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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숙

청주대학교 명예교수·교육학박사

조선시대의 실학자 성호 이익은, 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예절을 지키는 데에 있다고 하였다. 과연 이 말은 그 시대에서 만이 인정될 수 있는 가치인가. 물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예절도 변한다. 같은 시대라 하더라도 동, 서양의 예절이 다르며 국가와 민족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러나 그것은 방법상의 차이일 뿐 그 근본정신만은 변할 수가 없다.

그러면 예절의 근본정신은 무엇일까. 그것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시대가 몇 번 바뀌어도, 인종과 풍습과 제도가 서로 다른 사회에서도 그 근본정신만은 결코 다를 수 없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싸움도 대부분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때 일어난다.

고도화된 산업화로 인한 물질문명의 발달은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물질적 가치의 소중함을 강조해 준다. 반면에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은 점점 잊혀져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대표적인 하나의 예로서,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대학사회에서 조차도 정신적인 가치는 무시되고 점점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시대착오적인 가치를 주장할 용기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지만, 최소한의 스승으로서의 정당한 권위마저도 외면하는 현실에서 스승과 제자 간의 예의를 기대한다는 것이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대학은 단지 투자한 만큼의 산출을 기대하는 장소에 불과하고, 스승은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의 가치 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편견일까·

물론 이러한 분위기의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만 떠맡길 수는 없다. 가정에서의 잘못된 가치관 교육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부패, 그리고 봉급 받는 만큼만 가르치겠다는 농담이 쉽게 나올 수 있는 스승의 자세가 함께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근 매스컴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등 각계각층의 부정, 부패, 패륜의 문제를 계기로 뼈아픈 반성과 각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인간임을 포기할 수 없다면, 잊혀 져 가는 정신적 가치를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가정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학교는 그 가정교육의 기초 위에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물론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질은 필수적인 조건이다. 물질은 나를 편리하게 해 줄뿐 아니라 행복하게도 해 준다. 그러나 물질적인 가치가 정신적인 가치 위에 군림한다면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동물의 세계와 같이 살아서는 안 된다. 인간으로서의 긍지와 자존심을 가지고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며 산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동물과 다른, 인간임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려서 부터 기본적인 가치를 차분차분 가르쳐 나가야 하며 그것의 밑바탕이 바로 도덕이다. 또한 도덕을 실천하는 기초가 예절을 지키는 일이다. 예절은 아랫사람만이 지켜야 하는 일이 아니다. 윗사람 역시 아랫사람과의 관계에서 예절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윗사람으로서 말로는 그럴듯하게 하지만 자신은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바로 권위상실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자신의 대우는 항상 스스로 받는 것이다. 나를 존중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정당한 권위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일단 사라진 권위를 되찾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그것을 지키는 일보다 몇 배 힘들다.

예절의 근본정신, 즉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은 어떤 큰 문제나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문제에서도, 또 어느 누구와의 관계에서도 지켜야만 한다. 그것은 어려운 일도, 모르는 일도 아니다. 단지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나와 남에 대한 감정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객관성이 결여된 판단과 행동을 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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