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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일

문의성당 주임신부

추위나 더위를 피해 일정한 기간 특정한 장소에서 휴식을 즐기는 것을 프랑스 말로 '바캉스(vacance)'라고 한다. 산업의 고도성장으로 인해 우리의 생활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도시가 발달하고 편리한 기계들이 만들어졌지만 인구가 과도하게 집중되었고 자연은 멀어져 갔다. 또한 산업의 발달로 물질적 풍요로움은 누리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인간은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쳐갔다. '바캉스(vacance)'는 산업사회에서 경쟁에 지친 사람들이 정신적·육체적 안정을 취하고 삶을 재충전하기 위해서 시작되었다. 프랑스는 여름철이면 파리 등 대도시가 텅 빌 정도로 휴가를 떠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개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1970년 중반부터 보편화되었다.

'바캉스(vacance)'라는 말은 '비우다'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vacare'에서 나온 말이다. 즉 휴가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삶 속에서 긴장과 갈등과 스트레스를 주는 것 특히 죄로 이끄는 마음의 온갖 해로운 것들을 비우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의 휴가는 그동안 바쁜 일상 때문에 누려보지 못한 쾌락을 추구하는 시간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그러니 휴가를 다녀와도 마음의 평화와 삶의 재충전이 되기보다는 일탈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진정으로 휴가를 통해서 마음의 평화와 삶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면 육신의 휴식과 정신의 휴식과 영혼의 휴식이 있어야 한다.

첫째로, 육신의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휴식을 취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육신의 건강을 회복하는 일이다. 죽도록 일만 하다가 죽는 것은 미련한 삶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일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노동을 통해서 재물을 얻고자 하는 것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물을 얻고 건강을 잃는 다면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째로, 정신의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적절한 휴식은 지친 우리의 마음을 풀어주는 활력소이다. 우리의 마음을 바르게 지킬 때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 시간의 실수들을 돌이켜 보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주어진 문제들과 갈등들을 다른 각도와 다른 마음으로 되돌아보는 것이 휴가이다. 마음의 생각으로부터 우리의 모든 행동이 나온다. 그러니 휴식을 통해서 기울어진 마음을 바로 세워야 한다. 따라서 적절한 휴식을 통해 마음이 평화를 누릴 때 많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셋째로, 영혼의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휴식은 단순히 육신이 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부족합니다. 휴식을 통해서 영혼의 움직임을 살펴야 한다. 영적인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영혼의 상처들을 잘 살필 수 있다면 용서하지 못했던 사람을 용서할 수 있고, 이해하지 못했던 일을 이해하고, 나를 실패로 이끄는 영혼은 나쁜 습관 즉 죄를 이겨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영혼의 움직임을 파악할 때 우리는 늘 평화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천주교에서는 이렇게 영혼을 돌보는 시간을 '피정(피세정념 避世靜念)'이라고 한다. 일상의 번거로움을 피해 침묵 속에서 나에게 들려오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며,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 안에서 영혼의 양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며, 나 자신을 대면하고 성찰하는 시간이다. 이렇게 영혼의 평화를 얻으면 삶의 여러 가지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된다.

휴가철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휴식의 시간을 통해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우리 자신의 악습을 비워내고 참 평화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좋은 휴가를 만들어야 한다. 어디로 놀러갈까 고민하는 휴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휴가를 보내며, 자신과 가족과 이웃을 다시 발견하는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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