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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영화의 명대사는 '음악'

  • 웹출고시간2023.09.25 17:19:32
  • 최종수정2023.09.25 17:19:32

안소현

(사)여성문화예술기획 충북지부장

가끔은 기다리는 영화를 고대하며 고속도로를 달린다.

'도대체 이런 걸작을 왜 나의 도시에서만 상영하지 않는지.'

마음 한구석은 투덜대지만, 또 다른 감정이 고개를 내민다.

그것은 설렘.

엔니오 모리꼬네를 만나러 갔다.

그의 영화 작업파트너이자 인생의 영원한 친구인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156분간 조곤조곤 '엔니오 모리꼬네' 이야기를 들려준다니, 첫사랑을 만나러 가듯 만감이 교차했다.

영화 '엔니오: 더 마이스트로' 포스터.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엔니오 모리꼬네를 향한 연서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가 2020년 7월 6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와 인생 여정을 함께해 온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그를 추모하는 디큐멘터리를 제작했고, 올해 7월 국내에서 개봉했다.

생전에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아니면 나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엔니오 모리꼬네를 추모하기 위해 25년간 다큐멘터리와 광고는 물론 여러 프로젝트를 포함한 대부분 작품을 함께 해온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그를 사랑하는 전 세계 관객들에게 그의 이야기를 전해주고자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미션' 포스터.

엔니오 모리꼬네는 지난 1961년 루차노 살체 감독의 '파시스트'로 영화 음악에 입문하여 400여 편이 넘는 영화·드라마 음악과 100여 곡에 이르는 클래식 음악을 작곡했다.

젊은 시절의 엔니오 모리꼬네는 1년에 무려 20여 편씩을 작업했다.

그의 앨범들은 전 세계적으로 7천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

'황야의 무법자', '시네마 천국',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헤이트풀8' 등의 음악을 감독했고, 골든글로브 음악상 3회, 그래미상 3회, 아카데미 시상식 공로상·음악상을 수상했다.

또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현대 이탈리아 영화의 경향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영화 '시네마 천국' 포스터.

'시네마 천국', '피아니스트의 전설', '말레나', '언노운 우먼', '베스트 오퍼' 등 휴머니즘적인 시각으로 소박하나 진실한 신념을 담고 있는 작품을 제작했다.

작품에서도 현실에서도 두 사람은 완벽한 파트너였고 영혼을 교류하는 친구였다.

마치 그들이 함께 만든 영화 '시네마 천국'의 토토와 알프레도처럼 나이가 차이나도 상관 않고 서로 존중하는 영혼의 파트너였다.

인생에서 한 명의 진실한 친구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한다면, 이 두 거장의 삶은 그야말로 성공적이다.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의 한 장면.

◇자신의 선택에 언제나 당당했던 엔니오 모리꼬네

엔니오 모리꼬네는 의사가 꿈이었으나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트럼펫 연주자가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생계를 유지해야 했지만,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의 페트라시 교수로부터 작곡을 배우게 되었다.

영화음악에 입문하면서 순수음악가들에게 받았던 멸시를 인내하고 오직 실력으로 영화음악계에서 세계 최고의 거장이 되기까지의 인생사가 한편의 서사시처럼 펼쳐진다.

그는 실험적이었고, 독창적이었으며, 모험적이었다.

신인 감독들과 작업하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를 심리학자라고 표현할 만큼 모리꼬네는 영화감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적중했다.

의견이 맞지 않으면 조율하고 설득해가면서 자기의 생각을 작품에 이입시켰다.

아카데미가 끝까지 외면해도 그는 담대하게 받아들였다.

영화 '헤이트폴8' 포스터.

마침내 아카데미는 공로상에 이어 '헤이트풀8'로 음악상을 수여하며 거장에게 경의를 표했다.

저명한 영화음악가들과 감독들이 다큐멘터리에서 모리꼬네에게 바치는 찬사는 그의 인생에 견줄 때 조금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때도 새로웠고 지금 들어도 새롭다."(클린트 이스트우드), "나한테는 위대한 음악적 지침이다."(팻 메스니), "엔니오는 우리 인생의 사운드트랙이다."(한스 짐머),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퀸시 존스), "한번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다."(왕가위)

이 같은 극찬은 모리꼬네의 음악이 얼마나 훌륭한지 증언한다.

'헤이트풀8'로 함께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그의 음악은 눈에 보인다"고 평했다.

모리꼬네의 사운드트랙은 눈으로 보는 음악인 동시에 귀로 듣는 영화다.

그리고 온몸으로 체험하는 시청각적 전율이다.

◇최고의 관객인 아내 마리아에게 전하는 메시지

작품 제작을 핑계 삼아 뮤즈라고 지칭하며 새로운 사랑을 자극제로 삼는 예술가들을 종종 보아왔다.

그러나 엔니오 모리꼬네를 존경하게 된 또 한 가지 이유를 꼽는다면 지고지순하고 변함없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다.

지난 1956년에 결혼해서 64년간 한 여자만을 사랑한 이 시대의 진정한 로맨티스트인 엔니오 모리꼬네에게 찬사를 보낸다.

아내를 최고의 관객이자 비평가로 삼는 모습이 인상 깊다.

일평생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도와주고, 언제나 사랑으로 함께해온 제 아내 마리아에게 죽기 전에 남긴 부고를 보면 두 사람의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스며 있다.

"나는 당신에게 매일 새로운 사랑을 느꼈으며 이 사랑이 우리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를 묶어준 각별했던 사랑을 되새깁니다. 이제 이를 포기해야 해서 미안합니다. 당신에 대한 작별 인사가 가장 가슴 아픕니다."(엔니오 모리꼬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포스터.

◇영화를 들려주는 영화음악

영화 한 편을 고스란히 들려준다.

눈을 감아도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들으며 '미션'을,

A Fistful of Dollars를 들으며 '황야의 무법자'를,

사랑의 테마를 들으며 '시네마 천국'을,

데보라의 테마를 들으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상영이 끝났는데도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 위대한 음악가의 삶의 흔적을 가슴에 담고 감동으로 전신이 마비된 듯.

한스 짐머가 말했듯이 엔니오는 내 인생의 사운드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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