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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숙

청주대학교 명예교수·교육학박사

어렸을 적에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옛날 어느 마을에 효자로 소문난 아들과 불효자로 소문난 아들이 살고 있었다. 불효자는 효자로 소문나서 칭찬받는 아들이 부러워서 자신도 효자가 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느 추운 겨울 날 불효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효자가 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효자네 집으로 갔다. 손가락으로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 들여다보니, 효자가 막 일어나서 머리맡에 벗어놓은 어머니의 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차가운 놋요강을 타고 앉았다. 어머니가 일어나자 체온으로 녹인 옷과 요강을 내어드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와서 밤새 얼은 어머니의 고무신을 신고 마당을 쓸다가 어머니가 나오니, 신발을 내어드리고 자기 고무신을 신었다. 그 광경을 몰래 지켜 본 불효자는, "옳다, 이제는 효자가 되는 법을 알았다"고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불효자는 일찍 일어나서 어제 효자가 하던대로 어머니의 옷을 입고 요강에 앉아서 어머니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어머니가 잠에서 깨어나서 아들을 쳐다보더니, 벌컥 화를 내며, "이 불효막심한 놈아, 하다하다 이제는 어미 옷까지 뺏어 입었구나"하며 몽둥이를 찾으니, 불효자가 놀라서 도망치며, "에고, 난 역시 효자 노릇하기는 틀렸다"며 한탄을 했다고 한다.

이 짧은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효자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행동이라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칭찬하고 격려할 때, 자녀들은 더욱 잘 하려는 의욕으로 노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달 어버이날을 보내면서 혹 자녀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끼신 부모님이 계시다면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효도는 어려서 부터 가르쳐야 한다. 본능적이고 희생적인 부모의 사랑만으로는 안 된다. "엄마는 괜찮으니까 너희들 끼리 먹어라" "우린 늙어서도 너희들 신세는 절대 안지겠다"는 등의 말을 한 적이 없는지, 또 아직은 어리니까 그렇지 크면 알아서 잘 할 거라는 생각으로 방치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자녀들에게 간식을 줄 때도 엄마, 아빠 몫을 남겨놓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맛있는 것은 자기들만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 부모나 어른들에 대한 도리와 책임을 어려서 부터 의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그것은 꼭 효도를 받기 위해서라기보다도, 앞으로 자녀가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원만히 할 수 있는 기초를 형성해 주는, 자녀의 미래를 위한 가정교육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부분 아파트 생활을 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에서 이웃들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서로 인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 굳이 외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부모가 인사 안하면 아이들 역시 인사를 안 한다. 이웃집 아이들을 보면 귀여워서 "안녕, 참 예쁘구나"하고 먼저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다. '문제의 부모는 있어도 문제의 자녀는 없다'라는 말을 곰곰이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다 성장해 출가한 딸이 어느 날 사과를 깎아주면서 하는 말이, "엄마, 우리가 어렸을 때 엄마가 우리에게 제일 좋은 사과를 깎아 주면서, 지금은 너희가 어리니까 엄마가 좋은 것을 골라서 너희에게 주지만, 나중에 엄마가 늙으면 너희들이 엄마에게 제일 좋은 것을 골라 주어야 한다고 하셨지? 그래서 내가 제일 좋은 것을 깎아 드리는 거야" 했다. 내 기억 속에는 사라진 말이었지만 어렸을 적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는 딸이 고맙고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우리는 대부분 자식들에게 희생적인 사랑을 주고 키운다. 그러나 그들이 다 성장하고 나면 자신들이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부모들은 그런 것들이 못내 서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도 부모에게서 받은 사랑을 갚지 않았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지 않은가. 우리가 부모에게서 받은 사랑을 돌려 드리지 못하고 자식에게 대신 베푼 것처럼, 그들도 우리에게 갚지 못한 사랑을 그들의 자식들에게 갚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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