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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7.28 16:00:2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홍대기
내게 행복을 주는 너, 참 아름답구나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8월 한 달은 한반도 전체가 폭염과 열대야로 밤낮없이 푹푹 찔 것이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더위 탈출을 위한 묘안 찾기에 분주하다. 눈이 시리게 푸른 계곡에서 무더위를 식히기도 하고 가슴 터질듯 망망대해의 바닷가로 달려가 열정의 꿈을 낚아 올리기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해외로 명품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은 인산인해일 것이다.

아직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았거나,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 뜨거운 여름날을 지혜롭게 보낼 수 있는 제안을 하고 싶다. 문화와 함께하는 피서, 책을 읽으면서 정보의 바다에 흠뻑 빠져보는 피서, 그리고 한반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우리 것의 소중함을 체휼하는 피서가 그것이다.

문화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안식처이자 새로운 세계를 향해 큰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충전소와 같다. 시원한 계속이나 호수에 발을 담그고 싶다는 낭만적인 생각을 가져보는 것은 자유지만 찜통더위, 바가지 상술, 피서객들의 인파속에 금쪽같은 휴가를 소비하고 후회만 남을 것이다. 따라서 가까운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문화피서를 즐기면서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접근을 하면 좋겠다.

ⓒ 강호생
한국공예관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공예체험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공예와 함께하는 여름방학'이 전개되고 있다. 큐레이터의 꼼꼼한 작품설명을 듣고 전시작품을 직접 만들어보며 다도체험을 통해 그윽하고 품격 높은 이벤트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신미술관에서는 '조물조물 손가락, 살랑살랑 바람되어'라는 테마의 프로그램 운영된다. 다문화가정, 어린,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로 가득하다. 대청호미술관에서는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판화체험교실'을 운영한다. 충북판화가협회의 기획전과 함께 전개되는데 참가자 누구나 판화의 개념과 독특한 기법, 제작과정을 배울 수 있다. 이밖에 국립청주박물관 등에서는 우리의 오랜 삶과 문화를 오롯이 만날 수 있는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 문화는 곧 에너지다.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을 꿈꾸는 자여, 문화와 함께하라. 삶의 에너지를 담아라.

독서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는 것도 여름을 값지게 보내는 방법이다. 어렵고 딱딱한 전문서적 보다는 쉽고 재미있는 교양서적이 좋다. 서점으로 달려가 직접 책을 골라보는 재미도 유별나다. 수필이나 시집 한 두 권은 기본이고 자신의 업무에 양식이 될 수 있는 책을 몇 권 추천받아 읽으면 남은 인생, 남은 여정이 행복할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보르헤스는 "책은 기억의 확장이며, 상상력의 확장"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한반도 구석구석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추천할 만하다. 한국의 자연, 한국의 전통, 한국인의 삶의 양식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소중함을 온 몸으로 느껴보자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명소가 아니라 우리 곁의 작은 오솔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즐겨보자. 풀 한포기와 나무 한 그루, 맑은 물소리와 녹음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 고풍스런 문화재와 역사의 숨결 등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그 길을 따라 내 몸 안으로 전해져 오는 땅의 촉감을 느끼고 대지의 아우성을 들어보자.

ⓒ 홍대기
길 위에 길이 있고 그곳에는 무수한 생명들의 속삭임으로 가득하다. 오솔길이든 신작로든, 산골짜기든 돌담길이든 사람과 날짐승 들짐승이 오가는 길은 생명의 길이다. 그 길은 계절을 가로지르는 시간의 창이며, 계절과 맞닿은 공간의 문이다. 그 길은 언제나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투영하는 거울이며, 미지의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고행하는 투어리스트들의 상처 입은 가슴이다. 길은 만남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람과의 만남, 자연과의 만남, 문화와 문명과의 만남, 그리고 자신과 끝없이 조우하고 온전한 인간으로 설 수 있는 지혜와의 만남을 주선해 준다.

길은 추억이다. 때로는 기쁨으로, 때로는 슬픔으로, 때로는 사랑으로, 때로는 우정으로, 때로는 이별로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추억을 만들어 준다. 짧거나 강렬하게, 그리고 촉촉하거나 그윽하게 말이다. 길은 동행이다. 혼자 걸어도 혼자가 아니다. 아프고 시린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슴 따뜻한 동반자다. 기쁘고 즐거울 때는 시원한 솔바람과 함께 내 곁에서 노래를 불러주고 춤도 추는 예쁜 파트너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도연명 시인의 말처럼 저 하늘 아래 생명의 숲도 더 이상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아니, 생명의 숲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는 끝끝내 등을 돌리고 말았다. 비정한 사람이여, 구린내 나는 세월이여, 무정한 삶이여! 이 뜨거운 여름날에 우리는 어떤 길을 찾고, 어떤 길로 떠나며, 내 마음의 그릇에 어떤 삶의 의미를 담을 것인가.

나그네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잔꾀를 찾던 중 제천 월악산이 떠올랐다. 청주에서 제천으로 가면서 만날 수 있는 국립청주박물관, 운보미술관, 충주박물관, 제천 수산면의 한국도서박물관 등을 둘러본 뒤 월악산 계곡에서 책을 읽으며 여름을 탈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 할 월악산의 신비를 품고, 대자연의 푸른 정기를 받으며, 박물관에서 지적자양분을 쌓고, 책과 함께 가벼운 스킨십을 즐기려는 것이다.

월악산은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송계 쪽에서 보면 영봉, 중봉, 하봉으로 이어지는 암봉의 행진이 장엄하다. 억겁의 풍랑과 맞서 싸우며 달려온 수백미터의 벼랑이 아찔하다. 4월이면 활짝 핀 벚꽃 가로수 위로 떠 있는 한 척의 거대한 범선으로 다가온다.

ⓒ 홍대기
덕주골에서 덕주사와 마애불을 거쳐 오는 능선 위에서 만나는 영봉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홀리게 한다. 하늘을 향해 끝없이 수직으로 솟은 듯한 봉우리는 에너지가 용솟음치는 것 같은 신비감과 여린 사람의 마음을 긴장하게 하는 묘함이 담겨 있다. 그리고 해질녘 신륵사 길을 벗어나 덕산 쪽에서 느긋하게 만나는 영봉은 검은 실루엣, 신기루 같은 신성함을 느낀다. 영봉은 둥글둥글한 수십 개의 능선을 거느리고 마치 하늘을 향해 마련된 제단처럼 솟아 있다.

나그네의 마음을 압도하는 바위가 많지만 오랜 세월 거친 풍랑과 맞서며 함께 달려온 노송이 맑은 기운이 있어 좋다. 바위를 품고 있으면 솔바람의 향기에 몸도 마음도 느긋해 진다. 책 몇 장을 넘기며 삶의 찌꺼기를 털어낸다. 새로운 삶의 용기를 얻는다. 모든 소리가 몸속에서 청량하게 공명한다. 여행이란 길 위의 도파민이다.

글 변광섭(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에세이스트)

그림 강호생(화가·충북미술협회장)

사진 홍대기(사진가·청주성모병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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