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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일

문의성당 신부

인간은 죽음 앞에 무기력하고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다. 죽음은 이별, 비탄, 공포, 불안, 무력함으로 체험된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살아 있는 사람이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 갖는 간접 체험이지,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은 아니다. 살아 있는 인간은 죽음과 삶이 분리된 지점에서 머물러 있으려 한다. 죽음을 피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어떠하든 죽음은 우리에게 다가온다. 어떤 때는 죽음이 무차별적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스위스 바젤 지방에는 1440년에 그려진 작자 미상의 '죽음의 춤' 이라는 작품이 있다. 페스트가 전 유럽을 무자비하게 휩쓸던 때에 죽음의 공포에 절망한 사람들이 길거리로 뛰어나와 미친 듯이 춤을 추었던 사건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그림에서 주목할 것은 해골로 묘사된 죽음이 귀족이나 평민이나, 부자나 가난한 자나, 누구도 가리지 않고 죽음의 춤에 끌어들임으로써 죽음 앞에서는 만민이 평등하다는 소박하면서도 확실한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죽음을 삶에서 분리하려는 인간은 노력은 늘 무의미하다. 죽음은 인간 삶의 전체 안에서 발생하는 전인격적인 죽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고백록>에서 "인간은 출산에서부터 죽어가고 있으며,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을 출발하여 각자는 이승의 종결점인 죽음을 향해 매일 한 발짝씩 다가가는 과정에 있고, 이것이 끝나는 순간이 죽음"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언젠가는 죽음을 만나야 하는 존재이며, 매순간 죽음의 숙명적 사건으로 나아가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죽음은 예측하거나 준비할 수 없는 돌발적 상황이 아니라 늘 삶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삶의 추동력이다. 죽음이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체험적 사건이라면 이를 잘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을 잘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죄 짓고 회개할 줄 모르는 사람들과 욕심이 가득한 이들과 세속의 권력을 누려본 이들이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천 년을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리다가 하루도 살아보지 못한 존재처럼 허무하게 사라져 갔다.

가톨릭교회는 11월을 '위령성월'로 지정하여 현세의 집착을 버리고 죽음 이후의 삶을 묵상하며, 우리보다 앞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기억하기를 권고한다. 또한 죽음은 절망적 사건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사실도 주지시킨다.

죄의 결과인 죽음을 이기고 당당해 지는 삶을 살며, 내세의 행복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죽음 앞에서 꼭 기억하고 실천할 것이 있다.

첫째, 우리에 앞서 살다가 죽은 이들을 기억하며 감사해야 한다. 현재의 내 삶은 내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랑이 나에게 남겨졌기 때문이다. 혈육뿐 아니라 그 누가 되었더라도 죽은 이의 삶이 내 삶의 밑거름이다.

둘째, 인류 역사의 구석구석에는 가련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 많다. 이런 이들을 기억하면서 살아남은 우리들에게 남겨진 과제가 있음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또한 그들의 구원을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 특히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간직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 죽음도 달가워한다.

셋째, 앞서 간 이들을 기억하면서 자기 자신의 죽음도 생각해야 합니다.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이 가을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서 죽음을 생각하지 못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지 않는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이다.

넷째, 지금 사랑해야 할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일이다. 부모와 자식은 잃고 나서 후회의 눈물을 흐리는 것처럼 무의미 한 것이 없다. 지금 사랑하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사랑은 죽음을 이기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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