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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숙

청주대학교 명예교수·교육학박사

어느 가난한 마을에 돈이 많고 인정도 많은 아저씨가 살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았으며 이웃으로서 친하게 지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일감을 나누어 주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게 도와주었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 아이들을 모아서 선물을 주었다.

그 선물은 그 아저씨가 손수 만든 밀가루 빵인데, 한 바구니 가득 들고 나와서 어린이 앞에 놓으면 배가 고팠던 아이들은 서로 앞을 다투어 빵을 집어서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언제 보아도 키가 조그만 한 소녀는 끝까지 기다렸다가 아이들이 다투어 큰 빵으로 골라갖고 남은 마지막 빵을 집어 들곤, "아저씨, 감사 합니다" 인사드리고는 가는 것이었다.

하루는 아저씨가 "너도 배가 고플텐데 왜 남들처럼 먹지 않느냐?"하고 물으니까 "집에 가서 엄마랑 같이 먹으려고요" 대답하고 집을 향해 바삐 걸어갔다. 아저씨는 가장 작은 빵을 갖고도 다른 아이들보다 더 감사할 줄 아는 이 키가 작고 가냘픈 소녀가 무척 사랑스러웠다.

어느 날도 아저씨는 전처럼 어린이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었다. 그 날 아저씨가 들고 나온 빵들 중에서 유난히 작은 빵 하나가 섞여 있었다. 아이들은 그 조그만 빵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큰 것으로 골라가고 이 조그만 빵은 언제나처럼 소녀의 차지가 되었다. 그래도 소녀는 이 유달리 작은 빵을 조금도 불만스러워 하지 않고, "아저씨, 감사 합니다" 하며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갔다.

얼마 후에 그 소녀는 아저씨께로 헐레벌떡 달려 와서는 "아저씨, 아까 아저씨께서 주신 빵 속에 이 반지가 들어 있었어요. 아마 아저씨께서 잃어버리신 것 인가 봐요"하며 금반지 하나를 내 밀었다. 아저씨는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소녀에게, "아니야, 난 못 보던 것인데, 이건 아마 마음씨 착한 네게 내리는 하나님의 선물 일거야. 집에 가지고 가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려라" 하며 소녀의 등을 밀어 집으로 보냈다.

어린이들은 위한 이 짧은 동화는 감사의 마음을 잊고 사는 이 시대의 청소년, 그리고 어른들에게도 음미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사랑과 배려를 주고받는다. 작은 예로서 엘리베이터를 먼저 탄 사람이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잠시 기다려 주는 것도 친절이고 배려이다. 그런데 급히 따라오는 뒷사람의 발소리를 들으면서도 모른 척 문을 닫아버리는 얄미운 사람도 있다.

오래 전, 미국에서 잠시 살던 때의 일이다. 미국남성들은 겉으로 봐서는 여성들에게 퍽 친절하고 호의적이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약간의 문제가 있는 듯해서 차를 세우고 바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뒤 따라오던 남성 운전자가 차를 세우고 "무슨 문제가 있나요? 도와 드릴까요?" 한다. 또 어떤 건물에 들어가려고 걸어가고 있는데 앞서 들어가던 남성이 아직 10m나 멀리 떨어져 있는 나를 위하여 문을 열고 기다려 주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그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너무 당황해 성급히 걸어간 적이 몇 번이나 있다. 문화가 달라서 그런 친절을 받아들이는 것도 어색했었지만 존중받는 느낌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서양 사람들은 평소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을 달고 사는 것 같다. 처음엔 너무 가식적이지 않나 생각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조그만 마음의 표현이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줄 수만 있다면 조금 가식적이라고 해도 안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성경에도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이 있다. 조그만 일에도 감사하면 더 크게 감사할 일이 생길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믿는다. 우리도 이제는 조그만 일에도 칭찬하며 감사하며 친절을 베풀며 살아야겠다. 칭찬받고 기뻐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면 나 자신도 기쁘고 내 마음도 여유가 생겨서 사소한 일에도 칭찬하고 감사하며 사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고 그것이 또한 건전한 우리 사회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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