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0.02.12 05:07:1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 주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 남아의 자랑스런 모습과 부모의 애틋한 자식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치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군에 보내놓고 장독대 또는 사찰, 교회, 성당 등을 찾아 아들의 무사 제대만을 기원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본보에서는 아들들을 국가에 헌납하고 가슴졸이는 부모들의 마음을 담은 글을 지면에 소개해 본다.

윤치선/청주시 분평동

아들아!

몸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처음으로 아들한테 글을 써 보는 것 같구나!

아빠 성격이 원래 다정다감하질 못해 속에 있는 마음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성격이라 처음으로 글을 적어 보려니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구나!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 날씨도 춥고 눈도 많이 내린 말 그대로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한 동토의 한겨울을 보낸 듯하구나

더군다나 그곳 펀치볼은 겨울에 유난히도 춥고 눈도 많이 온다고 하던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구나..

눈이 채쌓이기도 전에 제설작업에 온몸이 녹초가 되고.......아침에 기상하자마자 오늘도 눈이 오려나· 눈도 비비기 전에 제일 먼저 하늘을 쳐다 봤을 것이고... 군입대 하기전 사회에 있을때 화이트크리스마스를 고대했던 눈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눈을 대했겠지·

재작년 8월 25일 아들이 논산훈련소에 들어가던 날 엄마랑 함께 전주까지 가서 비빔밥을 사주는데 그 맛있는 밥을 반도 먹질 못하고 안전부절 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더구나...그때 불현듯 1982년 7월 아빠가 제천에서 멀고먼 남쪽나라인 진해 해군신병훈련소에 입소하던 때가 생각이 나더구나.. 그때 이 애비도 훈련소에 들어가는 게 왜 그렇게도 싫었던지..내 스스로의 삶을 구속받고 사랑하는 가족과 그리고 친구들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도망이라도 치고 싶더구나

그래도 남자는 한번쯤을 겪어야 할 과제이기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하고 내 스스로를 자위하며 어금니 꽉 깨물고 훈련소 정문을 통과해 장장 35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갑판에서 보낸 게 어그제 같은데 벌써 25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구나...남자 군대 얘긴 99%가 다 뻥이라고 하니 식상하게 애비 군대 얘긴 하지 않으련다.

군대 어디가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요즘은 사회도 그리 녹녹치 않은 듯 한 것 같구나.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워 젊은 사람들은 취업준비에 사력을 다하고 직장이 있는 사람들도 조기퇴직이나 구조조정에서 밀려 날까봐 노심초사 하는 것을 보면 걱정이 태산이란다.

그래서 젊어서부터 실력을 쌓고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이제 5개월 정도 지나면 제대를 하겠지· 이젠 고참 반열에 올랐겠구나. 훈련마치고 졸병으로 자대배치 받았을 때의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선임자로서 후임자들 사랑하고 잘 챙겨가고 선입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무료하게 시간만 보내지 말고 여건이 된다면 자신의 앞날을 위해서 뭐든지 배우고 노력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알차게 생활하길 바란다.

몇일 있으면 설날명절이 다가오는구나.

아들이 군에 가고 난 후엔 매번 차례를 지내고 식구들과 식사를 하려면 왠지 옆자리 한구석이 빈 것 같더구나. 요샌 명절날 아침에 부대에서 떡국도 나오고 합동으로 차례상을 준비하여 세배도 한다던데 집에서 엄마가 해주 것에 비하랴 만은 국민들의 정성으로 만들어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맛있게 먹고 건강한 명절을 보내거라.

이 글을 쓰는데 "아들이 옆에 없으니까 허전하다"고 엄마가 옆에서 전해 달란다. 그리고 "제대하면 다른데 정신 줄 놓지 말고 제발 열공" 좀 하랍신다.

아빠의 바람은 시간되면 엄마한테 전화도 자주하여 친구 같은 아들이 되어 주려므나.

주말이 되면 엄마 손에서 핸드폰이 떠나질 않는 것 같더구나.. 아들 전화 기다리느라고..

너의 동생 재연이도 낼부터 집 앞에 있는 대형마트에 알바 나간다고 난리 치고 있단다. 알바해서 쌍수 한다고...

그러니 네가 시간 있을 때 동생한테도 전화를 해서 고민도 상담해주면 고맙겠구나.

두서없이 글을 적었구나

몸 건강하고 씩씩하게 남은 군대생활도 잘 보내고 몸 건강한 모습으로 제대하길 바란다.
아들아 사랑한다!

류명일/청원군 강외면

지헌아!

아빠가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 처음 해 보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글로 쓰려니 왠지 쑥스럽게만 느껴지는구나.

아빤 요즘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단다. TV를 켜면 날씨 예보하는 곳만 돌려가며 보게 되는구나. 전방은 이곳보다 10도 이상 춥다는데 걱정이구나. 날씨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며..... 눈 덮힌 산속에서 2주 동안 진지훈련을 받아야 한다는데 감기나 동상에 걸리지 않을까 많이 걱정된다.

그래도 이 나라 대한민국의 사나이로 태어난 우리 아들 지헌이는 잘 견딜 거라 믿는다.

인생을 살면서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고,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먹고 싶어도 멎기 못하고,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고, 잠자고 싶어도 잠자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단다. 이런 경험을 '미리 한다.'고 여기고 네 인생의 밑거름으로 승화시켜 보다 보람찬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초석으로 삼기를 기대한다.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다. 군에 대한 좋지 않은 점을 말하는 사회인이 많지만 이제는 지헌이가 바꿔야할 때 아니겠니· 아빠는 군대란 성인이 되어가는 시기에 멋진 모습과 훌륭한 인성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생각만 해도 아련해지는 군 생활. 지헌아 지금은 힘들고 고단한 나날일지 모르지만 세월이 지나면 너의 머릿속 기억장소에 추억의 방으로 자리 잡고 있을 너의 군대 생활이다.

아들 첫 면회 때 설레임이란 아들이 태어난 날 같이 벅차올랐단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는구나.

세월의 빠름이 느껴진다. 훈련소에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시린 콧등을 안고 돌아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구나. 벌써 작대기 세 개의 상병이 되었잖니. 지금은 후임병들도 많이 왔겠지.

둥지속의 어린 새였던 네가 군대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아빤 솔직히 많이 걱정 했단다. 그러나 그런 나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게 해준 너의 늠름하고 의젓해진 모습에 아빤 한없이 기뻤단다.

엄마의 뱃속에서 제1의 인생이 시작되었듯이 군대란 단체생활속에서 제2의 아들 인생이 시작되는 듯하구나.

아빠가 아들에게 바램이 있다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 자기의 일을 계획하여 성취하는 사람, 윗사람의 지시에 바로 실천하고 바로 그 결과를 보고하는 사람, 내가 먼저 솔선하여 구진일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 상황을 살펴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를 배려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런 사람은 어디에 가도 환영받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단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먼저 이런 것들은 자신의 책임을 다한 후의 모습이어야 더욱 빛이 나는 법이란다. 아빠의 욕심일까·

지헌아. 휴가를 앞두고 하루가 한 달처럼 느껴지겠지. 아빠도 너와 똑 같은 그 시절을 보내서 너의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아들! 휴가 나오면 우리 같이 사우나 한번 가자꾸나. 아들이 없으니까 아빠 등이 항상 간질간질 하구나. 이제는 사나이 대 사나이로 만나서 등 한번 빡빡 밀어보자꾸나.

아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한 부족함이 많은 아빠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단다.

아빠도 지헌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휴가 나올 날만을 기다리며 이글을 쓴다.

아빠 마음속엔 항상 열 살 꼬맹이인 아들이 요즘은 도리어 아빠를 위로해줄 줄도 알고.

오늘 이 밤도 우리 아들이 나라를 지켜주기 때문에 편히 잠들 수 있단다. 우리 아들 건강하고 더 긴 이야기는 휴가 나와서 얼굴 보며 하자꾸나.

감기 조심하고 잘 지내거라.

손희순/청주시 금천동

나의 소중한 아들이 군대를 가기전까지 엄마는 다른 사람들이 아들을 군대 보내면서 그렇게 눈물이 난다고 말하는게 사실 와 닿지 않았고 설마 그럴까· 하는 마음 뿐이였는데 막상 내 아들을 군에 보내면서 마치 다시 볼 수 없는 아주 머나먼 곳으로 보내듯이 나조차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더구나

소중한 아들을 그렇게 군대 보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대를 한 달 앞두고 있구나·

나의 이런 말이 하루 하루가 지겹게 느껴지는 아들에겐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엄마는 사실 너를 만날 생각에 지금부터 설레고 있다.

이번 설 명절을 보내고 나면 다음 명절부터는 우리아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 더 이상 명절이나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날에 군대에 있는 아들 생각에 가슴이 아프지 않아도 된다니 엄마는 더욱 기쁘다

부모로서 엄마는 네가 군복무 하는 동안 의젓하게 잘 하고 있어 늘 고맙고 든든했단다.

어렵고 힘든 유격훈련도 자원해서 다녀오고, 계급장이 하나씩 늘 때마다 역할에 맞게 소임을 잘 하여 인정받는 네가 무척 자랑스러웠다.

또 군에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평소 안해 본 일들을 경험해보면서 이젠 뭐든지 잘할 수 있게 되어 제대 후 독립해서도 잘 살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네가 대견스럽기도 했단다.

입대 전까지 만해도 몸만 쏘옥 빠져나와 엉망인 네 방을, 할머니가 다 챙겨주고, 저녁때 집에 안보이면 어디 있는지 목소리를 들어야하고, 밥은 잘 챙겨 먹었는지 확인을 해야만 맘이 놓였는데, 그렇게 혼자서 자신 있다고 큰 소리 치는 걸 보면 아들이 군에 가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아!

지난 면회 때 엄마가 바쁘고 힘들어서 제대로 준비를 못하고 다녀와서 돌아와서 내내 맘이 편하질 않았다.

아들도 엄마의 무심함을 눈치 채고 서운했지·

엄마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아 답답하구나. 집에서 궁금해 할 할머니를 생각해서 전화 좀 주면 좋겠구나. 또, 이번 주말이면 설날인데 아들 없이 보내려니 가슴 한쪽이 허전하구나.

할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처음 맞는 설날인데, 아들도 없이 혼자 차례를 지내야 하는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더 쓸쓸하기도 하다.

그래도 한 달 후면 늘 함께 할 수 있고, 동생 아영이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을 해서 엄마, 아빠는 너희들에게 한없이 고맙고 행복하다. 그리고 항상 부처님께 감사드린단다.

아들아, 남은 한 달 선임으로서 부대장님께는 책임감 있는 병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후배들에게는 의젓하고 멋진 선임으로 남을 수 있게 배려하는 군 생활을 잘 마무리 하길 바란다,

한병장, 떡벌어진 어깨와 늠름해 보이는 너의 모습을 떠올리며 엄마는 또 한번 아들 자랑하는 팔불출이 되고 싶다.

고맙다. 아들아, 네가 엄마, 아빠의 아들이라서 자랑스럽다. 아들아, 네가 늠름한 대한의 아들로서 군복무를 잘 하고 있어서 고맙다

날씨가 점점 포근해지고는 있지만 북한산 자락은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있겠지· 늘 건강 조심하고 제대하는 날까지 하루하루 충실히 복무하며 잘 지내길 빌게.

이순분/청주시 산남동

보고 싶은 우리아들 희태야!

네가 빡빡머리를 하고 육군훈련소로 향했던 때가 엊그제 같고, 포상휴가를 다녀간 지도 어제 같은 데, 이제 몇 일 있으면 1년이 되는 것 같구나.

그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지·

네가 훈련소 입소 시 호남고속도로를 벗어나 훈련소로 향할 때, 아빠가 하신 말 기억나니· "저 황토 빛의 흙 색깔 잘 기억해 두렴. 훈련소의 생활이 군 생활 중에 가장 즐거운 시간이란다" 그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가· 의아해 했었지. 팔도사나이들의 훈련과정을 훈련소 홈페이지를 통하여 느끼게 된 것도 그 즈음이었던 것 같구나.

철조망 통과, 선착순 달리기, 눈물, 콧물 흘리며 가스 맛보는 화생방 훈련 등 힘들고 고된 훈련기간도, 아들의 군 생활뿐만 아니라 제대 후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아들 희태야!

네가 훈련 받을 때, , 훈련소 홈페이지 '보고픈 얼굴' 코너에 게시된 늠름한 소대별 훈련병들의 사진을 코팅해 거실 책상위에 놓고, 아들이 생각날 때마다 들여다 보곤 한단다. 우리아들이 열심히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덕분에,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희성이 등 모든 가족이 잘 지내고 있단다.

지난 일요일에는 시골 할아버지한테 갔었다. 구정이 몇 일 안남아 가래떡도 하시고, 기름도 짜시고, 농사준비도 하시고 계셨어.

희성이는 영어학원도 다니고, 헬스장도 다니며, 다음학기 대학생활 준비에 한창이란다.

엄마도 다시 수영장에 열심히 다니고 있다. 아직은 수영실력이 부족하지만 수영장에는 어린이부터 70세 이상 할머니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재미있게 운동을 하고 있어 엄마도 즐겁게 운동도 하며 다시 부지런한 생활을 하고 있단다.

씩씩한 우리 아들 희태야!

엄마는 사나이들끼리의 단체생활이 고되고 힘들다고 많이 들었다.

자라온 환경이 서로 다른 고참병이나 후임병 때문에 또는 동기생들 간에도 갈등은 항상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아들은 잘 해나가리라 믿는다. 짜증나고, 힘들어도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단다.

엄마는 우리아들이 너무 계산적이지 않고, 인간미가 느껴지는 털털한 사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늘 누군가의 마음속에 항상 기억되는 인정 많은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

우리 아들 희태야!

힘들고, 짜증나고, 마음이 울적할 때는 '즐겁고, 유쾌하였던 학창시절'을 떠올려 크게, 소리내어 웃어보려므나. "한번 크게 웃으면, 모르핀보다 300배 효과가 있다"고 웃음전도사들이 주장한단다.

건강하고 씩씩한 우리 아들얼굴이 오늘도 선하구나! 아들아!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항상 운전 조심하고 맡은바 소임을 다하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에서 마치마.

우리 아들 화이팅! 다시 소식 전하마.

김명식/청주시 개신동

맹위를 떨치던 추위가 겨울비에 한 풀 꺾이며 우수를 앞두고 이른 봄기운이 느껴진다. 황량한 그곳 논산벌을 뒤도 한번 안돌아보고 달아나서 엄마의 애간장을 태웠던 너도, 어느새 다음 주말이면 모든 훈련을 무사히 마치게 되니 시원하고 후련한 마음과 아쉽고 섭섭한(?) 감정이 서로 교차하겠구나.

한겨울 추위에 입대하여 여러 가지로 힘든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모든 과정을 무탈하게 마치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비록 사진으로 보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얼룩무늬 군복이 썩 어울리는 너의 늠름하고 씩씩한 모습에 엄마와 아버지는 네가 마냥 의젓하고 대견스럽고 고맙기만 하구나. 참! 손등에 상처는 좀 어떠니· 추위에 덧나지는 않았는지...

이곳은 할아버지, 할머님은 물론 온 가족이 군인아들 덕분(·)에 모두 잘 지내고 있단다. 내일부터 설 연휴인데 너도 교육훈련은 잠시 접고 달콤한 휴식에 들어가겠지· 설날 아침식사로 떡국은 나오는지· 합동차례라도 지내고 고향을 향해 어른들께 세배라도 하는 행사가 있는지· 그리고 요즘도 위문품 상자가 지급이 되는지· 네 엄마는 온통 궁금해서 안달이 났구나. 그리고 오늘 네가 보낸 설 명절 효도편지를 받아 보고 이렇게 답장을 쓴다.

네가 편지에 평소에 쓰지 않던 경어를 쓰니 어색하다 했지만 우린 그게 네가 항상 함께 있어 표현하지 못했던 부모에 대한 공경과 진심과 사랑이 담겨 있음을 알고 있단다. 마찬가지로 너에게 시시콜콜 잔소리하고 참견하는 듯 했지만 그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자식에 대한 염려와 기대와 사랑이었다는 걸 너도 새삼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부모 자식 간에는 조건 없는 무한의 사랑과 애증이 깔려 있어 함께 할 땐 미처 느끼지 못했던 너무도 사랑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외롭고 그리울 때 또 힘들고 어려울 때 한없이 새록새록 혈육지정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란다. 또 그런 과정들을 거치며 서서히 철도 들고 성숙해지며 점점 의젓한 어른으로 성장되어가는 것이고...

요즘 아버지는 네 편지를 받아 볼 때마다 새로운 너를 발견하곤 설레어 한단다. 두서없이 쓴다면서도 궁금해 할 사연은 다 담아내고, 힘들고 어려운거 뻔히 아는데도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도록 풀어내고, 직접적 표현은 감추면서도 어른과 가족에 대한 효심과 사랑은 다 묻어나고...아버지도 얼굴을 마주하거나 또 전화로는 못하던 진솔한 이야기들을 이처럼 편지로 나누게 되어 너무 좋단다. 더불어 입대 전에 좀 더 자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을 후회를 하기도 하고 말이다.

내 자식이 밖에 나가서 제 역할이나 다 할까, 남에게 뒤쳐지지나 않을까 늘 걱정하며 못미더워 노심초사하는 심정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아버지는 우리의 아들들은 부모 슬하를 떠나서도 기대 이상으로 슬기롭고 반듯하며, 지혜롭고 강하다는 것을 알았고, 웬만한 상황 변화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적응력과 내공이 쌓여있으며 성인으로서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만큼 성숙해져 있음을 믿어도 될 것이라 느꼈단다.

이제 앞으로의 후반기 교육은 훈련소 생활보다는 조금은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은 된다만 특수한 장비와 기계를 다루는 훈련이니 만큼 항상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훈련소와는 달리 자대에 배속된 것처럼 내무생활이나 일과가 달라질 것이므로 항상 정신을 집중하여 신속하게 행동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추운 겨울 눈 쌓인 얼어붙은 땅속에서도 조신하게 생장하다 때가 되면 변함없이 초록의 싹을 틔우는 보리처럼, 우리 아들도 입대한 이후 정신적으로 성숙해져서 세상과 사물을 보는 안목이 넓어지고 개인주의의 성향을 낮추고 조직과 단체생활 적응에 필요한 사회성이 스스로도 느낄 만큼 많이 충전되었으리라 믿는다.

이제 다음 주면 지난 6주간 함께 울고 웃고, 땀 흘리고 뒹굴며 끈끈한 전우애로 뭉쳤던 동기들과 정말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게 되겠구나. 특히 네가 이야기하던 광주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많이 아쉬울 텐데 헤어지더라도 서로 소통하고, 인간의 본능과 품성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한계 상황에서 인내심으로 스스로를 담금질하던 사나이들의 의리로 맺어진 우정의 끈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라. 병영에서 사귄 동기생 친구들도 소중하게 오래 남는 인연이니 좋은 친구들과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사나이들의 우정으로 즐겁게 생활해라. 그리고 항상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남들에게는 관대하게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하도록 노력해라.

사랑하는 우리 아들! 특히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사고예방과 안전수칙 준수를 항상 염두에 두고 신중을 기하여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모쪼록 그곳에서도 잘 먹고 잘 자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희망과 포부를 크게 가지고 힘차게 파이팅하며 병영생활을 해나가기를 바란다!!!

깔끔쟁이 우리 아들! 속옷 자주 못 갈아입고 목욕도 자주 못해서 어떻게 견디나 ㅋㅋ 그럼 또 소식 전하마. 보고픈 내 아들 좋은 꿈꾸고 잘자! 격하게 사랑 한다^^

원규재 / 산업정보평생과

아들아!

네가 어엿한 대한건아가 되기 위해 집을 나서던 날 아버지는 많은 생각이 들더구나. 아버지는 네게 따뜻한 말 한마디 먼저 건넨 적 없고, 한 번 안아주지도 못 한 것을 어리석게도 네가 없는 집에서 많이 후회하고 있단다. 네게 한 번도 한 적 없는 말들을 이제야 네게 멀리서나마 하게 되는구나.

네가 태어나 품에서 꼬물꼬물 거리다가도 그 큰 입을 벌리고 울며 보챌 때는 마치 입이 큰 개구리 같기도 하고 못난이 인형 같기도 하다며 참 행복한 웃음을 짓곤 했었지. 유난히 걸음마도 늦게 하고 입 떼기도 늦게 해서 오래도록 어린아이로만 보아 그런지 품에서 내놓기를 아버지 스스로가 겁내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너는 너무나도 고맙게 사춘기 내내 큰 말썽 한번 부리지 않고, 어디 한군데 아픈 데 없이 잘 자라주어 아버지가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가끔은 네가 우리 집의 막내로서 큰 목소리로 네 생각을 고집하거나 갖고 싶은 물건 하나 조른 적이 없어 아버지는 네가 참고 인내하는 마음만 배운 것이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 적이 있었단다. 하지만 그것은 내 노파심이었고 오히려 네가 가진 좋은 성품이고 너의 장점이라 생각하니 네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할 밑바탕을 일구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됐단다.

네가 입대하던 날, 아버지는 다시 한 번 그때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 듯 했단다. 삼 년 간의 길고도 험난했던 나의 군 시절이 떠오르며 널 품에서 내보내는 뿌듯함과 안쓰러움이 교차했지. 그러고는 몇 달 뒤, 너의 첫 휴가에 군복을 입고 조금은 마른 듯이 조금은 늠름한 듯이 집에 들어섰을 때는 다시 한 번 마음이 벅차올랐단다. 아버지의 마음이 다 그렇듯이 변변히 해준 것도 없는데 네가 잘 자라주어 그 고마움을 어찌할 수 없었단다. 지난 겨울엔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전방의 혹한 소식과 적지 않게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을 접하고 나면 그 날은 온종일 심란한 하루를 보내곤 했던 것도 사실이다.

네가 입대한 후 네 누이는 어리광부릴 사람이 없어서인지 부쩍 외로움을 타는 것 같고, 엄마는 텅 빈 네 방을 둘러보며 직장생활이 끝나고 너와 보내던 그 시간을 그리워하곤 한단다. 아버지는 너의 재잘거림을 들을 수 없고 종종 네 누이와 다투던 너의 둔탁한 목소리도 들을 수 없고 무엇보다 이 아버지의 어린 버팀목이 사라진 듯하여 어느 날은 청승맞게 외롭기도 하더라. 세월이 무엇인지, 나의 젊음은 갔지만 나의 어린 자식이 나의 젊음을 대신 해줄 생각을 하니 오늘은 내 아들인 너의 빛나는 젊음을 위해 한 잔 기울이고 싶구나. 네가 대한건아로서 멋지게 복무를 다하고 돌아온 다음 설날엔 아들과 애비로서 때론 남자 대 남자로서 너의 추억과 나의 추억을 잔에 담아 함께 기울여 보자꾸나. 사랑한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