상에 오르니 흐리고 눈이 날려 분화구를 보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예정에 없던 이케야마 수원지에 잠깐 들렀다. 가이드는 모든 풍경이 계절에 따라 다르다며 여름에만 주로 가게 되는 이케야마 수원지의 겨울 정취가 어떨지 기대된다고 했다. 평범한 산 중턱에 내렸을 때만 해도 그토록 숨 막히는 풍경과 조우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수원지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 천상의 소녀와 갑자기 눈을 마주친 것만 같은 황홀감이 밀려 왔다. 그 청아한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유후인의 찻집

수원지 주변에 초여름 같은 유록빛으로 싱그런 잎사귀와 풀잎들, 그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하얀 눈, 그 눈 위에 투명하게 쏟아지는 햇살이 맑은 그림자를 어룽어룽 이루어내고, 물 밑에서는 여기저기 퐁글퐁글 파문을 그리며 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물 밑에서 저절로 솟는 천연수였다. 아소산에 이러한 수원지가 7개 있는데 이 천연수는 결국 바다로 빠져나가 일본의 해양 생태계는 사실 영양 성분이 무척 높다고 한다.

수원지 근처 오래된 삼나무들은 몸통에 온통 푸르고 고슬한 이끼를 두르고 있어 녹색 우단으로 치장한 귀족의 품위가 느껴졌다. 힘껏 둥치를 껴안고 싶은 아름다운 나무였다. 이케야마 수원지가 빚어낸 신묘한 물의 얼굴과 주변 풍경은 두고 오는 내내 가슴에 화인처럼 남았다.

일본 속 유럽으로 불리는 유후인으로 가는 길에 가끔 휴게소 같은 것이 보였다. '미찌노에키'라 불리는 것으로 그 지방의 특산물과 가공품을 파는 곳이다. 일본은 15km마다 이러한 미찌노에키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유통 시스템으로 일본의 농촌 생활은 도시 못지않게 안정적이라고 하니, 도·농간 격차가 심한 우리로서는 참 부러운 점이었다. 외관상으로도 시골 마을이나 도시 집들의 풍경이 거의 비슷했다.

유후인 전통술가게

유후인 마을은 아기자기 아름다웠지만 가게마다 판매되는 상품이 거의 비슷해 다소 실망스러웠다. 다만 정겨운 긴린코 호수와 생활하수가 흐르는 것이라는 깨끗한 마을의 도랑들은 눈여겨볼 만했다. 이토록 작은 마을에 샤갈의 진품이 있는 갤러리가 있는 것도 배울 점이었다. 금성당이라 써붙인 작은 가게에서 맛있는 감자 고로케를 사먹으며 멀리 눈 덮인 산을 바라보는 것은 여행만이 주는 즐거움이었다.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벳부의 풍경

벳부의 유노하나

유황 온천의 도시 벳부로 가는 길에 유황 재배지 유노하나에 들렀다. 온도에 따라 하늘색과 붉은색으로 끓고 있는 온천물은 이색적 풍경이었다. 매캐한 유황 내가 코를 자극하는 가운데 지나는 아이들은 유황불로 익힌 구운 계란과 노란 옥수수를 입에 물고 다녔다.

벳부의 지옥온천.

일본인들에게 "21세기에도 간직하고픈 일본의 풍경"을 설문 조사했을 때 1위가 곳곳에 온천의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뱃부의 풍경이었다고 한다. 2차세계대전 때도 미군이 공중에서 내려다본 그 풍경에 반해 함부로 폭격을 못했다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밥 짓는 연기 같은 그 느낌은 묘한 향수를 자아내나 보다.

다음 날 다시 배를 타기 앞서 후쿠오카 모모리찌 해변을 산책했다. 봄날처럼 포근한 날씨였다. 훈풍의 해변가 가까이 후쿠오카 돔 구장이 보였다. 재일교포 IT사업가 손정의가 세운 구장이다. 태양 아래 금빛으로 반짝이는 구장을 바라보노라니 가슴이 뭉클했다. 핍박받는 가난한 재일조선인으로서 지금 일본 제일의 부호가 되기까지 그의 치열한 노력을 아는 탓이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알아도 한국인 손정의는 모르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좀 더 그의 삶이 소개되었으면 한다.

일본으로 오는 밤바다에서 우리의 착잡한 지난 역사를 생각했다면 이토록 환한 햇살 아래 손정의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뿌듯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국행 배에 올랐다.

/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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