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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북도 중앙도서관장

<김정희 필 세한도> 앞에 서면 잠시 숨이 멎는다.

A4용지 두 장 남짓 크기(가로 69.2㎝, 세로 23㎝)의 그림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오른쪽 아래 찍혀있는 長母相忘(장무상망: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의 붉은 인장이다.

추사의 작품 중 혹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명작은 말년에 그린 <불이선란도>다.

난(蘭)을 치고 여러 편의 제발(題跋)을 쓴 그림인데, 그림과 글씨를 통섭(通涉:넘나들다)하고 통섭(統攝:아우르다)하여, 직접 보면 십 년은 감탄할 만하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제발 중에서도 "처음에는 시동(侍童) 달준에게 주려고 그린 것이다."란 발문은 진한 감동을 준다.

열 개의 벼루를 밑창 내고 천 자루의 붓을 몽당붓으로 만들며 완성한 추사필법의 결정체를 보고 마음먹은 것이 있다.

퇴직 후 도서관 먼지떨이인 양 빈둥거리다가 다음과 같은 격려에 용기를 내어 한번 써보기로 했다.

"나는 70의 나이에 매일 글 쓰는 법을 배운다."―박물학자 뷔퐁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즉시 적어둬야 한다."―실학자 이익

"형편없어도 상관없다. 글 쓰기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쓰는 것 뿐이다."―수필가 수전 손택

"좋은 글을 써보려면 오래 살아야 될 것 같다."―소설가 이태준

학교에 들어가기 전, 다리가 부러진 접이식 밥상에다 분필로 쓰고 지우며 재미나게 한글을 배웠다.

중학생 때는 영어 단어를 외우느라 하룻밤에 볼펜 한 자루를 다 쓰곤 했는데, 날이 밝아 거울을 보면 호롱불 그을음에 콧구멍이 쌍굴뚝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 열정을 다시 불러내어 1천자루의 볼펜을 닳아없애겠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열심히 긁적이고 있다.

한글을 배우고 쓴 지 반백년이나 지났건만, 편지를 쓰는 것도 아니고 붓글씨를 쓰는 것도 아닌 일상의 글씨체마저도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좋아하고 굵은 볼펜심을 애용하는 데다가, 안 그래도 볼품없는 글씨가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ㅁ'인지 'ㅇ'인지, 'ㄹ'인지 'ㅌ'인지 분간키 어려울 개발새발이 되어 스스로도 짜증스런 때가 왕왕 있다.

글씨는 그 사람의 얼굴이라 했다.

중국 당나라 때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관리 등용의 표준으로 삼았고,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취지도 '사람마다 쉽고 편하게'였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예쁜 글씨가 읽기도 편할텐데, 글씨를 쓸 때마다 느끼는 점이 많다.

기운도 없고 부드럽지도 않고 조화롭지도 못하다.

'이게 최선이야?

한 자를 쓰더라도 제대로 써야지!'

1957년 9월, 수화 김환기가 남프랑스 니스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방송국 초청으로 정오 방송에 출연했는데,

방송을 들은 프랑스 사람들이 "당신의 나랏말 참 아름답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수화는 생전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역설했었다.

우리 한글은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쓰는 것도 아름답다.

글씨체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니 글씨만 보고도 그 사람을 어느 정도 알 수가 있다.

모난 사람인지 둥글둥글한 사람인지 철저한 사람인지 대충하는 사람인지.

올리버 색스의 말에서 또다시 용기를 얻는다.

"노년은 여유와 자유의 시간이다.

이전의 억지스러웠던 다급한 마음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탐구하고 평생 겪은 생각과 감정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시간이다."

'노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석양'이다.

석양빛은 주홍과 보라와 파랑으로 아름답다.

왕성하게 자라 폭이 넓은 나이테처럼,

쉬지 않고 배우고 익히는 노년에게서

'나이 듦'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올 것이다.

글씨를 쓸 때마다 추사를 생각하며 한 자 한 자에 정성을 들인다.

펜을 잡은 엄지·검지·중지가,

길가는 세 친구처럼 다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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