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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서

괴산군의회 전문위원

중국대륙에서 흥망성쇠 했던 나라들은 우리나라의 역대 국가들과 때로는 우방으로 때로는 적대국으로 애증의 역사를 써 내려오고 있다. 대등한 위상은 고구려 멸망으로 끝나고 약소국의 위치에 서게 된 우리나라의 왕조들은 중국대륙에 존재했던 국가들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왕조를 세운 조선(1392년 개국)과 명(1368년 개국)은 국가안정을 위하여 선린우호관계가 필요했고, 조선은 개국 초부터 명에 조공하는 의례를 '경국대전' 예전(禮典) 사대조(事大條)에서 정하고 사대교린을 국가의 공식적인 정책으로 표방하였다.

사대교린정책은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고 조공제도를 관무역의 창구로 활용하는 등 실리가 없지는 않았으나, 왜에게 '정명가도(征明假道)'의 빌미를 주어 임진왜란의 단초가 되었고, 명을 멸망시킨 청과 굴욕적인 외교관계를 맺는 수난의 역사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아픈 역사를 상징하는 유적이 괴산의 화양동에 있다. 임진왜란 때 조선파병을 재가한 신종(神宗)과 명의 마지막 황제·의종(毅宗)의 제향을 위해 세워진 만동묘(萬東廟)이다.

화양동에 만동묘가 세워지게 된 계기는 인조 때 민정중이 청나라에서 구한 의종의 친필 '비례부동(非禮不動)'을 전해 받은 송시열 선생이 그 글씨를 화양동의 암벽에 새기고, 제자 권상하에게 화양동에 묘우(廟宇)를 짓고 신종과 의종을 제향 하라는 유언을 남김으로써, 선생 사후인 1704년(숙종 30)에 화양동서원과 함께 만동묘가 세워지게 되었다.

묘의 재정과 관리를 위하여 토지와 노비가 하사되었고, 헌종 때는 관찰사가 직접 제를 올리기도 했으나, 제수전(祭需錢) 강제징수 등 횡포가 심화되어 대원군 때 철폐되었다가, 1874년(고종 11)에 재건되어 일제강점 초기까지 명황제의 제사를 지내 오다가 일제에 의하여 다시 철거되었다.

1980년대 초부터 화양동서원과 만동묘 복원이 시작되었으나, 만동묘 복원이 거론될 때마다 사대주의와 연관 지어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러나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임진왜란 때 명은 위기에 처한 조선에 원병을 보내 주었다. 조선이 왜에 점령되면 명의 영토가 전쟁터가 되기 때문에 조선 땅에서 싸우려는 명의 저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로 인해 조선은 나라를 보전할 수 있었으므로, 후일 군사를 보내 준 명황제의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묘우를 지었던 것이다.

내 나라를 내 힘으로 지키지 못한 부끄러운 역사를 상징하는 유적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당당하고 훌륭한 과거도 역사이고, 숨기고 싶고 부끄러운 과거도 엄연한 역사이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역사의 교훈에 무게가 있다면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

민족 대학살이라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이스라엘은 독일에 의해 자행된 유태인 학살 실상을 알리는 '유태인학살기념관'을 베를린, 예루살렘, 파리, 뉴욕, 워싱턴 등지에 세웠다. 선조들은 부끄러운 역사를 가졌지만 후손들은 그런 역사를 다시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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