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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2.21 16:17:22
  • 최종수정2021.02.21 16:17:46

송용섭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박사

지난해 12월 국방부가 올해부터 채식주의자 등을 위해 채식 식단을 제공하겠다는 보도를 접하고 격세지감을 느꼈다. 전 세계적인 채식 트렌드에 발맞춰 병역판정 검사 때 신상명세서에 채식주의자임을 표시토록 하고, 이들에게 고기나 햄 등 육류가 들어가지 않은 엄격한 채식 식단을 제공할 계획임을 발표한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최전방에서 군 복무하던 시절, 고된 훈련에 비해 먹거리가 턱없이 부족해 고기반찬이 반가웠고 빵으로 허기를 달랬던 세대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이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젊은 층을 중심으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KVU)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채식인구는 약 150만 명으로 2008년 15만 명에 비해 10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인구의 2~3%의 규모이다. 이 중 채소, 과일, 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 이외에 우유와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은 아무것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은 약 5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한편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인 1인당 육류소비량은 53.9kg(돼지 27.0, 소 12.7, 닭 14.2)으로서 1980년 11.3kg 비해 거의 5배 증가했다. 이렇듯 꾸준한 육류 소비의 증가 속에서도 채식주의자가 뚜렷이 늘어나는 추세로 보아 우리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학교급식에 큰 혁신이 일고 있다. 충북교육청이 올해부터 각급 학교에서 월 1회 이상 '채식 급식의 날'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인천교육청은 채식 선택 선도학교 6곳을 선정해 시범운영하고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며, 울산교육청도 올해부터 '고기 없는 월요일'을 매주 운영하기로 했다. 육류 소비를 줄여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한다는 취지다. 이보다 앞서 채식 선택권을 도입했던 전북교육청은 지난해 '채식의 날'을 초·중·고 121곳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했다.

한편 서울시에서는 채식주의자는 물론 건강한 채식 한 끼를 찾는 시민의 먹거리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1월 19일 채식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 카페, 빵집 등 948곳의 목록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와 같이 채식이 '새 기준(New Normal)'이 됨에 따라 대형 식품, 유통업계에서는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만두, 떡볶이 등 다양한 메뉴를 출시하고, 요리책을 발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을 속속 개점하고 있다.

채식주의자 증가는 환경과 건강, 먹거리를 중시하고 가치 있는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점증하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과도한 육식 위주의 식습관이 가져오는 성인병 발병의 증가와 환경피해, 동물학대 등을 줄이려고 하는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측면에서 말하자면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가공육 제품의 발암성 경고와 함께 가축에 투여하고 있는 항생제나 성장 촉진 호르몬제 등 화학약품에 대해 소비자들은 다소 불안감을 갖고 있다. 또한 축산업이 지구환경에 부정적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이 갖기 시작했는데 실제적으로 이산화탄소, 메탄, 아황산 질소 등 축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총배출량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물건을 구매하는 즉,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동물윤리(animal ethics)로서 동물보호 내지는 동물복지의 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먹는 것을 뛰어넘어 의류와 화장품 등 모든 것을 비동물성 제품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인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따라서 채식주의자의 증가 추세에 따라 우리 농가 경영체도 공급자로서 새로운 관점에서 채식의 수요에 맞게 보다 안전하고 신선한 상품을 개발하여야 한다. 채소와 과일, 곡물로서 영양이 듬뿍 담긴 채식이 메인 요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개성을 살린 채식 메뉴 개발에 나서야 한다. 농촌체험 농장과 식당에서도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서비스 상품을 적극 개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기농산물을 채식주의자들이 즐겨 찾는 식단과 연계시킴으로써 현재 답보 상태에 있는 유기농산물의 소비를 촉진시키는 계기로 삼는다면 '2022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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